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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스 비극 걸작선 - <오이디푸스 왕> 외 3대 비극작가 대표선집 원전으로 읽는 순수고전세계
아이스퀼로스 외 지음, 천병희 옮김 / 도서출판 숲 / 2010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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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뚜막의 소금도 넣아야 짜다, 부담없이 그리스비극을 만나게 한 원전번역걸작선 굿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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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과 나무가 왜 그 이름을 가지게 되었는가 사연을 알고 나면 재미가 있습니다. 양력 생일을 기준으로 하는 생일꽃, 탄생화라고 하는 것에 관심이 있는데, 식물 자체와 식물을 가꾸는 일을 좋아하기에 마음을 주는 쪽에 가깝습니다. 1월 16일 생일꽃은 히야신스_노랑입니다. 그런데, 히야신스(노랑)는 말할 것도 없고 상당수의 꽃과 나무들의 유래를 살피노라면 그리스(로마) 신화 관련 서적들을 뒤적이는 경우가 많아서, 그리스 로마신화를 원전으로 읽어보자 작심한 저에게는 관련된 이야기를 수집하다보면 상당히 많은 자료를 보게 되고, 책을 읽을 때는 별 관심을 두지 않았던 내용들에도 '편집증' 증세를 보이며 이야기를 모으게 됩니다.  '히야신스'라는 꽃의 유래에 대해 살펴보고자 합니다.  
 

 

 

 

 

 

 

 

<위 네이버 카페 <식물과 사람들>에서 옮김>  

1월 16일의 생일꽃인 히야신스_노랑(Hyacinth), 꽃말은 '승부'입니다. 꽃말치고는 참 특이하지요? 여기에 무슨 사연이 깃든 것일까요?  먼저 이 꽃의 원산지는 지중해입니다. 그리고 그리스 신화에서 그 유래를 찾아볼 수 있습니다. 트로이 전쟁의 영웅 아킬레우스의 갑옷이 히야신스와 관계가 있습니다. 이 갑옷은 대장장이 신 헤파이스토스가 만들어준 것으로 아킬레우스가 죽자 오뒷세우스와 아이아스가 서로 이 갑옷을 차지하게 위해  경쟁합니다. 결국 아킬레우스의 친척이기도 한 아이아스를 밀치고 오뒷세우스가 차지가 되는데, 그 이유는 "'지혜'는 '용기'를 이긴다"는 것이 근거였지요. 아아이스는 실망한 나머지 자살하는데, 그 때 흘린 피에서 히야신스가 피어났다고 하는군요. 여기에서 꽃말이 '승부'가 되지 않았을까.  참고로 18세기에는 히야신스 광(狂)들이 득실득실했답니다. 그 결과 2천 종 이상의 변종이 생겼답니다. 사람의 기호에 맞춰 변종을 대량 생산하는 이런 노하우, 그것이 오늘날 유전자조작식물을 제조의 바탕이 된 것이 아닌가 하여 씁쓸하기는 합니다. 이제 그리스신화에서부터 히야신스 관련된 이야기를 탐색해보기로 합니다.   

