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의 생애
이승우 지음 / 위즈덤하우스 / 2017년 3월
평점 :
예약주문


 

책을 읽는 동안 이사를 했다. 그래서 방황하듯 읽었던 책이다. 식물들의 사생활에 이어 두 번째 이승우 작가를 대한다. 역시나 독특한 전개가 그리고 언어의 유희가 압권이다. 분명 소설인데 한편의 에세이 같다.

사랑에 대한 작가의 심오한 정리들을 염탐하는 기분이랄까.. 글의 힘과, 사색과, 말장난 같은 언어유희가 소설 같지 않은 이 소설을 이끌어가는 전부이다. 스토리는 간결하지만 깊이가 있고 에로틱이란, 애무란, 의심이란 질투란 사랑 관련한 단어 하나하나에 대한 해석이 참신하다.

구나 한 번쯤은 해봤고, 헤매봤고, 실연해 봤던 사랑에 대한 작가의 고찰이 대단하게 느껴지며 '사랑의 교과서를 쓰고 싶으셨나?' 했더랬다. 

삼 년 전 '나는 사랑할 자격이 없어'하고 선희의 고백을 외면했던 형배가 어느 무료한 결혼식장 하객석에서 무심히 눈에 들어온 하트 모양의 귀바퀴를 관찰하다가 그 귀바퀴의 주인공이 삼 년 전 그녀이어서  재회를 하며 사랑에 대한 여러 생각들 끝에 그녀에게 고백을 하지만, 이미 그녀에게는 영석이라는 나이 많고, 여리고, 상처가 있는 사람과의 사랑이 자라나고 있었고, 그 삼각관계 가 느닷없이 부딪치고 튀어 올라 어느 커플의 사랑이 더 견고해지고, 형배의 고교 친구들 중 준호의 사랑관이 양념 역할을 하게 된다.

자들의 친구들 중 하나쯤은 있는? 캐릭터, 그래서 욕하고, 또 어이없어하기도 하지만 내심 부럽기도 한? 그런 ..  '한 사람만 사랑하는 것은 각기 다른 개별 존재들의 다채로운 매력을 무시한 처사이므로 악덕이다.'라는 준호,  이 대목에서 너무 어이없어 헉~터졌다가 또 수긍을 한 나는 뭐지? ㅋㅋ 영석의 넝쿨 사진 때문에 둘의 인연이 시작되고 넝쿨식물의 언어는 '너는 내 것이다'가 아니라 '나를 구해주세요'이다.' 내 말을 들어라'가 아니라 '나를 받아주세요'이다. 선언이 아니라 부탁이다. .. 그녀가 영석의 의아한 사랑을 넝쿨 식물 같다고 받아들이게 되는 대목이 또한 인상적이다.

사랑을 어찌 정의할 수 있겠는가? 저마다 다른 사람들이 제각기의 사랑을 하는 사례들이 무궁무진할 텐데.. '사랑하는 사람은 사랑의 숙주이다. 사랑은 누군가에게 홀려서 사랑하기로 작정한 사람의 내부에서 생을 시작한다.' 이 구절이  이 소설의 처음이자 키워드이다. '사람이 사랑 속으로 들어가는 것이 아니라 사랑이 사람 속으로 들어온다. 사랑이 들어와 사는 것이다. 숙주가 기생체를 선택하는 것이 아니라 기생체가 숙주를 선택하는 이치이다. ' 그렇게 보면 사랑에 빠졌다는 표현이 맞다. 사랑이 사람을 선택한다.? 큐피트의 화살신화도 맞네 ~~

 

 

- 전에는 아주 잘 아는 여자였으므로 그녀에 대해 궁금한 것이 없었다. 지금은 아는 것이 없으므로 궁금하지 않은 것이 없었다. 그녀가 달라진 것은 아니었다.



- 잘 아는 사람이 아니라 모르는 사람에게 끌린다. 아는 사람은 편하지만 매혹의 대상은 아니다. 모르는 사람은 편하지 않지만, 때때로 매혹의 대상이 된다.



- 그가 떠올린 것은 어떤 재료로 만들어진 어떤 맛의 파스타가 아니라 그냥 기호로서의 파스타였다. 그리고 그 기호가 가리키는 대상은 그녀였다.



- 거절당한 경험이 없는 것은 시도한 경험이 없어서이기 때문이다.



- 그는 거절에 대한 공포심이 없고 자기의 호감 표현이 맞게 될지도 모를 홀대에 대한 걱정을 하지 않는 사람이었으므로 여느 때와 다름없이 망설임 없이 내부의 감정이 시키는 대로 그녀를 향해 갔다.



질투는 사랑의 크기가 아니라 그가 느끼는 약점의 크기를 나타내 보인다. 사랑해서 질투하는 것이 아니라 약점이 있어서 질투하는 것이다.



- 사랑이 그처럼 불완전하고 모순된 것은 사랑을 하는 인간이 그처럼 불완전하고 모순된 존재이기 때문이라는 사실을 어렴풋이 인식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