우리가 볼 수 없는 모든 빛 2
앤서니 도어 지음, 최세희 옮김 / 민음사 / 2015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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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쟁은 잔인하고 아픔을 남기지만, 그 속에서 피어나는 예술은 아름답다. 우리가 볼 수 없는 모든 빛은 저자인 앤서니 도어가 2차 세계 대전 당시 아버지와 함께 피난을 가게 된 프랑스 장님 소녀 마리로르와 명석한 두뇌로 나치의 눈에 들어 전쟁에 휩쓸리게 되는 독일 고아 소년 베르너의 이야기를 쓴 책이다. 그러나 아마 이런 것 저런 것 다 제쳐두고서 2015 퓰리처상 수상작이라는 것만 하여도 대단한 의미가 될 책이라고 생각한다. 참 오랜만에 문학 수상작을 읽는 것 같다. 한 때는 수상작 선정에 무슨 의미가 담겨 있는지 궁금하여서 수상작만 찾아서 읽다가 이것도 이 나름대로 편식이 아닐까하고 책을 고루 읽기 시작했다. 그러고 나서 수상작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가치가 있고 아름다운 책들을 만날 수 있었지만, 이렇게 다시 문학상 수상작을 읽게 되니 시작부터 감회가 달랐다. 그리고 수상작에는 수상작 나름의 의미와 가치가 있다는 것을 실로 오랜만에 깨닫게 되는 책이었다.

 

 

  전쟁 속에 살아간다는 것은 빛이 없는 암흑과도 같을 것이다. 조금의 자유도 조금의 빛도 허용되지 않는 곳에서 어린 아이가 선택 할 수 있는 것은 많지 않을 것이다. 글은 두 아이, 소녀 마리로르와 소년 베르너의 이야기가 교차하면서 진행되는 구조로 과거에서 현재로 진행된다. 요즘 많이 보이는 교차시점과 더불어 과거에서 현재로 다가오는 이야기인지라 조금은 뻔하다 생각했다.

그러나 우리가 볼 수 없는 모든 빛의 시대적 배경이 세계 2차 대전인 만큼 전시상황이 가져다주는 그 공포와 흥분은 좀처럼 뻔하지 않다. 가슴 졸이며 공포에 떨던 프랑스 장님 소녀 마리로르의 모습에서는 나마저도 공포에 떨어야만했다. 지금 당장 전시상황이라면 저렇게 가슴 졸이며 차분하게 있을 수 있을까 싶을 만큼 나는 정신을 못 차릴지도 모른다. 이렇듯 우리가 볼 수 없는 모든 빛에서는 전쟁 상황에서 다양한 사람들을 보여주며 이들의 공포를 풀어나가는데 이 때 담긴 사람들의 심리묘사가 정말 탁월하다. 전쟁이라는 것을 겪지 못한 세대임에도 불구하고 그 장면들이 눈앞에서 그려지듯이 공포심을 안으며 책을 읽어 내리게끔 하니 말이다.

 

 

  저자는 이 책을 위하여 10년간 방대한 양을 자료조사 및 수집하였다고 한다. 그 결과 우리가 볼 수 없는 모든 빛에서는 전쟁의 잔인함과 아픔뿐만 아니라 소녀와 소년의 꿈과 만남의 이야기까지 풍부하게 풀어나간다. 그렇다고 글이 너무 방대하거나 지루하게 늘어지는 것은 아니다. 두 권으로 구성된 책이지만 어렵지 않게 익숙한 책을 읽듯이 읽을 수 있다. 아마 이 소설에 관심 있는 사람이라면 조금의 검색으로 알 수 있었을 것이다. 대부분이 극찬하는 것이 어린 소년과 소녀의 처연하게 빛나는 이야기임과 동시에 약간의 반전을 담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 책을 막힘없이 읽어 내려갔더라도 책을 덮을 때 즈음이면 가슴 먹먹히 한 구석이 내려앉는 것을 느낄 수 있으리라고 생각한다.

