멸화군 - 불의 연인
정명섭 지음 / 네오픽션 / 2018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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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의 연인 멸화군, 끝나지 않는 싸움 
 

 

 


​불꽃 같은 그대여, 나를 잊지 마소서 
​이렇게 소개를 하자니, 로맨스 소설에 치중하는 듯하고


인간의 욕망을 먹이삼아 몸집을 키우는 화귀
라고 소개하자니, 완전 초자연적 존재를 다룬 판타지 스릴러 장르로 빠지는 듯하고

 

원한을 품고 화귀가 된 아버지와 멸화군으로서 세상을 구하려는 아들
이라고 소개하자니 막장드라마가 아닌가 싶은 소설

​≪멸화군, 불의 연인≫이다.

결국 ​영웅도 초자연적 존재도 등장하는 무용담이지만
연애의 감정과 사랑을 은은하게 깔아놓은 로맨스소설이기까지.
몇 마리 토끼를 다 잡은 소설이라 하겠다.


​ 

 

 

 

 


멸화군(滅火軍), 조선 시대 소방대원들이다.
총 2부로 펼쳐지는 이야기로, 450여 페이지에 달하는 소설은
금방 끝나버린다. 아, 아쉬워.
이 작가의 글을 더 읽어보고 싶은 마음이 든다.

 

제1부의 주인공은 길환, 불귀신 화귀와 싸워야 하는 운명을 타고난 영웅이다.
태조 이성계가 조선을 세울 당시 그의 신임을 얻어 멸화군 조직을 탄생시키게 한 길환은
멸화군으로 활동하던 중 불길 속에서 연모하던 기생 홍연을 구한다.
하지만 어렵게 맺은 부부의 인연은 화귀와의 숙명적 악연과
화귀 못지않은 인간들 사이의 물밑 정치의 희생양이 되어버린다.

 

제2부의 주인공은 길우. 길환과 홍연의 아들이자
홍연을 길환의 고향으로 데려간 길환의 벗 태우의 아들이다.
홍연은 길환과 태우의 이름 한 자씩을 따 아들의 이름을 짓고 그를 기린다.
어느새 열아홉이 된 길우는 마을에서 한양으로 떠나 할 일을 하고
멸화군을 모두 이끌고 고향으로 돌아오라는 명을 받는데...

 

 

 

 

 

 

길환의 고향에서 길환은 또래 중 가장 뛰어난 아이였다.
언제든 분쟁을 만들어 인간 세상을 지배하려 드는 화귀들과 맞서 싸우지만
인간 세상에는 존재를 드러내지 않으며 숨어 사는 부족.
그것이 길환의 고향이요, 가족이었다.
하지만 길환은 한적한 곳에 묻혀 존대감 없이 살아가고 싶지 않았다.
화귀들과의 싸움에서 사람들 몰래 주술을 써 화귀를 소멸시키고 잔불을 정리하고는
싸움이 끝나면 얼른 자리를 떠나는 그림자 같은 인생이고 싶지 않았다.
사람들이 사는 세상에서 보란듯이 살고 싶었다.

 

결국 그의 바람대로 이성계의 눈에 든 길환은 부족의 젊은이들과 함께
한양에서 생활을 시작한다.
하지만 정치와 권력을 다투는 무리들은 어느 곳에나 있게 마련이었고
길환과 멸화군은 그들에게 희생된다, 처참하게.

길환은 자신 때문에 함께 온 고향 사람들까지 모두 역모죄로 고초를 당하자
그들을 구하고자 저항하다가 경회루 연못에 문신 새긴 몸을 던진다.
잠시 세상이 잠잠해지는 듯하다.
그저 착각일 뿐이었다.
이방원이 왕에 올랐다.

 

 

 

 

 

 

 

 

한양, 궁궐을 둘러싼 운종가에는 불길한 징조들이 거듭 나타난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멸화군들과 길우, 그리고 왕명을 받은 청년 등이 사건을 조사해 나간다.
이 와중에 길우와 함께 멸화군으로 들어온 중 달성이 죽고
달성의 여동생 비화가 큰스님의 명을 받들어 길우에게 오는데...

 

'아비의 운명을 되풀이하는구나.'

 

이 구절을 읽은 뒤부터 몹시 슬펐다.
운명은 왜 이렇게 혹독한가, 잔인한가, 왜 꼬이는가 싶었다.
하지만 길우는 멸화군을 모두 고향으로 데려오라는 명을 받지 않았던가.
그렇기에 희망을 놓지 않고 계속 읽어갈 수 있었다.

 

 

 

 

 

 

 

 


이성계의 고집스러움을 꺾은 이방원의 간계, 옥좌를 공고히 하려는 그의 야심은
소설 전반에 흐르고 멸화군들의 고초를 야기한다.
이방원의 간계에 또다른 간계로 맞서는 화귀는 끝내 안타깝다.
인간들의 마음속에 하나씩은 있을 법한 야욕과 분노가
불의 지배를 받아 불로 나타나는 과정도 흥미롭다.

사람들 틈에 끼어 분란을 조장하고 감정을 유린하는 화귀,
사람들에게 외면당하고 멸시받으면서도 그들을 지키고자 하는 멸화군,
그 사이에 놓인 수많은 군상,
그 모든 것을 아우르는 소설 ​≪멸화군, 불의 연인≫.
요즘 한국소설 정말 재미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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