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 팔아서 땅을 사라 - 대박땅꾼 전은규의
전은규 지음 / 국일증권경제연구소 / 2019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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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의 리뷰를 쓰기 전에 먼저 인문,역사 또는 지금의 회사생활에 도움이 되는 경제,경영,마케팅 책 위주로 독서하던 내가 왜 땅투자 실용서를 읽게 됐는지 말하고 싶다.

 

학생 시절, 열심히 공부해서 좋은 직장 또는 남들이 부러워하는 교수님, 선생님 같은 안정적 직업을 얻는다면 그걸로 성공한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사회에 나와보니 평범한 회사원으로 성공이라는, 행복이라는 단어를 감히 상상한다는 것이 얼마나 힘든 일인지 알게 됐다.

그냥 열심히 해서는 행복,성공을 떠올리기 힘들다. 내가 번돈을 투자하고 불리는 것이 필요하다.

 

얼마전 실제 경험한 일이다.

 

1년에 5천만원의 연봉을 받는다고 생각해보자. 세금떼고 최소 생계비를 제외하고 3천만원씩 모았다고 친다. 그러면 15년을 꼬박 모아야 수도권 그나마 살만한데 괜찮은 집 한 채를 겨우 살 수 있다. 교자 붙은 광교,판교, 천당 밑에 분당이랬나? 아무튼 그런데는 그래봤자 꿈도 못 꾼다.

그 전에 결혼은 안하나? 아이는? 집 살때까지 혼자 살건가?

그런데 그걸 다 미루고 집을 샀다고 치자. 그게 성공인가? 행복인가? 아니다.

 

나보다 후배사원이 있었다. 나보다 결혼을 조금 일찍 했다. 그의 아내와 함께 3년을 열심히 일해서 조금의 빚을 안고 중소도시에 있는 조금 낡았지만 목이 좋은 3층집을 샀다. 전세, 월세를 받았다. 돈이 생겼다. 마침 그 집이 재개발 하는 곳에 포함되어 1~2년동안 세를 받은 돈과 집을 팔아서 번 돈 모두 벌었다. 

다시 무주택이 됐다. 아이도 있어서 특별공급으로 수도권 치열한 경쟁의 잡기만 하면 1~2억은 그냥 오른다는 곳의 아파트를 샀다.

그는 지금 7~8억대의 아파트에 살면서 몇년 뒤 아주 오른 가격에 팔고 거의 10억에 가까운 돈을 쥐고 나올 것이다. 

그 친구는 10년안에 이 모든 것을 했다. 물론 이것도 성공이라고는 볼 수 없다.

하지만 적어도 그는 작은 행복과 투자할 수 있는 종자돈을 마련했다.

 

나는 여전히 무주택자다. 맞벌이로 열심히 돈을 모았다. 전세집에 살았다. 하지만 이 전세와 모은 돈을 빼도 이미 오를대로 오른 집을 살 수 없다.

인구증가와 노령화로 집값이 떨어진다느니 그런 내가 꿈꾸는대로 세상을 봤다.

 

 

 

 

 

이 책을 읽으면서 땅을 많이 사서 대박의 부자가 되어야지, 저자 전은규님과 같은 이런 거창한 꿈은 꾸지 못한다.

 

 

 

 

(저자 전은규님의 인생 계획이다. 꼭 성공해서 여기 쓰여진대로 대박땅꾼 장학기금도 운영하고, 많은 좋은 일을 했으면 좋겠다. 나눔을 실천하는 부자가 꼭 되시길...)

 

 

 

 

투자와 투기의 줄 사이에서 나는 투자를 배우고 싶었다. 

이 책이 투기가 아니라고는 말할 수 없다. 하지만 정당한 방법으로 위법하지 않고 열심히 발품팔고, 가치 분석하고 노력해서 얻은 것이니까 투자에 더 가깝다. 

 

저자 전은규님은 충남 서산에서 태어나 국민대학교 신문방송학을 전공했다.

20대때까지는 PC방 죽돌이로 돈, 성공, 공부와는 거리가 멀었다고 할 수 있다.