무엇보다도 우리가 볼 수 없는 모든 빛은 다른 수식어를 제외하고서 전시상황이라는 점과 어린 두 소년, 소녀가 주인공이라는 점, 저자가 10년의 방대한 자료조사와 수집을 거쳐 탄생한 작품이라는 점에서 꼭 읽어보아야 할 책이라고 생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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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수꾼
하퍼 리 지음, 공진호 옮김 / 열린책들 / 2015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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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앵무새 죽이기」는 이름만 들어봤다. 하퍼 리는 들어보지도 못했다. 오랫동안 책을 멀리하면서 책에 관심이 없어졌고, 아무것도 모르게 되었다. 이 책을 읽기 전 하퍼 리가 그렇게 유명인이라는 것을 나는 몰랐고 「파수꾼」이 내가 생각하는 것 보다 훨씬 더 가치 있는 책이라는 것을 뒤늦게 알았다. 이렇게 무지 속에서 내가 「파수꾼」을 읽겠다고 집어 들었던 것은 표지가 신비했고 또 오랫만에 책을 읽는지라 쉽고 가볍게 술술 읽힐 책이라는 생각 때문이 었다. 그러나 책을 한장한장 넘기면서 이것이 얼마나 잘 못된 생각이었는지 깨닫게 되었다. 



  「파수꾼」은 「앵무새 죽이기」이전에 집필되었다. 「파수꾼」은 당시 핫 이유에 대해서 다룬 작품인데 이를 받아본 테이 호호프는 민감한 주제라고 판단하였는지 어린아이의 시선에서 다시 써달라고 부탁하였다. 그것이 「앵무새 죽이기」이다. 그렇다고해서 꼭 「앵무새 죽이기」를 먼저 읽고 「파수꾼」을 읽어야 하는 것은 아니다. 각각의 작품을 꼭 연결해서 생각해보아야 할 필요성도 없다. 같은 작가 밑에서 비슷한 주제로 두 권의 책이 나왔을 뿐 시리즈는 아니라는 소리이다. 따라서 나와 같이 앞서 출간 된 「앵무새 죽이기」에 대한 아성에 눌려 「앵무새 죽이기」를 먼저 읽고 본 책으로 들어가지 않아도 된다는 소리다. 



  「파수꾼」에서는 성인으로 자란 진 루이스가 주인공으로 등장한다. 성인으로 자란 진 루이스이지만 아버지를 통해 아픔을 느끼고 성장하는 과정을 보여준다. 그러나 성장소설들이 그러하듯이 이해를 보이기도 한다. 

진 루이즈는 자신이 존경하는데 믿어 의심치 않았던 아버지의 이면을 바라보게 되면서 배신감과 양심의 통증을 느끼게 되는 것을 생생하게 그린다. 아버지의 이면이란 흑인에 대한 차별이었는데, 이 차별이 전작과 달리 이번 책에서는 진 루이스의 아버지인 애티커스의 태도에서 나타난다. 

하퍼 리가 변호사였듯 아버지도 변호사였고 집안 자체가 변호사 집안이라고 말해도 손색이 없다. 그래서 인지 이 책에서도 시대적 배경이 가득 담겨 있다. 또한 인종차별 문제와 인종분리에 대한 문제를 어른들의 시점으로 풀어나가고 있기 때문에 더 많은 시대적 배경지식을 필요로 하고 있다. 그래서 인지 전작인  「앵무새 죽이기」보다 본 권이 조금 더 어렵게 느껴졌다.



  「파수꾼」이라는 제목에는 이 책의 많은 것들을 포함한다. 본래의 파수꾼이 의미하는 무언가를 지키겠단 의미가 여기에서 그대로 사용된다. 다만 그 대상이 '양심'일 뿐이다.

하퍼 리의 두 권의 책을 꼭 이어 읽을 필요는 없다. 순서를 정해서 읽을 필요는 더더욱 없다. 그리고 꼭 두 권의 책을 연결시켜 읽을 필요도 없다. 그러나 두 책을 읽어보면 각기 다른 맛이 느껴진다. 여유가 있다면 두 권 모두 읽어볼 것을 추천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꼭 한 권만 택하여 읽고 싶다면, 택해서 읽을 수 있다. 어린아이의 진 루이스이냐 어른 진 루이스냐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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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아가는 힘
앨리스 호프만 지음, 최원준 옮김 / 부드러운말 / 2015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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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살아가는 힘」이라는 책 제목을 보면서 내가 살아가는 것에 있어서 힘이 되는 것들을 생각해보았다. 가장 소중한 가족과 반려견이 있고 그 외에는 사실 있어도 그만 없어도 그만이라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이렇게 가족이 소중하고 중요한데 어느 날 갑자기 암이라는 이야기를 들었을 때 나는 앨리스 호프먼처럼 견딜 수 있을까?

