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진 시대의 철학
김정현 지음 / 책세상 / 2018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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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진 시대의 철학, 현대인의 자아신경증 치유는 가능한가
 

 

블안의 치유와 소통의 사유, 자기긍정으로 보살펴라 

 



현대사회는 성과 사회다. 이로써 피로 사회로 연결된다.
엄청난 속도로 굴러가는 삶은 과잉 행동을 야기하고
피로와 불안을 증대시킨다.
이는 현대사회가 삶의 기속화에 따라
피로사회와 불안사회의 이중 결속을 필연적으로 불러일으키며
물질적 풍요를 누리는 대가로 스스로를 착취하는 모순에 빠진 상태임을 의미한다.
즉, 문명은 발전하되 우리는 상실감을 안고 살아가야 하는 것이다.

철학박사 찰스 테일러는 현대인의 불안 원인으로
개인주의, 도구이성의 지배, 중앙집권화된 관료주의 정치를 꼽았다.

개인주의는 각자 자신의 삶에만 초점을 맞추기 때문에, 즉 자기 몰입에 빠져
세계와 삶에 대한 광범위한 시야를 상실하는 계기가 된다.
도구이성의 지배는 모든 것을 시장적 조건, 즉 소득-비용 효율성으로 평가하기에
건강한 삶의 목표가 상실됨을 의미한다.
위 두 가지는 정치에 영향을 미쳐
자아도취적 개인의 고립성은 중앙집권화된 관료주위 정치세계에서
개인의 무력화 및 공공 영역에서의 소외 등을 야기한다.




 



성과사회와 피로사회라는 이중적 특징을 지닌 현대사회는
자연스레 개인의 불안을 조장한다.
인간의 불행에는 여러 원인이 있겠으나
현 세대의 특징적 불안을 꼽자면 공허감, 고독감, 불안이겠다.

텅 비어 있다는 느낌의 공허감은 어떤 일을 수행할 만한 힘의 상실을 의미한다.
이는 원만한 대인관계를 방해하고
절망감이나 자학으로 이어지게 마련이다.
고독감 역시 자의식과 삶의 좌표를 망가뜨리는 데 일조한다.
그리고  현대인의 가장 큰 문제점인 불안은
인간의 정신적 힘과 실존적 불확실성에 영향을 미쳐
스스로를 성과적 자동인간으로 규정하고 닦달하게 만든다.

이러한 모든 증세의 치료를 위해 작가는
여러 철학자들의 이론을 꺼내 삶에 대한 성찰을 주장한다.
'자기관계성의 위기'로 규정한 현대인의 문제를
외형적이고 세속적인 가치가 아닌
정신적 가치와 인간의 존엄성에 대한 성찰로써 해결하라고 권한다.
타인과의 관계를 인격적으로 유지하고
삶을 진실성 있게 이끌어나감으로써
열린 정신과 소통할 것을 권한다.

 




 

처음부터 끝까지 순서대로 읽어나갈 필요가 없는 책이다.
내가 원하는 부분만 골라서 읽어도 좋은,
요즘 세상 돌아가는 모양새가 하 수상하여 마음이 몹시 불안하다면,
건강한 정신으로 잘 살아가고 싶다면
쉽게 읽히는 책은 아니지만 일독하는 것도 좋을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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멸화군 - 불의 연인
정명섭 지음 / 네오픽션 / 2018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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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의 연인 멸화군, 끝나지 않는 싸움 
 

 

 


​불꽃 같은 그대여, 나를 잊지 마소서 
​이렇게 소개를 하자니, 로맨스 소설에 치중하는 듯하고


인간의 욕망을 먹이삼아 몸집을 키우는 화귀
라고 소개하자니, 완전 초자연적 존재를 다룬 판타지 스릴러 장르로 빠지는 듯하고

 

원한을 품고 화귀가 된 아버지와 멸화군으로서 세상을 구하려는 아들
이라고 소개하자니 막장드라마가 아닌가 싶은 소설

​≪멸화군, 불의 연인≫이다.