스피드 뱅크 영업본부에 들어갔는데 뱅크가 뒤에 있어 은행이나 금융권인줄 알았단다. 이후 닥터아파트 영업본부에서 경험을 쌓은 뒤 현재 부동산투자 전문가로서 <대박땅꾼의 부동산연구소>와 부동산 인터넷신문 <토지뉴스>를 운영하고 있다. 저서로 《대박땅꾼 전은규의 집 없어도 땅은 사라》, 《대박땅꾼 전은규의 그래도 땅을 사라》

등 땅 이야기를 주로 한다. 월세를 받아라도 있기는 하다.

 

이런 책을 거의 읽지 않는 편인데 나 혼자만 살면 사실 아직도 관심이 없겠지만 이제 나만 보는 많은 가족(처자식, 부모님까지)의 행복, 그리고 내가 꿈꾸는 세상을 위해 단순히 돈을 열심히만 벌고, 아껴써서는 안된다는 생각을 요즘 많이 했다.

 

이 책은 투자와 연령과 상황에 맞는 투자 방향과 전략을 알려준다.

공부하지 않고 성급하게 계약을 해서 결혼자금 3천만 원을 날린 32세 왕성급 씨, 이리저리 재기만 하다가 좋은 물건 다 놓치고 마는 43세 나신중 씨, 아이를 좋은 대학교에 보내고 싶은 마음에 농어촌 특별전형을 노리고 지방으로 이사를 하고자 하는 50세 도전녀 씨, 귀농을 꿈꾸고 있으나 아내의 반대에 부딪힌 64세 노신사 씨가 대박땅꾼을 찾아와 고민을 털어놓으면서 이야기는 시작한다.

 

대박땅꾼은 그들과 함께 그들의 처한 상황과 종잣돈, 선호지역을 분석해 임장(어떤 일이나 문제가 일어난 현장에 나옴)을 떠난다. 임장이란 단어 처음 알았다.

어떻게 하면 좋은 땅을 고를 수 있는지, 그 지역의 호재는 무엇인지, 조심해야 할 것은 무엇인지 등을 자세하게 설명해준다.

 왕성급 씨는 경매로 땅을 낙찰받은 후 되팔아 결혼자금을 마련하였고, 나신중 씨는 매수와 매도의 타이밍이 가장 중요하다는 것을 배운 후 좋은 땅을 찾아서 결단하고 매입해서 큰 차익을 얻는다.

50세의 도전녀 씨는 임야에 매력을 느끼고 투자하며 아이를 위해 지방으로 이사를 하면서 도전해야 할 때를 정확히 판단한 뒤 인생역전에 성공했다.

물론 나는 어중간한 직장인이요. 전세자금을 빼면 돈도 없다. 이 책이 당장 어떤 도움을 줄 수 있나 분석했다.

 

이 책은 대박땅꾼이 직접 발품 팔아 얻은 자신만의 땅 투자 비법, 노하우 연령에 따른 맞춤형 투자 방향과 방법을 소설 형식을 빌어 재미있게 설명한다.

뿐만 아니라 예타 면제사업으로 향후 지가 상승률이 뛰어나 시세차익을 크게 볼 수 있는 급등지역을 짚어 주지만, 물론 가용할 수 있는 돈이 없다.

집을 팔아서 땅을 사라했는데...왠걸 집이 없다 ㅜㅜ

 

그래도 당장 먹고 살려면 안정적 직장과 먹고,자고 살아야할 전세집은 있어야 할 것 아닌가. 지금 여유 자금을 조금 모으고 있다.

저자처럼 안목도, 발품을 팔 시간도 없지만 공부는 해보려고 한다.

 

 

 

 

 

 

 

 

 

초보 투자자들이 저지르는 실수가 바로 신중씨처럼 지나친 신중함이다.

싼 가격에 잡아 최고 가격에 팔겠다는 욕심을 버리지 못한다. “무릎에서 사서 어깨에서 팔아라”란 말을 주야장천하는 이유가 따로 있는 게 아니다.