<<원전으로 읽는 그리스신화>>(아폴로도로스 지음, 천병희 옮김, 숲 펴냄)를 참고.  제우스는 수많은 여인들 및 여신들과 살을 섞어 자식을 낳는데, '기억'이라는 뜻의 이름을 가진 므네모쉬네로부터 무사 여신들을 낳았습니다. 먼저 칼리오페를, 다음에 클레이오, 멜포메네, 에우테르페, 에라토, 테릅시코레, 우라니아, 탈레이아 그리고 폴륌니아를 낳았지요. 위의 책 주석에 따르면, 칼리오페는 서사시를, 클레이오(라틴어 Clio)는 역사를, 에우테르페는 피리 및 피리가 반주하는 서정시를, 테릅시코레는 무도 및 무도가를, 에라토는 뤼라 및 뤼라가 반주하는 서정시를, 폴륌니아는 찬신가를, 나중에는 무언극을, 우라니아는 천문학을, 탈레이아는 희극 및 목가를 관장하는 것으로 간주되었습니다. 
이 가운데 클레이오는 마그네스의 아들 피에로스에게 반했는데(이것은 그녀가 아도니스를 사랑한 아프로디테의 사랑을 비난한 까닭에 아프로디테의 노여움을 사서 일어난 일일 뿐이라고 함), 클레이오가 피에로스를 만나 아들 휘아킨토스를 낳게 됩니다. 그런데 필람몬과 요정 아르기오페의 아들 타뮈리스가 휘아킨토스에게 연정을 품게 되고타뮈리스는 남자를 사랑한 최초의 남자가 됩니다. 그러나 훗날 휘아킨토스는 그를 사랑하던 아폴론이 잘못 던진 원반에 맞아 죽습니다. 이 책의 주석에 따르면 미소년 휘아킨토스는 가인 타뮈리스와 아폴론의 사랑을 받았으나 신을 더 좋아하게 됩니다. 해서 아폴론과 원반 던지기를 하며 즐거운 한때를 보내는데, 아폴론이 원반을 잘못 던져(또는 서풍(西風)의 신 제퓌로스가 샘이 나서 원반이 빗나가게 하여) 휘아킨토스가 맞게 됩니다. 소년이 소생할 수 없게 되자 아폴론은 그가 흘린 피에서 히아신스 꽃이 피어나게 했다는 것이지요. 한편, 미모와, 키타라 반주에 맞춰 노래하는 재주가 빼어났던 타뮈리스는 무사 여신들에게(휘아킨토스의 이모들) 노래시합을 자청했는데, 그 조건은 그가 이길 경우 그녀들 모두와 교합하고 그가 질 경우 그녀들이 원하는 것을 그에게서 빼앗기는 것이었습니다. 시합에서 승리한 무사여신들은 그에게서 두 눈과 키타라 반주에 맞춰 노래하는 재주를 빼앗습니다. 이 대목을 호메로스는 <일리아스>에서 다음과 같이 노래하고 있습니다

"... 도리온은 무사여신들이 오이칼리아 왕 에우뤼토스의 곁을 떠나오던/ 트라게 사람 타뮈리스를 만나 그의 노래를 그치게 한 곳이니,/ 아이기스를 가진 제우스의 딸들인 무사 여신들이 몸소/ 노래하더라도 그가 이길 자신이 있노라고 호언장담했기 때문이다./ 여신들은 화가 나서 그를 눈멀게 하고 신과 같은 노래를/ 빼앗고 키타리스 연주하는 재주를 잊게 만들었던 것이다." (<<일리아스>> 2권, 595행~600행, 호메로스 지음, 천병희 옮김, 숲 펴냄)
어쨌거나 휘아킨토스의 어머니 클레이오가 피에로스를 만나게 되는 것 자체가 비극이었습니다. 곧, 그녀아도니스를 사랑한 아프로디테의 사랑을 비난한 까닭에 아프로디테의 노여움을 사서 일어난 일(클레이오가 피에로스를 만난 일)일 뿐이라는 대목이 흥미롭습니다. 참고로 아도니스는 아프로디테가 사랑하던 미소년으로 그가 사냥하다가 멧돼지에게 찢겨 죽자 그녀는 그가 흘린 피에서 아네모네 꽃이 피어나게 했다고 하지요. 휘아킨토스를 사랑한 타뮈리스가 휘아킨토스의 이모들에게 시합을 자청한 것이, 휘아킨토스가 죽은 이후(인 것 같다)인지 이전인지는 알 수 없으나, 휘아킨토스를 사랑한 남성의 신 아폴론이 자책半 시샘半으로 자신이 죽게 만든 휘아킨토스의 피에서 히야신스 꽃이 피어나게 하였다는 것. 이렇게 자신의 사랑을 비난한 것에 화가난 아프로디테의 저주가 실현된 것이 아닌까요. 그런 의미에서 미소년 아도니스와 휘아킨토스의 운명은 닮아 있고 앞선 아도니스의 죽음이 휘아킨토스의 죽음과 연관되어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아프로디테(라틴어 명 베쿠스, 우리가 흔히 '비너스'로 부르는)의 저주와 복수하는 방식은 참 처절하고 집요합니다. 아프로디테 이야기를 활용한 한국영화 <용서는 없다>에서, 보신 분들은 공감하시겠지만, 영화이름이 "용서는 없다"인 것도 연관이 깊습니다. 아프로디테와. 위 <원전으로 읽는 그리스신화>의 표지에 실린 사진이 아프로디테 조각상입니다.  

