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7.금 4시 대한극장

 

튜링은 흔히 말하는 집단따돌림을 당하는 학생이었다. 그러면서 폭력에 대해 나름의 정의를 내리고 나름의 대처방법도 터득해 나갔다. 그것은 혼자서 할 수 있었던 것은 아니었다. 튜링과 수석을 다투던 크리스토퍼가 있었다. 크리스토퍼는 튜링에게 암호해독에 관한 책을 선물하기도 했다. 튜링이 사람들의 언어를 암호처럼 느낀다는 사실이 그 책에 빠져들게 만들었을 것이다. 어느샌가 둘은 서로를 아끼고 사랑하는 사이가 되었지만 크리스토퍼는 불의의 사고로 세상을 떠나고 말았다. 제2차 세계대전이 일어나자 26세의 수학교수 튜링은 암호해독 지원군에 신청했다. 전쟁에 대해서는 몰랐지만 폭력과 게임이라면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전쟁을 모르는 튜링은 면접에서 퇴짜를 맞았지만 전쟁을 너무나 잘 아는 사람들에 의해 결국 발탁되었다. 튜링이 독일군의 암호를 해독하기 위해 한 일은 계산 기계(크리스토퍼)를 만드는 것이었다. 그는 동료들의 질시와 따돌림 속에서도 굴하지 않고 자신의 일을 계속해 나갔다. 그는 자신만의 전쟁을 수행하고 있었다. 그리고 좋은 전우를 만났다. 클락은 튜링이 동료들의 도움을 받을 수 있도록 중재 역할을 했고 결국 모두의 노력으로 기계는 암호 해독을 해냈다. 그러나 게임은 끝나지 않았다. 인간은 결코 해독할 수 없는 암호와도 같은 존재이기 때문이다. 튜링은 자택에서 여전히 크리스토퍼와 지내며 나날이 똑똑해지는 그의 친구를 자랑스러워한다. 그러나 동성애자인 그에게 호르몬 치료 명령을 내린 정부에 의해 그는 외로움에 감금되어 버렸다. 전쟁에서 수많은 인명을 구해냈지만 그의 업적은 정부에 의해 철저히 비밀에 붙여졌을 뿐이다. 그에게 사람들의 언어는 끝내 해독 불가능한 암호였을 뿐이다. 그의 크리스토퍼는 사람들의 암호를 해독하고 싶은 그의 열망이 만들어낸 피조물이었다. 이 피조물은 지금 지구에서 인류와 함께 살아가고 있다. 그리고 튜링의 열망대로 인류의 암호를 점차 해독해가고 있다. 급속도로 스마트해지고 있는 수많은 크리스토퍼들은 인류와 점점 닮아갈 것이다. 그들은 신인류가 되어 지구를 정복할 지도 모른다. 인류의 미래는 미래의 신인류와의 관계에 달려있는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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