결국 ​영웅도 초자연적 존재도 등장하는 무용담이지만
연애의 감정과 사랑을 은은하게 깔아놓은 로맨스소설이기까지.
몇 마리 토끼를 다 잡은 소설이라 하겠다.


​ 

 

 

 

 


멸화군(滅火軍), 조선 시대 소방대원들이다.
총 2부로 펼쳐지는 이야기로, 450여 페이지에 달하는 소설은
금방 끝나버린다. 아, 아쉬워.
이 작가의 글을 더 읽어보고 싶은 마음이 든다.

 

제1부의 주인공은 길환, 불귀신 화귀와 싸워야 하는 운명을 타고난 영웅이다.
태조 이성계가 조선을 세울 당시 그의 신임을 얻어 멸화군 조직을 탄생시키게 한 길환은
멸화군으로 활동하던 중 불길 속에서 연모하던 기생 홍연을 구한다.
하지만 어렵게 맺은 부부의 인연은 화귀와의 숙명적 악연과
화귀 못지않은 인간들 사이의 물밑 정치의 희생양이 되어버린다.

 

제2부의 주인공은 길우. 길환과 홍연의 아들이자
홍연을 길환의 고향으로 데려간 길환의 벗 태우의 아들이다.
홍연은 길환과 태우의 이름 한 자씩을 따 아들의 이름을 짓고 그를 기린다.
어느새 열아홉이 된 길우는 마을에서 한양으로 떠나 할 일을 하고
멸화군을 모두 이끌고 고향으로 돌아오라는 명을 받는데...

 

 

 

 

 

 

길환의 고향에서 길환은 또래 중 가장 뛰어난 아이였다.
언제든 분쟁을 만들어 인간 세상을 지배하려 드는 화귀들과 맞서 싸우지만
인간 세상에는 존재를 드러내지 않으며 숨어 사는 부족.
그것이 길환의 고향이요, 가족이었다.
하지만 길환은 한적한 곳에 묻혀 존대감 없이 살아가고 싶지 않았다.
화귀들과의 싸움에서 사람들 몰래 주술을 써 화귀를 소멸시키고 잔불을 정리하고는
싸움이 끝나면 얼른 자리를 떠나는 그림자 같은 인생이고 싶지 않았다.
사람들이 사는 세상에서 보란듯이 살고 싶었다.

 

결국 그의 바람대로 이성계의 눈에 든 길환은 부족의 젊은이들과 함께
한양에서 생활을 시작한다.
하지만 정치와 권력을 다투는 무리들은 어느 곳에나 있게 마련이었고
길환과 멸화군은 그들에게 희생된다, 처참하게.

길환은 자신 때문에 함께 온 고향 사람들까지 모두 역모죄로 고초를 당하자
그들을 구하고자 저항하다가 경회루 연못에 문신 새긴 몸을 던진다.
잠시 세상이 잠잠해지는 듯하다.
그저 착각일 뿐이었다.
이방원이 왕에 올랐다.

 

 

 

 

 

 

 

 

한양, 궁궐을 둘러싼 운종가에는 불길한 징조들이 거듭 나타난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멸화군들과 길우, 그리고 왕명을 받은 청년 등이 사건을 조사해 나간다.
이 와중에 길우와 함께 멸화군으로 들어온 중 달성이 죽고
달성의 여동생 비화가 큰스님의 명을 받들어 길우에게 오는데...

 

'아비의 운명을 되풀이하는구나.'

 

이 구절을 읽은 뒤부터 몹시 슬펐다.
운명은 왜 이렇게 혹독한가, 잔인한가, 왜 꼬이는가 싶었다.
하지만 길우는 멸화군을 모두 고향으로 데려오라는 명을 받지 않았던가.
그렇기에 희망을 놓지 않고 계속 읽어갈 수 있었다.