잘나가는 작가로 활동하던 중에 유방암 진단을 받은 그녀 또한 이 선고로 인해서 자신의 생활이 헝클어졌다고 표현했다. 아내로써 엄마로써 자신으로써 납득하기 힘들결과고 어떻게 해야될지 모를만큼 막막했으리라. 주위에서 말하는 힘내라는 말, 괜찮을거라는 말, 견딜 수 있을 거라는 말, 모든 말들이 고맙지는 와닿지 않을 것이다. 고통과 절망은 개개인 마다 다르며 이것을 상대적인 평가로 위로하고 보듬어주는 것은 위험하다. 절대적인 고통과 절망 속에서 앨리스 호프먼은 고마운 말들을 뒤로하고 자기 자신에게 편지를 쓰기 시작했던 것이 이 책이다.



  책은 전혀 어렵지 않았다. 한 번에 술술 내력 읽힐 만큼 쉬운 구절들이었다. 그만큼 이 책을 어렵게 다가가지 않아도 된다는 의미이다. 큼지막한 글씨와 알록달록한 책 속의 내용은 소소한 것들에 대해 하고자 하는 욕구가 가득 담겨있다. 아프지 않고 건강한 사람이 저자에 대한 밑바탕 없이 책을 집어들었다면 '도대체 이게 살아가는데 무슨 큰 힘이 될까?'라는 의구심을 품을 수 있다. 그러나 저자에 대한 배경지식이 조금만 있다면, 또 암 뿐만 아니라 모든 병에 있어서 투병중이라면 일기처럼 쓰여진 이 하고자 하는 욕구들에 대하여 충분히 이해 할 수 있다. 건강할 때는 생각하지 못했지만 지나고보니 아쉬웠던 것들, 그리고 마음껏 즐기지 못하였던 것들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으니 말이다. 

그렇다고 건강한 사람들이 읽기에는 시시한 책이라는 소리는 단언코 아니다. 식상할 수도 있으나 내가 만약 아프다면 이러한 것들이 소중하구나라는 것을 깨달을 수 있으니 말이다. 그러나 식상하지만 이 것이 당연한 진리이고 사실이기 때문에 건강한 나는 앨리스 호프먼이 하고자 했던것들 마음껏 즐기고자했던 것들이 내가 자유로이 할 수 있고 표현하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 다시 한 번 되새기게 되었다.



 「살아가는 힘」은 전체적으로 책이 참 따스하다. 표지만 보아도 노란색의 따스함이 강조되어 있는 책인데다가 책 내용 또한 그렇다.

일반 책들 처럼 미색의 종이에 검은 활자들이 오가며 찍힌 책이 아니라 일반 책보다 책자 포인트도 그렇고 일러스트들이 파스텔톤으로 그리고 옅은 수체화 같은 느낌으로 빼곡히 채우고 있다. 아마 이 책을 읽는 사람들에 대한 배려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아무래도 이 책은 병과 상관없이 지금 당장 힘들다고 느끼는 사람들이 읽을테고 작가인 앨리스 호프먼은 그들에게 용기와 힘을 주고 싶었을 것이다. 그러한 마음이 이 책 가득 담긴 것 같다고 생각된다. 이 책을 읽고 있자면 따뜻한 엄마 품이 생각날 정도니까 말이다.



  누구든지 지금 힘들다고 느끼는 때에 이 책을 읽어보면 좋을 것 같다. 힘이 들 때 머리쓰면서 책을 읽지 않아도 되고 가만히 무기력하게 있지않아도 된다. 무언가를 하면서 위로를 받을 수 있는 책으로 안성맞춤인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아마 한동안은 내 책장에 가만히 꽂혀있을 책일 것 같다. 한 번 읽고 말 책이 아니라 힘이 들지 않는 요즘은 찾을 일이 없지만 그 언젠가 힘이들게 될 때 이 책을 책장에서 꺼내게 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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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광대를 위한 슬픈 발라드   

 

 

 기대하지 않고 보았던 영화는 예상 외로 내게 많은 것을 가져다 주었다. <광대를 위한 슬픈 발라드>에 대해 미리 알아보고 갔으면서도 자리에 앉아서 영화를 보기 시작하는 그 순간 까지만 해도 단순히 삼각관계를 그린 치정극 쯤 되는 영화일거라고 생각했다. 