 <<-영화 <용서는 없다>의 포스터. <- <소포클레스비극전집>(천병희 옮김, 숲 펴냄) 표지 앞서 아이아스와 히야신스 얘기를 했는데, 그렇다면, 무구재판을 다룬 그리스비극에서는 어떻게 다루고 있을까요? 
그리스 3대 비극작가(아이스퀼로스와 에우리피데스) 중 한 사람인 소포클레스의 비극 『아이아스』는, 현존하는 그의 비극 7편 가운데 가장 오래된 것으로 추정하고 있습니다. 제작 연대가 기원전 450년대라고 보는 것이 오늘날의 일반적인 견해입니다. 이 드라마의 소재가 된 무구재판(武具裁判)은 다음과 같은 내용입니다."아킬레우스가 전사한 뒤, 불의 신 헤파이스토스(Hephaistos)가 손수 만들어준 고인의 무구를 서로 차지하려기 위해, 아킬레우스 다음으로 용력이 뛰어난 아이아스(Aias)와 지략이 뛰어난 오뒷세우스가 치열한 경합을 벌인다. 그런데 그리스군 장수들이 자신의 기대와는 달리 오뒷세우스에게 그 소유권을 인정하자, 아이아스는 밤에 칼을 빼들고 그리스군 장수들을 습격한다. 그러나 이때 아테나 여신이 나타나 아이아스를 미치게 하고, 그는 그리스군 장수들인 줄 알고 가축 떼를 닥치는 대로 도륙한다. 아이아스가 막사로 돌아와 적을 무찌른 줄 알고 기뻐하고 있을 때 아테나가 그를 다시 제정신으로 돌아가게 하자, 그는 죽음 외에는 달리 해결책이 없음을 알고 해변으로 나가 자살한다."(<<소포클레스비극전집>>(천병희 옮김, 숲 펴냄, 2008.10) 해설에서 인용했습니다. 파란색으로 표시한 부분이 이 비극이 시작되기 직전의 상황입니다. 극은 이후 검은색 부분을 다루고 있습니다. 위 해설 가운데 검은색 부분은 <아이아스> 내용 중에서도 앞의 절반에 해당합니다. 그리고 나머지가 그의 시신이 발견된 상황에서 장례절차를 두고 벌어지는 얘기. 곧, 자신을 죽으려 했음에도 오딧세우스가 용서하며 장례를 제대로 치러주자고 하는 것으로 마무리됩니다.  

이와 같이 비극이 내용상 크게 두 부분으로 나뉘는 것을  ‘양분구성’(die Diptychonkomposition, the diptychform)이라 하고, 소포클레스 초기 드라마들의 공통점입니다. 1)소포클레스비극의 진수인 <오이디푸스 왕>이 그의 활동 전기와 후기의 중간에 해당하는 작품이라는 점. 2)그리스비극 3대작가 중 비극의 창시자 아이스퀼로스에 이어서 소포클레스가 활동하는데, 그의 초기작들이 아이스퀼로스의 영향을 받았다는 점을 읽을 수 있는 대목입니다. "인간사란 죄와 벌의 끊임없는 반복이고 인간은 오직 고난을 통하여 지혜에 이른다"는 것이 아이스퀼로스다운 주제입니다.  이 책의 역자도, "죄와 벌의 모티브는 소포클레스 드라마의 중심 주제라기보다 아이스퀼로스에게 받은 영향의 잔재"라고 보는 편이 사실에 가깝다고 합니다.  