 

 

 

 

 

 

 

 


이성계의 고집스러움을 꺾은 이방원의 간계, 옥좌를 공고히 하려는 그의 야심은
소설 전반에 흐르고 멸화군들의 고초를 야기한다.
이방원의 간계에 또다른 간계로 맞서는 화귀는 끝내 안타깝다.
인간들의 마음속에 하나씩은 있을 법한 야욕과 분노가
불의 지배를 받아 불로 나타나는 과정도 흥미롭다.

사람들 틈에 끼어 분란을 조장하고 감정을 유린하는 화귀,
사람들에게 외면당하고 멸시받으면서도 그들을 지키고자 하는 멸화군,
그 사이에 놓인 수많은 군상,
그 모든 것을 아우르는 소설 ​≪멸화군, 불의 연인≫.
요즘 한국소설 정말 재미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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콘클라베 - 신의 선택을 받은 자
로버트 해리스 지음, 조영학 옮김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18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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콘클라베Conclave, 신의 선택을 받은 자 혹은 신의 성배가 선택할 자!

 

 

 

 

 

 

최고 권력을 향한 인간의 야욕, 그리고 이 시대를 향한 신의 의지!

 

 

 

 

 

 

가톨릭교회의 최고 지도자 교황이 선종했다.
이에 따라 전 세계 곳곳에서 118명의 추기경들이 시스티나 예배당에 모여
차기 교황을 선출하기 위한 추기경들의 비밀회의, 즉 콘클라베에 들어간다.
그들 모두는 성인들이며 동시에 야망이 있는 남자들이다. 그리고 서로 경쟁 관계에 놓여 있다.
차기 교황으로 가장 유력시되는 추기경은 모두 네 명이다.

 

조지프 트랑블레 추기경: 머리 좋고 매체를 잘 다루는 걸로 알려진 프랑스계 캐나다인
조슈아 아데예미 추기경: 동성애엔 강경한 입장이지만 다양성을 중시하는 나이지리아인
조프레도 테데스코 추기경: 다시 라틴어로 행사를 주관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초보수주의자 이탈리아인
알도 벨리니 추기경: 늘 초연하고 냉정하고 지적이어서 진보주의자들의 위대한 희망으로 군림하는 이탈리아인

 

 

 

 

 

 

 

콘클라베. 열쇠로 잠그는 방, 열쇠가 있어야 들어갈 수 있는 방이라는 라틴어다.
이는 후보자를 정하지 않은 상태에서 후보를 압축해나가고
많은 사람의 동의를 얻은 추기경을 교황으로 정하는 절차이다.

바티칸 교황청과 세계 각지의 추기경들이 모여 갇힌 채로 투표를 진행한다.
3분의 2의 득표를 하는 이가 나올 때까지 계속해서.

각각의 경쟁자들은 저마다 지원 세력이 있고 강점과 약점 또한 갖추고 있다.
72시간이 지나면 그들 중 오직 한 명만이 인류의 영적 지도자,
이 땅 위의 가장 영향력 있는 종교 지도자가 될 것이다.
가톨릭 신자들은 물론 전 세계 사람들이 누가 교황에 선출될지를 지켜본다.
일반인들은 콘클라베가 진행되는 동안 성당과 연결된 굴뚝에서
어떤 색깔의 연기가 나타날지에 촉각을 곤두세운다.
검은색 연기는 선거가 계속 진행 중이라는 의미이고,
흰색 연기는 차기 교황이 정해졌다는 의미이다.

 

 

 

 

 

 

콘클라베 과정에서 인간의 야망, 음모, 배신, 증오 등이 무럭무럭 피어오른다.
그리고 이 모든 상황을 관리하는 로멜리 추기경을 비롯한 여러 추기경은
선종한 교황에 대한 애도와 슬픔을 드러내기보다는
이 모든 절차가 착오 없이 제대로 처리되는 과정에만 더 신경을 쓴다.
게다가 교황의 절대적 지위에 오르는 사람이 자신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추기경들은 음모를 모의하고, 결국 서로를 배신함으로써 자기기만에 빠진다.
비공개로 진행되는 콘클라베 기간 동안은 외부와의 소통이 철저히 금지되지만
교황 후보 추기경들은 마치 정치인 같은 행보를 내보인다.
동료의 과거를 들춰내고, 상대를 비난하고, 성직을 매수하는 등 추악한 모습이 펼쳐지는 것이다.
그런데 선대 교황이 비밀리에 임명한 추기경, 의중 결정 추기경이 등장하면서 상황이 묘하게 흘러가는데...