아무 생각없이 도입부를 시작하고 이야기에 빠져들기 시작할 때, 더 이상 이 영화가 단순한 사랑 치정극을 다룬 영화가 아니란 것을 깨닫게 되었다. 

 

 생각보다 영화에 대한 평점은 떨어지지만 그에 대해서는 게의치않는 편이다. 영화에 대한 평점은 대중들의 평균적인 시선일 뿐, 영화 고유의 가치는 변하지 않는 것이므로 나에게 가치 있으면 좋은 영화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그런 의미에서 <광대를 위한 슬픈 발라드>를 보고 난 내 생각을 다른 이에게 강요하고 싶은 마음은 추호도 없다. 단지 해주고 싶은 말은 그 어떤 리뷰에 현혹되지 말고 "당신이 직접 보고 느껴라!"라는 것이다. 가치있는 영화를 찾기 위해서는 당신이 많은 것을 보는 수 밖에 없다. 

 

 

이 영화를 단순한 치정극으로 보지 않기 위해서는 스페인 내전에 대한 지식이 필요하다.

 

 앞서 이야기 하였듯이 나는 이 영화에 대해 대략적인 줄거리만 알고 갔으므로 스페인 내전과 같은 사회적인 사건을 풍자코미디로 다루고 있을 것이리라고 생각하지 못했다. 따라서 단순한 사랑치정극으로 바라보게 된 영화는 그냥 잔인하고 사악할 뿐이었다. 그러나 정확한 이해를 위해서는 사전에 스페인 내전에 대한 지식이 절대적으로 필요한 영화이다.  영화를 보는 시선이 달라지면서 연기하는 배우들의 감정이 섬세하게 이해되기 때문이다. 심영섭 평론가의 이야기를 빌리자면 이러하다. 

 

 

 심영섭 평론가

 

우선 이 영화가 다루고 있는 스페인 내전에 대해서 언급하는 게 좋을 것 같아요. 1936년 2월 총선거에서 스페인에 인민전선 내각이 성립되자 이것에 반대하는 프랑코 장군이 인솔하는 군부가 반란을 일으켜 치열한 내전이 일어났습니다. 독일과 이탈리아가 반정부군 측을 강력하게 지원한 것에 반대하여 인민전선 정부군 측을 원조한 것은 소련뿐이고, 영국과 프랑스 등은 불간섭 정책을 취했습니다. 그로 인해 점차 정부군 측에 불리하게 되어 1939년 3월 마드리드가 함락되었고, 내전은 프랑코 장군의 반정부군 측 승리로 끝이 났죠. (편집자 참고: 네이버 백과사전) 그 이후에 프랑코 정권은 무려 35년간 통치를 지속했어요. 따라서 이 사실은 스페인의 역사와 문화를 관통하는 하나의 트라우마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이걸 모르면 스페인어를 쓰는 문화권에 대한 이해가 상당 부분 불가능하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예요. 그만큼 유럽 내에서 중요한 사건이죠. 전쟁 당시에 좌파와 우파를 합쳐서 군인은 35만 명 정도가 목숨을 잃었고, 그 이후에 보복이나 처형으로 인해 20만 명 정도가 더 죽었습니다. 또한 카톨릭 사제와 수녀가 약 7천 명 살해되었습니다. 내전이 끝나고 프랑코는 영화에도 등장하는 전몰자의 계곡에 수만 명을 묻었습니다. 그런데 아이러니한 것은 프랑코도 거기에 묻혔다는 거예요. 오늘날 그곳은 숨기고 싶은 과거가 고스란히 드러나는 역사적 장소죠. 지금도 스페인에서는 프랑코 무덤을 거기서 옮기는 문제를 가지고 만날 싸워요.