정부 관계자가 아니고서야 바닥 시세를 파악하기는 거의 불가능하다고 봐야 한다. 실제로 내가 만난 한 부동산 중개사는 이런 말을 했다.
“여기 땅 주인들은 다 외지 사람이에요. 현지인들은 절대 못 사요. 왜인 줄 아세요? 몇 년 전에는 정말 쌌거든요. 그 가격을 알면서 오른 가격으로 사지 못하는 거예요.

몇 년 전 가격에 대한 미련을 못 버리고 망설이다가 기회를 놓치는 것이죠.”
정말 뼈있는 말이 아닐 수 없다. 현재 시세보다 더 오를 거란 판단이 서면, 과거 시세가 어떠했든 생각하면 안 된다. 현재 시세가 부담스런 가격이라도 과감하게 투자한다. --- p.95∼96 

 

저자는 나같이 종잣돈이 없다고, 땅은 오르려면 오래 걸린다고, 혹은 좋은 땅을 고르기 어렵다고 아예 포기하고 땅은 쳐다보지도 않는 사람이 많다고 이야기한다.

 

아파트가 재테크의 전부인지 안다. 나는 재테크까지는 아니지만 내 아파트, 새집에 살고 싶었다.

아파트는 반 토막 나도 땅값은 절대 내려가기 않는다. 그리고 토지 투자는 종잣돈이 없어도,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아도, 초보자도 할 수 있다고 자신감을 불어넣어준다.

 

대박땅꾼이 말하는 지역, 호재가 있는 지역, 저평가되어 있지만 미래가치가 높은 곳, 예타 면제사업으로 급등할 지역을 공부해보겠다.

2019년 24조원의 공적,민간자금이 개발에 투자된다.

누군가는 이 돈을 가져갈 것이다. 

 

이 책은 대박땅꾼 전은규 저자가 《대박땅꾼 전은규의 집 없어도 땅은 사라》이후 3년만에 내놓는 신작이다.

그동안 많은 사람들이 궁금해하고, 질문했던 내용을 재미있고 쉽게 소설형식과 실제 사진, 발품판 그의 동선 등으로 설명한 책이다.

(중간중간 땅구경도 식후경이라고 저자가 아는 맛집이 나온다. 땅 투자보다 여기에 더 눈길이 갔다. 아, 나는 아직 부자 mind가 없는건가?)

 

이 책이 전하는 대로 따라하면 종잣돈이 없어도, 초보자라도, 땅투자 고수가 되고 땅부자가 될 수 있을 것 같다.

 

저자의 다른 책도 읽어보면서 공부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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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일순 평전 - 무위당의 아름다운 삶
김삼웅 지음, 무위당사람들 감수 / 두레 / 2019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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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시절 무위당의 사상을 좋아해서 노자의 도덕경도 찾아보고, 아름다운 가게에서 자원봉사도 하면서 아껴쓰고, 함께쓰는 활동을 했다.

법학과 학생이면서도 공부를 조금 소홀히 하고 그런 일을 할 정도로 좋아했다.

이 책의 저자인 김삼웅 前독립기념관장님은 한국 평전 문화를 새로 쓰고 계신 분이다. 일전에 신문기사로 본적이 있는데, 한국만이 평전문화에 인색하고 쓰기를 꺼려한다는 것이었다. 한국은 평전을 잘못 썼을 때 오는 그 엄청난 부담과 대립, 후손들, 얽혀있는 다수의 인물들 등으로 인해 진보고, 보수를 떠나서 현대의 인물에 대한 평전을 작성하기를 꺼려 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김 관장님은 이에 개의치 않고, 많은 자료와 풍부한 경험에 입각해 한국의 현대를 수놓은 수많은 인물들을 복원해 내고 있다. 나는 이 작업을 열렬히 응원한다.

우리의 인물을 많이 기록해 놓을 필요가 있다. 역사란 이런 기록물로 인해 사관이 이해하고, 해석해내는 작업을 하는데 그런 사료나 당대의 평가가 없다면 역사를 소설로 써야 하기 때문이다.