 

 

이곳이 방주로구나.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다.

혼란의 파도에 휩싸인 방주.




 

 

 

 

 

 

 

 

 

인간의 욕망은 신을 모시는 이들도 제어하지 못하는 걸까.
무교인 나로서는 신을 믿는 이들에 대해 별다른 신뢰나 악감정이 없는데
≪콘클라베≫를 읽는 동안은 로멜리 추기경단장의 심리 변화에
자꾸 이랬으면 저랬으면 하는 생각을 떨치지 못했다.
신앙을 가진 이들에게 존경받는, 초탈한 존재인 듯한 추기경들도
결국 인간 군상의 모습이 그대로 묻어나는 것을 보며 왠지 찝찝했달까.
인간의 보편적 욕망에 무릎 꿇는 이들을 보며 신의 존재에 대해 의구심 한 번 품어보았다.

 종교의 의미를 되새겨보고 싶다면,

종교의 이면을 들여다보고 싶다면 일독해도 좋을 책 ≪콘클라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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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억이 머무는 밤
현동경 지음 / 상상출판 / 2018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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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억이 머무는 밤-그밤, 언젠가 함께였던 모든 순간의 기록!

 

 

 

 


사람의 향기와 그리움을 따라간 길 위에서 만나고 보고 듣고 겪은 순간들!

 

 

 

 

 

 

 

누군가 그림은 덧셈, 사진은 뺄셈이라 했다.
하얀 도화지 위에 수많은 선을 하나씩 채워 나가는 그림처럼
우리의 일상 역시 끊임없이 무언가를 채워 나가는 모습이 꼭 덧셈만 같다.
반대로 꽉 채워진 프레임 안에서 불필요한 요소를 하나씩 제거해 가는 사진과 같이
어지럽게 뒤엉킨 삶의 배경에서 자기 자신을 하나씩 빼내어
길 위에 온전히 홀로 서게 되는 여행은 꼭 뺄셈 같기도 하다.

 

 

삶을 비우기 위해서는 훌쩍 여행을 떠나는 용기가 필요하다지.
난 그런 면에서 따져보자면 정말 용기가 부족하다.
어딘가로 떠나자 싶으면 딸려오는 걱정들이 너무 많다.
나 없어도 잘 돌아갈 텐데, 그럴 텐데... 생각하면서도
그럼에도 불구하고 일상을 놓지 못한다.
그래서 여행 에세이, 여행 사진집 등은 나에게 참 진한 동경을 받곤 한다^^

 

 

 

 

 


지금까지도 수많은 사람과 숱한 만남을 가지고 숱한 추억을 쌓았건만
그럼에도 아쉽다면, 아직 부족하다고 생각한다면 여행이 필요하다.
새로운 사람을 만나는 것,
새로운 추억을 쌓고 새로운 만남을 더 긴 만남으로 가꾸는 것,
그 인연으로 위로받고 감사하며 아름다운 인생을 살아가는 것,
이것이 여행이 주는 묘미 아닐까.
문득 네팔로 티베트로 여행 갔던 젊은 시절이 떠오른다.
그땐 무슨 용기가 그렇게 샘솟았던 걸까.
그때 만난 소중한 인연들, 어느새 연락은 끊겼지만
가끔 그들이 떠오른다. 소중한 기억이다. 아름다운 날들이었다.

 

 

 

 

 


세상은 생각보다 나에게 관심이 없다.
그런데 요즘은 나마저도 스스로에게 관심이 없다.