 

<광대를 위한 슬픈 발라드>는 겉으로 보면 치정극의 형태를 띠고 있지만 의미하는 것들이 있죠. 웃는 광대가 프랑코 정권, 공화당, 가해자라면 슬픈 광대는 그에 맞서는 공산주의자, 국민당, 반역자입니다. 그 둘 사이에서 좀처럼 확신을 갖지 못하고 계속 여기 붙었다 저기 붙었다 하는 나탈리아는 스페인 국민처럼 보여요. 우리는 영화를 통해서 그들의 피 터지는 싸움으로 인해 수많은 사람이 죽음을 당한 스페인의 어두운 역사를 엿볼 수가 있습니다. 그렇다면 서커스 단원은 뭘까요? 이상주의자, 방관자겠죠. 이글레시아는 이 네 부류를 모두 긍정적으로 그리지 않습니다. 슬픈 광대도 웃는 광대에 맞서다가 결국 괴물이 되잖아요. 폭력의 속성이 드러나죠. 가장 사랑하는 것을 상실하고 나서야 스스로 어떤 짓을 했는지 깨닫게 되죠. 따라서 이 영화는 광대에 맞서는 광대, 악마에 맞서는 악마, 독재자에 맞서는 독재자를 그린 우화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한 가지 코드로만 해석할 수는 없어요. 이글레시아의 영화는 늘 혼성모방, 복잡한 상징, 과잉의 스토리텔링이 존재합니다. 처음부터 끝까지 이미지가 계속 바뀌는 걸 한번 생각해보세요. 나탈리아는 처음에 천사 같은 이미지였죠. 후광을 받으며 하늘에서 내려오잖아요. 하비에와 사랑에 빠지면서 약간 달라집니다. 그들이 데이트를 즐길 때도 나탈리아가 현실적이지 않은 공간으로 이끌어요. 유혹하는 겁니다. 마치 아담을 꼬시는 이브와 같은 느낌이 들어요. 그런 데서 팜므파탈 요소도 떠올리게 되죠.

 

(더 읽기: http://pariskitty.blog.me/165560783)

 

 

누가 가해자인가?

 

 영화를 보면서 가장 많은 생각을 하였던 부분이 바로 '누가 가해자인가?'였다.  웃는 광대 세르지오(프랑코 정권)는 나탈리(국민)를 사랑하기에 폭력을 휘두르는 괴물이 되었다. 나탈리는 세르지오의 폭력성을 감당하기 힘들어 하지만 자신을 사랑하기에 하는 행동이라고 믿는다. 이 때, 웃는광대의 반대가 되는 슬픈광대 하비에(공산주의자, 국민당, 반역자)가 등장하면서 나탈리는 세르지오에게 느끼지 못했던 다정함에 반해 갈팡질팡하게 된다. 두 남자(정권)은 나탈리(국민)을 사랑한다는 이유하에 점점 잔인하게 변해가고 결국 셋 다 파멸로 이른다. 아니, 추가하자면 방관자였던 서커스단원(주변국)마저도 피해보지 않았던가?

 

드러난 표면적인 문제로 보자면 어린 시절 정부에게 희생을 강요당해 아버지 마저 잃었던 슬픈광대 하비에는 나탈리의 꼬임에 넘어간 피해자라고 생각될지도 모른다. 그러나 결국은 그도 변질했다. 심지어 그는 천사 나탈리의 소리를 들었다는 주장으로 연쇄살인도 서슴치 않는다. 어떤 면으로 보자면 세르지오를 뛰어 넘는 광기를 보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가 끝까지 피해자라고 할 수 있는가?  

 그렇다면 나탈리는 어떠한가? 그녀는 두 남자사이에서 갈팡질팡하며 마음을 정하지 못한다. 결국 두 남자를 파멸로 이끈 나탈리를 가해자라고 할 수 있겠는가?

 

돌고도는 사이클처럼 누가 가해자이고 누가 피해자인지 끝끝내 정할 수 없다. 그러나 모두가 비극적인 결말로 끝을 맺었다는 것만은 확실하다. 

 

 

 

 

 

영화가 남긴 것 

 

 어쩌면 많은 리뷰어의 말대로 이 영화는 다소 매니악하고 이해하기 어려운 어떤 부분이 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이 보다 더 특별한 영화를 보기 어디 쉬운가?  내전의 아픔을 우리네 영화와 달리 꼬집는 스페인 영화에 대해 한 번 놀라고, 사전 지식이 충분하다면 각 씬에서 상징화 처리 되는 인물이나 교회가 큰 의미로 다가오는 것을 느낄 수 있다. 

 

이 영화에 대해 '알렉스 드 라 이글레시아 감독이 스페인 내전을 배경으로 만든 영화 <광대를 위한 슬픈 발라드>는 처절하다. 마지막까지 관객을 극단의 감정으로 몰고 간다.'라고 표현한 기사를 읽은 적이 있다. 그렇다. 내전의 역사를 코미돌 풀었으나 '코믹'하지 않았고 전쟁의 시발점과 마찬가지로 인간의 광기로 괴물이 되는 것은 시작이 어렵지 첫 걸음을 떼는 순간부터는 순식간에 흘러간다.  