어쨌거나 <아이아스>에서 현재의 독자들의 눈으로 봐도 신선한 장면 가운데 하나는 앞서도 거론했지만, 오뒷세우스의 태도입니다. 사실, 이 극은 아테나라는 신이 극의 초반부터 적극 개입하여 아이아스의 눈에 뭔가를 씌게 하여 동물들을 오딧세우스 등 사람인 줄 알고 척살하게 한다거나 아테나는 오뒷세우스의 편에 분명하게 서 있으며, 조언도 아끼지 않습니다(여기에서 아테나는 인간에게 친절한 원조자도 잔인한 파괴자도 될 수 있는 호메로스적 신들의 특징을 모두 갖추고 있다._역자). 여신은, 오뒷세우스에게 추락한 적대자의 참상을 보여주겠다며 “적들을 비웃어주는 것이야말로 가장 달콤한 웃음이 아닐까?”(79행)라고 말합니다. 그러나 오뒷세우스의 반응은 의외입니다. 환성을 올리며 기뻐하기는커녕 추락한 적대자에게 깊은 동정을 느끼며 그의 운명에서 자신의 운명을 보는 것. 이 드라마의 후반부에서 아이아스의 장례를 둘러싸고 고인의 이복동생인 테우크로스(Teukros)와 아트레우스(Atreus)의 두 아들-메넬라오스와 아가멤논이 분쟁할 때 인간적으로 문제를 해결하는 오뒷세우스의 모습을 미리 보여주는 것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오뒷세우스의 인간적인 면모, 그것은 자신을 죽으려했던 아이아스에 대한 용서일 수도 있고, 역지사지(易地思之)의 배려-운명의 뒤바뀜은 백지 한 장 차이라는 인정-일 수 있습니다. 곧 오뒷세우스의 용서는 자신 곧 인간에 대한 용서 혹은 너그러움이기도 합니다.  무대가 해변의 후미진 곳으로 바뀌며 배경에 숲과 덤불이 보입니다. 아이아스가 혼자 등장하여 칼끝이 위로 향하도록 칼을 고정하는데 자살하려는 것이지요. 그리고 마지막으로 긴 대사를 합니다. 유언입니다. 그 중에 제우스에게 부탁하는 아래 대목은 무장이 명예롭게 죽기를 바라는 마음, 죽어서의 치욕만큼은 면하게 해달라는 기원인데, 이는 오뒷세우스의 '인간적인' 결정과 조응하는 대목입니다.  

제우스시여, 그대가 나를 도와주소서. 그래야 마땅해요.
어려운 부탁을 드리려는 것은 아니에요.
청컨대, 내가 피투성이가 될 이 칼 위에 쓰러지면
그대는 테우크로스에게 사자를 보내 흉보를 알리시어
그가 맨 먼저 나를 들어 올리게 해주소서.
내 적들 중에 누군가 먼저 나를 발견하고는
개 떼와 새 떼의 먹이로 던저주지 않도록.
제우스시여, 이것이 내가 그대에게 드리는 부탁이에요.(앞의 책, 824~831행)

트로이 전쟁의 영웅 아킬레우스의 갑옷이 뭐 그리 대단(하다)하기에, 이것을 갖기 위해 경쟁하고 그것을 갖지 못하여 그것을 받게 된 자(오뒷세우스)를 제거하고 빼앗으려다가 이런 비참한 최후를 맞이하게 되는 것일까요? 전리품으로 받은(?) 첩 테크멧사와 둘 사이에서 태어난 아이도 동행하여 귀국하는 길에 말입니다. 아아이스가 자살하면서 흘린 피에서 히야신스 꽃이 피어났다고 합니다. 꽃잎을 자세히 보면 아이아스의 머릿글자인 A.J가 새겨져 있다고 합니다. 어쨌거나 꽃말이 '승부'라는 점을 비극에서 좀더 구체적으로 이해하게 됩니다. 한 가지 재밌는 것은 극에서 아이아스가 '아이고 아이고' 하고 한탄하는 대목이 자주 나오는데, 이 곡하는 아이고 아이고는 그리스어로 aiai aiai로 아이아스의 이름과 비슷하다는 것입니다
 

그렇다면 활동기가 기원전 50여 년인 오비디우스는 이 이야기를 어떻게 다뤘을까요? 그리스의 신화와 비극에서도 다루고 있는 이야기를 로마의 비디우스의 변신이야기, 곧 <<원전으로 읽는 변신이야기>(천병희 옮김, 숲 펴냄)를 인용하여, 히야신스라는 꽃에 대한 풍부한 묘사와 그리스 비극 <아이아스>의 아이아스의 죽음 이후의 연관성을 엿볼 수 있는 대목을 살펴보고자 합니다. 
아폴론이 그가 사랑한 미소년 휘아킨투스(라틴어식 표기)를 죽게 하고서, 안타까워 하는 대목으로, 이 책의 10권 196행부터 220행이 절창에 해당합니다.  

