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세히 관찰해 보면, 우리는 그런 천부적 재능뿐만 아니라 무슨 능력이라도 ― 아무리 하찮은 능력이라 할지라도 모두 ― 타고난단 말입니다. 즉, 하느님께서 점지하시지 않은 능력이라곤 없지요. 다만 사람들은 우리의 모호하고 산만한 교육 때문에 불확실한 길을 가는 것뿐이지요. 우리의 교육은 본능에 활기를 불어넣어 주지는 않고 욕망만 자극하고 있어요. 그리고 진정한 소질이 싹을 틔우도록 도와주지는 않고, 그런 소질을 향해 나아가려고 애쓰는 본성에는 전혀 어울리지도 않는 대상들을 지향하도록 부추기기만 한단 말입니다. 나는 한 아이나 젊은이가 자신의 길 위에서 방황하고 있는 모습이 낯선 길 위에서 바르게 걷고 있는 것보다 훨씬 더 바람직하다고 생각해요. 전자는 자기 혼자서나 남의 안내를 통해 올바른 길, 즉 자기 천성에 알맞은 길을 한번 찾기만 하면, 다시는 그 길을 놓치지 않을 것입니다. 그러나 후자는 낯선 굴레를 떨쳐버리고 절대적 방종의 늪에 빠져버릴 위험에 시시각각으로 봉착하게 된단 말입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제가 항상 진보하고 있고 결코 퇴보하지 않는다는 사실, 제 행동이 제가 완전무결성에 관해 평소에 지녀오던 그 표상에 점점 더 가까워지고 있다는 사실, 그리고, 여러 가지 일을 미처 행하지 못할 정도로 육체가 쇠약한데도 제가 옳다고 생각하는 일을 하는 것이 날로 손쉽게 느껴진다는 사실 ― 이 모든 것이 신성이 아닌 인간 본성에서 유래하는 것이라고 설명될 수 있을까요? 인간 본성의 타락상을 너무나도 깊이 통찰해 온 저로서는 결코 그렇게 설명될 수 없다고 봅니다.
저는 계명이라곤 거의 기억하고 있지 않으며, 법의 형태를 띠고 저에게 나타나는 것은 더 이상 아무것도 없습니다. 저를 다스리고 언제나 올바르게 인도하는 것은 본능입니다. 저는 자유로이 제 의향을 따르고 있지만, 조금도 속박감이나 후회를 느끼지 않습니다. 다행히도 저는 제가 어느 분의 은총을 입어서 이와 같은 행복을 지니게 되었는지를 잘 인식하고 있으며, 제가 아주 겸허한 마음으로 이 같은 특전을 받아들여야 한다는 것을 잘 인식하고 있습니다. 정말이지 저는 ‘어떤 보다 높은 힘’이 우리를 지켜주지 않는다면 모든 인간의 가슴속에서 얼마나 무서운 괴물이 생겨나고 자라날 수 있는가를 너무나도 분명히 인식했기 때문에, 저 자신의 능력과 역량을 자랑하는 위험에는 결코 빠지지 않을 것입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제 취미와 사고방식을 그렇게도 변화시켜서, 스물두 살이란 정말 이른 나이에 저로 하여금 이 나이 또래의 다른 사람들은 천진스럽게 즐기는 사물들에서 전혀 즐거움을 느끼지 못하게 만든 것이 도대체 무엇이었을까요? 왜 그 사물들이 저에게는 천진난만하게 보이지 않았을까요? 저는 아마도 이렇게 대답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그것은 바로 그 사물들이 저에게는 천진난만하게 보이지 않았던 때문이며, 다시 말해서, 제가 제 또래의 다른 사람들과는 달리 제 영혼을 모르고 있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그렇습니다, 저는 저절로 얻게 된 경험으로 이 세상에는 보다 고상한 느낌이 존재하며, 이 느낌이 쾌락 속에서는 도저히 찾을 수 없는 모종의 즐거움을 실제로 우리들에게 선사한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습니다. 또, 이러한 보다 고상한 기쁨 가운데에는 동시에, 우리가 불행해졌을 경우에 우리의 마음을 굳세게 북돋우어 주는 신비롭고도 소중한 힘이 비장되어 있다는 사실도 알았습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또한 그들이 의견의 일치를 본 사실은, 소설에서는 우연이라는 것이 상당한 작용을 할 수 있긴 하지만, 이 우연은 반드시 인물들의 생각을 통해 조종되고 인도되어야 한다는 점이었다. 이와 반대로 운명이라는 것은 인간들이 관여하지 않더라도 인간들을 전혀 무관한 외적 상황을 통해 예측할 수 없는 대참사 쪽으로 휘몰아치는 법인데, 이런 운명은 희곡 속에서만 나타난다는 것이었다. 또한, 우연은 고통스럽고 슬픈 상황을 야기할 수는 있지만, 결코 비극적 상황을 야기할 수는 없는 반면, 운명이란 언제나 가공할 것이어서, 죄 있는 행위나 죄 없는 행위, 그리고 서로 무관한 독립적 행위들을 불행하게 결합시킴으로써 고도의 의미에서 비극적으로 된다는 것이었다.
이런 고찰을 하다 보니 화제는 다시금 저 기묘한 「햄릿」과 그 희곡작품의 특이성 쪽으로 옮겨갔다. 그들이 말한 바에 의하면, 이 주인공도 원래는 생각밖에 갖고 있지 않으며 그에게 부딪혀 오는 것은 단지 사건들뿐이라서, 이 희곡 작품은 어딘가 소설의 연장 같은 데가 있긴 하지만 계획을 한 것은 운명이었고, 이 작품이 무시무시한 행위로부터 출발하고 있기 때문에, 그리고 주인공이 무시무시한 행위를 향해 앞으로 내몰리고 있기 때문에 이 작품은 지고(至高)의 의미에서 비극적이며, 또 비극적 결말 이외에는 다른 해결책이 있을 수 없다는 것이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안 돼!" 그는 소리쳤다. "냉담한 세속인 같으니라구! 당신 같은 인간이 감히 친구가 될 수 있으리라고 자만하다니! 당신이 나에게 제공할 수 있는 모든 것을 다 합친다 해도 이 불쌍한 사람들과 나를 맺어주는 감정과는 결코 바꿀 수 없는 것이다! 내가 당신한테서 별로 기대할 게 없다는 것을 그래도 때늦지 않은 시간에 알게 된 것이 천만다행이구나!"
그는 자기를 향해 마중 나오는 미뇽을 두 팔로 껴안고 소리쳐 말했다. "안 된다! 착하고 귀여운 애야, 이 세상 아무것도 우리를 떼어놓을 수는 없다! 겉보기에 현명한 듯이 보이는 이 세상에서의 처신 때문에 내가 너를 버려서도 안 되고 네게 해줘야 할 의무를 잊어서도 안 되지."
평소에는 그 아이의 격렬한 애정 표시를 물리치곤 하던 그가 이렇게 뜻밖에도 정다운 표시를 해주자 아이는 반가워하면서 꼭 매달려 왔다. 그래서 그는 결국 그 아이를 억지로 떼어놓지 않으면 안 되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