 

미친 광기를 연기한 연기자들의 열연이 놀랍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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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디어 9월!

사랑과 힐링에 관한 책들이 많이 쏟아져 나와서 행복하다.

가능하다면 많은 독서를 하고 싶다.

 

 

      첫 번째, kiss kiss kiss

  [너에게 뽀뽀 하고 싶어 :

                         다비드 칼리,세르주 블로크/아트버스]

 

 제목만으로도 말랑말랑 해지는 기분.

누군가와 뽀뽀하고 싶어진다면 제목만큼 솔직하게 고백하고 싶다.

'너에게 뽀뽀하고 싶어.'라고. 처음에는 일러스트와 귀엽고 아기자기한 그리고 좀처럼 신간을 보기 힘들었던 사랑에세이라 눈길이 갔는데, 이 책 드라마에서도 언급되었었구나! 하고 다시 놀랐던 책.

드라마를 안보니 몰랐지만, 이 책만큼은 꼭 읽어봐야겠다.

좀 처럼 보기 힘든 사랑에세이라서 더 놓치기 싫은 책.

 

 

 

 

      두 번째, 성장과 치유를 위한 힐링 스토리 24

 [이야기 테라피 : 이시스/이야기나무]

 

 이번 9월의 신간들은 부드러운 이야기의 에세이들이 많은 것 같다. 개인적으로는 이런 스타일의 에세이를 선호하는 편이라 반갑지 않을 래야 않을 수가 없다.  

경쟁, 나 자신의 존재, 사랑 등등 다양한 분야에서 상처 받은 이들에게 심리치유와 상담분야에서 10년간 일해 온 이시스가 들려주는 힐링 스토리.

감각적이고 따스한 이야기로 가득 차 있는 이 책은 심지어 독자스스로가 이야기를 통해 치유와 성장도구로 발판을 삼도록 만들었다니 역시 놓치지 말고 읽어야지라는 생각이 든다.

 

 

 

      세 번째, 어느 성폭력 생존자의 빛나는 치유 일기

  [눈물도 빛을 만나면 반짝인다 :은수연/이매진]

 

 가장 심각한 사회적 문제인 왕따, 성폭력, 묻지마 살인.

그 중의 하나인 성폭력. 같은 여자이기에 남일 같지 않다.

당사자가 아니기에 그녀의 마음을 위로하고 이해한다고 섣불리 말 할 수는 없지만 그래도 꿋꿋이 그녀가 살았으면 좋겠다는 마음은 부끄럼없이 고백하고 싶다.

아빠에게 성폭력이라니, 너무 슬프고 잔인하지만 그녀가 솔직하게 모든 것을 밝힘으로써 내려놓길 바라는 마음에 그녀의 힘있는 도전을 격려하고 싶다.

 

 

 

      네 번째, 위대한 문학작품에 영감을 준 숨은 뒷이야기

 [그렇게 한 편의 소설이 되었다 :

                              실리어 블루 존스,신선해/지식채널]

 

 '위대한 작가라고 해서 문학적 영감이 하늘에서 그냥 툭 떨어지는 것은 아니었다.'이 말이 나를 사로 잡았다.

우리를 사로 잡는 문학 작품들은 어떻게 태어난 것일까?

이 책은 그 문학들이 탄생될 수 있었던 배경들에 이야기하고 해당 문학에 대해 짧게 이야기 한다.

그 동안 궁금했던 비밀을 파헤치는 보물지도 같은 책이 되지 않을까 기대한다.

 

 

 

       다섯 번째, 삶의 무대 위에 선 이들에게 보내는 20통의 편지

 [종이로 만든 배 :최창근/이매진]

 

 이번 9월 신간들은 사랑과 힐링에 관한 책들이 많이 쏟아져 나왔다. 비슷한 맥락의 책. 종이로 만든 배.

종이로 만든 것 같은 코믹우울몽상가 최창근의 첫 산문집이다.

누군가에게 쏟아내는 듯이 써내려간 글들. 

특별한 맛보다는 너무나도 담백하여 자꾸 찾게 되는 맛이 있듯이 이 책이 그러할 것 같아 살짝 기대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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