'오이발루스의 자손이여, 그대는 한창때의 청춘을(196행)
사취당하고 쓰러져 있구려!' 하고 포이부스께서 말씀하셨소.
'내가 보고 있는 그대의 상처가 나를 고발하고 있구나.
그대는 내 슬픔과 자책의 원인이오. 그대의 죽음은 내 손 탓으로
돌려질 것이오. 내가 그대를 죽게 했으니까. 하지만 대체
내 죄는 무엇인가? 그대와 시합한 것을 죄라고 할 수 없고,
그대를 사랑한 것을 죄하고 할 수 없다면 말이오.
아아, 내가 그대를 위하여, 아니면 그대와 함께 목숨을 버릴 수
있었으면! 하나 운명의 법칙이 그러지 못하게 하니 그대는 늘
나와 함께할 것이며, 나는 그대를 기억하고 입에 올릴 것이오.
내 손으로 연주하는 뤼라도, 내 노래도 그대를 찬미할 것이오.
내 그대를 새 꽃으로 만들어 내 신음 소리를 그 꽃잎에
아로새길 것이오. 그리고 때가 되면 가장 용감한 영웅도 그 꽃으로/변신하여 똑같은 꽃잎에서 제 이름을 읽을 수 있을 것이오.
아폴로께서 거짓을 모르는 입으로 그런 말씀을 하시는 동안,
보라. 바닥에 쏟아져 풀에 흔적을 남기던 피는 더 이상
피가 아니었으니, 그 대신 그곳에 튀로스 산 자줏빛 염료보다
더 빛나는 꽃이 피어났던 것이오. 그것은 백합 모양을 하고 있었는데,
백합이 은빛인 데 반해 그것의 색깔은 자줏빛이었다
포이부스께서는 그것으로 만족하시지 않고
(이런 명예를 수여하는 것은 그분이셨기 때문이오.)
당신의 신음 소리를 손수 꽃잎에 적어 넣으시니, 그 꽃에는
애도의 뜻을 나타내는 글자이 '아이 아이'가 쓰여 있소.
스파르테는 휘아킨투스를 낳은 것을 부끄럽게 여기지 않았고,
그의 명예는 오늘날까지도 지속되고 있으니,
해마다 휘아킨투스제(祭)가 돌아오면 아직도
그들은 선조들의 관습에 따라 엄숙하게 축제를 거행하오.(2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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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에 강조한 '가장 용감한 영웅'은 트로이야 전쟁에 참가한 그리스군 장수 '아이아스'를 말합니다.  그런데 꽃으로 변한 것은 아이아스가 아니라 그가 흘린 피였다는 주석이 있습니다. 앞서 소포클레스의 희곡 <아이아스>에 대해서는 얘기한 바가 있습니다. 아이 아이(Ai Ai)를 아이아스가 죽음에 이르러 통곡하는 소리로 사용하는 센스가 돋보입니다. 

필자가 이 글에서 살피고자 한 것은, 히야신스(라틴어로는 히아킨투스)의 유래와 관련된 것이지만, 첫째는 서사시(일리아스)에서, 그리고 비극(소포클레스의 <아이아스>)에서는 어떻게 다루고 있으며, 이후 신화자료집(그리스 비극)에서, 이후 원전번역으로 책 그대로의 원전을 중시하여 번역했지만 현대어 느낌으로도 참 흥미로운 변신이야기에서는 어떻게 다뤄지는지 그 연관성입니다.  "내가 너의 이름을 불렀을 때 너는 나에게로 와서 나의 꽃이 되었다"(김춘수의 시)라는 싯구에서 느끼듯이 꽃의 이름을 안다는 것은, 그 꽃의 내력을 안다는 뜻이기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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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우 2010-02-18 14:2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하나의 이야기를 서사시, 비극, 신화 그리고 이야기집에서 어떻게 다루는지 그 글느낌을 읽을 수 있어 좋습니다.

yess1985 2010-02-18 18:2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재밌게 읽었습니다. 관련 자료를 찾아서 정리하느라 쉽지 않았을 텐데, 수고로움에 감사를 드립니다.

timeroad 2010-02-19 14:4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새우님 감사합니다. yess1985님도 유익한 자료가 되었다면..

책든손예쁜손 2010-02-19 18:1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올해 그리스 신화에 빠져 보려고 합니다. 원전으로 가장 최근에 번역된 내용이고, 천병희 선생님 번역이여서 정말 유익 할 것 같습니다.

