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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진 시절 ㅣ 소설Q
금희 지음 / 창비 / 2020년 1월
평점 :
소설 Q 004 천진 시절, 그 시절을 돌아보는 오늘의 나
한 집의 잔치가 온 마을의 경사였고
아무 집이 당한 상은 동네 전체의 슬픔이던 시절,
상아는 다행히 고향에 있었다.
하지만 그 시절, 상아는 그것이 다행인 줄 몰랐다.
어렸을 적 많은 이가 그렇듯 상아 역시 탈향(脫鄕)을 꿈꾼다.
자신의 미래를 그려보고, 그 미래를 함께할 개척 정신을 가진 남자를 원하고,
여튼 정체된 느낌의 생활에서 벗어나는 것.
하지만 인생은 많은 이에게 그러하듯 녹록지 않다.
아버지가 애지중지하던, 어머니가 자부심을 가지던 상아에게도 마찬가지였다.
동네에서 함께 자란 무군과 엉겁결에 연인이 되고
엉겁결에 약혼을 하고 엉겁결에 함께 천진으로 떠나게 된 상아는 스스로에게 질문을 던진다.
'내일이면 정말 괜찮아질까.'
'내가 지금 제대로 가고 있는 건가?'
네년이 무슨 수로 내 맘을 알거나?
자식도 품 안의 자식이라고,
내놓기만 하면 다시는 내 새끼가 될 수 없는 게 이 세상 이치인 게다.
이제 너는 다시 돌아온다고 해도 더는 내 새끼가 아닌 게야.
무군과의 관계를 정리하라고 잡아주길 바랐던 어머니는 불과 며칠 만에 마음을 정하고
상아의 천진행을 위해 짐을 챙겨준다.
결국 상아는 무군과 함께 천진으로 떠남으로써 어릴 적 천진 시절을 마감하고
꿈과 포부로 가득한 새로운 지역적 천진 시절을 맞는다.
하지만 더 나은 삶을 갈망하는 상아의 눈에 무군은 너무 일상적이고 안락하기만 한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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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지로만 유추하기엔 천진 난만하던 어렸을 적 삶의 회고인가 싶었다.
물론 이것도 들어 있더라만 공간 '천진'의 의미가 더 강하다고나 할까.
청춘을 보내야 했던 공간과 시간적 천진이 고스란히 드러난다.
치마만다 응고지 아디치에의 "보라색 히비스커스"를 처음 읽고 느꼈던 때의
문화적, 지리적 신선함을 "천진 시절"에서도 느낀다.
나에게 익숙하지 않은 곳에서 벌어지는 나와 비슷한 사람의 이야기.
1990년대 당시 중국의 생활상을 읽으며 우리의 "상록수" 시절도 저랬을까 상상해본다.
(너무 멀리 갔나^^)
일상에 안주하면 누릴 수 있는 소박한 행복보다는
가슴을 들끓게 하는 도전이 더 좋았던 상아의 청춘 시절.
그녀의 청춘 한 자락과 돌아와 거울 앞에 선 누이의 모습으로 동생을 바라보는 이야기,
"천진 시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