요즘 들어 인생을 잠깐 정리해보고자 하는 마음이 들어
오히려 갈피를 잡지 못하고 스트레스에 시달리는 횟수가 늘었다.
용기 있게 훌쩍 떠나 결론을 내고 오지 못하기에
일상을 붙들고 고민하고 또 고민하고 계속 고민하는 참이다.

20년 넘게 해오던 일을 정리하는 쪽으로 마음을 굳히고 있어서
좀 심란한 건 안 비밀.
아이를 위해 이런 선택을 한다는 게 100퍼센트 팩트는 아니지만
이제 정말 쉬어가는 걸음이, 인생의 쉼표가 필요한 때가 맞다 싶다.
그럼에도 여전히 아쉽다.
그래서 그 아쉬움을 달래보고자
몇 날 며칠 현동경의 여행에세이 ≪기억이 머무는 밤≫을
잊고 있었던 척 무심한 척 띄엄띄엄 들춰보면서
그의 일흔여섯 번째 밤까지를 함께 만끽했다.

 

 

 

 

 

 

 

 

 

 

 

 

 

 

 

 

어쩌면 무언가를 하겠다는 마음도, 일상과 같다는 여행도,
더불어 숱한 것들이 어쩌면 '문고리'를 돌리는 행위쯤의
아주 사사로운 것에서부터 시작되는 것은 아닐까.

 

 

 

 

 

 

 

 

날도 좋으니 무엇에도 구애받지 않은 채 여유를 만끽하는 사람들이 부러웠던 나는
약 2년 동안 여행을 떠나는 거라고 생각하기로 한다.
그렇게 마음먹기로 한다.
실제로 내 오랜 일상을 벗어나는 것이기에 이것은 여행이다.
새로운 길에서, 새로운 여행길에서
나도 만나고 보고 듣고 겪은 순간들을 어쩌면 기록할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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넬리 블라이의 세상을 바꾼 10일 넬리 블라이 시리즈
넬리 블라이 지음, 오수원 옮김 / 모던아카이브 / 2018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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넬리 블라이의 세상을 바꾼 10일, 여자 기자도 스펙터클한 취재를 할 수 있다!

 

 

 

 

 

 

 

진심으로 원한다면 할 수 있어요! 문제는, 그걸 원하느냐는 데 있죠!

 


 



​"여자들은 과장해서 쓰기 때문에 정확성을 요하는 취재를 맡길 수 없다."

당시 취재 기자가 대부분 남성이었던 시절, 이런 견해는 아주 당연시되었다.
심지어 사무실에 여기자가 있으면 남자 기자들이 불편하다라는 이유로

여성 구직자들은 일자리시장에서 배당했다.
그리고 넬리 블라이는 이러한 억압과 인식을 순식간에 날려버리고
여성에 대한 사회적 편견에 끊임없이 저항했으며
여성도 무엇이든 할 수 있고 무엇이든 될 수 있다는 신념을 증명해냈다.

그녀에게 불을 지핀 것은 '여자아이가 무슨 쓸모가 있나'라는 제목의 여성 혐오 칼럼이었다
칼럼을 읽고 분노한 소녀는 성차별 반박 칼럼을 '외로운 고아 소녀'라는 가명으로 보냈고
신문사 편집장은 그녀에게 주목해 재능을 알아보고 기자로 채용한다.
'넬리 블라이'라는 필명 역시 편집장이 그녀에게 준 선물이었다.
2년 동안 기자로 활약하던  넬리 블라이는 목숨을 걸어야 할 만한 위험한 취재에 나서는데,
환자 학대로 악명 높은 뉴욕의 성신병원에 잠입해 그 참혹한 실태를 고스란히 알아오는 것이었다.