유키유찬 2010-02-19 18:32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정말정말 재미 있습니다. 요즘 신화 관련 영화도 하고, 꼭 읽어 보세요

여치 2010-02-19 18:40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복잡한 그리스신화 전설 영웅담을 재미있게 읽어습니다.

kangkang술래 2010-02-19 18:59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그리스신화나 비극 등이 상상력의 원천이고, 그래서 다양한 분야로 그 샘물이 흘러들어가지만, 이렇게 꽃을 좋아하고 꽃말의 기원에 관심있으신 분이 그 분야를 폭넓게 섭렵하시다니 놀랍습니다. timeroad님은 꽃이 먼저였나요? 신화가 먼저였나요? 히야신스 말고도 <변신이야기>에는 여러 가지 꽃이 나오던데, 이렇게 비교 설명해주시면 정말 좋겠어요.

timeroad 2010-02-20 00:48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책든손예쁜손님, 아이디를 보면서 생각나는 것은, 영화 <하모니>에서 아픈 아이를 병원에 데려가는 교위와 김윤진, 교위가 김윤진의 수갑을 풀어주면서 엄마손을 약손이라고 하잖아요, 하는 대목이 생각나는군요. 저도 그리스 신화 등등에 작심하고 공부하는 중이라.. 건투를 빕니다.

timeroad 2010-02-20 00:51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유키유찬 님, 가령, 퍼시잭슨의 번개도둑을 보면서 사실 책이 더 재밌어서, 혹은 책에서의 이야기를 얼마나 영상으로 옮길까 하는 기대감으로 보면 실망스러운데, 그래도 아이들이 제대로된 이야기를 보는 계기가 되지 않을까 하여 반가웠고, 그런 관점에서 영화를 잘 봤답니다.

timeroad 2010-02-20 00:54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여치 님 감사합니다. 강강술래님, 시간이 허락하는 한, 이야기들을 엮어보겠습니다. 사실 변신은 탄생이리고 하지요. 사실은 이랬단다, 라는 설정 자체가.. 흥미롭지요.

라라 2010-02-20 01:08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이틀 전에 조문을 다녀왔는데, 이 글을 읽으면서 '아이아이'가 떠올랐어요. 의례적으로 아이고 아이고 하고 상주들이 곡을 하잖아요. 아이아스, 아이아이, 어쩌면 우리말과도 어감이 비슷하나 놀랍습니다.

timeroad 2010-02-20 01:23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라라님, 그러게요. 촬영한 식물사진들이 꽤 많은데, 한국의 야생화나 들꽃들을 찾는 동안, 히야신스를 촬영한 사진은 없어, 히야신스에서 A.J가 보이는지는 꽃시장에 가서 확인해봐야 할 것 같아요.
 

아들딸들은 엄마아빠가 보이는 행동 하는 말(씨)를 정말 화선지에 먹물이 번지는 것처럼 받아들이는 것을 무심결에 확인하고 노랄 때가 있다. 가령, TV를 보며 소파에 푹 기대앉은 내 아이들을 보며 자세가 흐트러질까봐 걱정하는데, 내가 모르는 내 모습이기도 하다.   

모처럼 서점에 갔다. 대형백화점 안에 자리잡은 그것도 2층이라서 넉넉한 정원풍경을 감상할 수 있는, 서점 안 카페에서 머그잔에 담겨오는 커피 한 잔을 들고 주섬주섬 골라온 책을 살펴보고 있다. 한두 번 찾은 공간이 아님에도, 그렇게 머무는 사람들의 속내는 모르지만 여유로움이 좋다.  

비지니스상 만나는 만남도 이런 곳이라면, 훨씬 원하는 바를 얻고 또 상대가 진심으로 원하는 것을 만족시켜주는 생산적인 대화가 아닐까? 매번 그 자리에 앉을 때마다 뭔가를 마셔야 하는 부담이 있긴 하지만, 이런 분위기에서 내 아이와 함께 하는 시간, 저도 저 필요한 것을 읽고 나도 내 필요한 것을 탐색하는 시간, 그리고 분위기에 젖어서 나누는 대화는 서로 깊이 이해하는 자리가 되지 않을까.   

사실, 영상매체에 너무 의존하고 인터넷 정보탐색에다 인터넷 장보기까지 오프라인을 너무 무시하고 사는 동안, 책읽는 재미, 아니 그 감을 잃어버렸다고 판정할 수밖에 없는 지경에 이르렀다. 나는 이러면서 아이에게는 너무 타박하는 것은 아닌가. 책읽는 모습을 보여주는 것이야말로 아이의 책읽기에 좋은 영향을 줄 것이다. 아니, 보여야 하기 때문에 보이는 일은 사실 더 나쁜 것.  

이런저런 생각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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