 

 


 

 

 

 

 

 

정신병원에 들어가기 위해 미친 것처럼 행동하려던 그녀는
사실, 그다지 힘들이지 않고도 정신병원으로 직행한다.
정신병원에 들어가는 게 이렇게 쉽나, 싶을 정도랄까.
의사들은 대충대충 건성건성 대상자를 살펴보고 약간의 질문을 던지고는
간호사들과 잡담을 나누며 대상자를 정신이상으로 분류한다.
정신병원에 가기 전부터 그녀가 고민하고 준비한 내용들,
여성 노숙자를 위한 집에서 밤을 보내며 어떻게 미쳐 보일까를 궁리했던 노력은 아무짝에도 쓸모없었다.
결국, 그녀가 만난 몇몇 의사들의 자질이 의심되는 순간이었고,
그들에 대한 신뢰는 밑바닥으로 떨어지고 만다.

 

 

 

 

 

 

 

 


넬리 블라이는 블렉웰스 섬의 정신병원에 들어간 첫날부터 퇴원할 때까지
자신이 보고, 듣고, 겪고, 느꼈던 모든 것을 굉장히 건조한 어투로 풀어놓았다.
신문 기자라는 직업 특성상, 과장하거나 감정이 개입되어서는 안 되었기 때문일까.
그녀는 자신이 환자로 있는 동안 받았던 대우는 물론이고,
자신의 말이 전혀 받아들여지지 않는 상황을 절감했다.
정신병자로 낙인찍힌 이의 말에 귀 기울일 사람이 과연 몇이나 될까.
나도 편견을 이기지 못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 잠시 우울해졌다.
또한 그녀와 함께 있던 1600여 명이 환자들이 겨우 16명의 의사에게 진단 및 처치를 받고
의사들의 묵인 또는 태만 아래서 자행되는 간호사들의 가혹행위가 낱낱이 까발려진다.

몇 장의 수건을 몇십 명이 함께 사용해야 하다니,
함께 수건을 쓰는 누구에게 피부병이 있고 누구에게 무슨 증상이 있든 그걸 거부할 수가 없다.
거부하는 순간 날아오는 건 욕설과 손찌검,
심지어 환자의 몸을 자신들의 몸으로 내리누르는 등의 가혹행위는 비일비재했다.
게다가 당장 쓰레기통에 처박아도 될 만한 음식들,
한겨울에 냉수로 목욕을 해야 하는 것에도 불만을 터뜨려봤자 보복만 받을 뿐이다.
추위에도 아랑곳없이 얇은 옷밖에 제공되지 않는 열악한 시설에서
건강했던 이들마저 서서히 병들어갈 수밖에 없는데...

 

 

 

 

 

 

 

 

 

 

 


정신병원 잠입 취재를 마친 넬리 블라이가
그 안에서 느꼈던 부조리에 대해 부원장과 나누는 대화 부분이다.
요즘 들어 병원이나 편의시설에 가뜩이나 화재가 많이 발생하고 있어서
그녀의 지적이 새삼 더 크게 다가온다.

여기자는 당연히 패션, 요리, 가사 등에 관한 기사를 써야 했던 시절,
넬리 블라이는 멕시코 특파원을 자청했다고 한다.
폭로 기사를 쓰기 위해 정신병원에 직접 뛰어든 열정,
신분을 속이고 공장에서 일하며 갖은 고생을 하는 모습,
그런 데서 그녀의 생생한 기사가 탄생했을 것임을 알고 나니,
당시의 사회적 상황에 맞선 그녀가 얼마나 대단한지 놀라울 따름이다.

시대의 한계를 넘어서려 노렸했고, 또 넘어서버린 위대한 열혈 기자, 넬리 블라이.
소설 ≪80일간의 세계 일주≫에서 영감을 얻어 세계 일주에 나서
4만 5천 킬로미터에 달하는 거리를 72일 만에 완주하는 기록도 세운다.
또한 제1차 세계대전이 발발했을 때 여성으로서는 유일하게
동부전선의 종군기자로 활동하며 전쟁의 참상을 보도한다.
겉멋으로기자를 꿈꾸는 아이들도 많은 요즘, 
어떤 각오를 다져야 진정한 기자가 될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이야기라고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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