조선사는 학문이 되고, 드라마도 팩션 중심으로 할 수 있지만, 고구려사는 대부분 픽션 또는 거의 상상속의 이야기를 써내려 가는 것 역시 기록의 부재이기 때문이다.

  

『장일순 평전』에서는 우리 현대사의 정치적 변곡점들과 인물을 적절히 배치하면서, 원주 지역 인사들과 무위당의 역할을 설명하고 있습니다.

그 사회적 배경을 이해하고 함께 선생님의 삶의 궤적을 따라다가보면 선생님의 내면에서 움직여갔을 생각의 변화도 조금씩 더 분명하게 알 수 있게 됩니다. 그간에 축적된 자료를 적절히 활용해서 생명사상의 얼개도 짐작하게 하셨습니다.

모두 쉬운 일이 아닙니다. 무엇보다 선생님의 삶을 객관해서 볼 수 있는 기회가 되었습니다. ---p.10 판화가 이철수님의 이 책에 대한 평가

 

사실 위의 말로 이 평전의 가치를 짐작할 수 있다.

 

생전에 무위당을 만나지 못한 죄책감으로 이 평전은 시작한다.

무위당 장일순은 엄혹한 시대를 정말하면서도 '길이 없는 길'을 찾아 나선 후학들에게 '길'을 제시하고, 양심수들을 위로하고, 청년들에게 미래의 눈을 틔운 구도자 또는 경가의 모습으로 존재했다. 그러나 그는 나서기를 꺼리고, 지도자인 체하지 않았다.

한국사회의 모순이 겹겹이 쌓인 채 독재자와 추종자들의 감언이설이 민중의 이성을 가리던 시절, 장일순은 어디에도(무엇에도) 종속되지 않고 자유로운 영혼으로서 시대를 내다보는 심원하고 예리한 통찰력으로 민중(민족)의 앞길을 제시했다. 그래서 누군가는 장일순을 20세기를 산 '21세기형 인물'이라 평한다. ---P.23

 

아니 이런 분이 있었기에 21세기 오늘의 자유와 한국사회의 민주화, 발전이 올 수 있었다. 선생님은 한 시대를 변혁한 큰 업적과 공로에도 불구하고 평생을 한 알의 작은 좁쌀(一粟子)를 자처하며 살아간 그야말로 참거인, 큰 스승이었다.

많은 유묵과 글씨(휘호)는 남겼지만 그에 대한 글은 글 한 편도, 책 한권도 남기지 않았다고 한다. 그야말로 무위자연, 노장사상을 실천하다 돌아간 인물이다.

 

장일순의 길은 20세기 후반 한국 지식인으로서 걷기 쉬운 노선이 아니었다.

그의 삶은 아래와 같이 몇 단계로 구분해 볼 수 있다.

1) 미군 대령의 국립 서울대학 총장 부임에 반대 투쟁한 학창시절

2) 혁신정당 후보로 총선에 나왔다가 실패한 시절

3) 중립화 평화통일론을 주창했다가 5.16 쿠데타 세력에 의해 투옥된 30대 시절

4) 농촌과 광산촌을 살리고자 신용협동조합운동을 시작한 중년 시절

5) 지학순 주교 등과 박정희 독재정권에 맞서 투쟁한 시기

6) 민청학련 사건 관련자와 민주인사들을 보호한 시기

7) 농민·노동운동을 생명운동으로 승화시킨 시기

8) 민주세력을 통일운동으로 결집한 민족통일국민연합을 결성한 시기

9) 도농직거래 조직인 '한살림'을 창립한 시기

10) 본격적인 생명사상운동을 벌인 시기

 

미국에 월든의 '소로'가 있다면 한국에는 원주의 장일순이 있다고 할 수 있다. 하지만 장일순은 그러면서도 현실참여적인 농민,노동운동을 생명운동으로 승화시켰다.

 

무위당은 나라를 빼앗긴지 18년(십팔년)되던 슬픈 1928년 10월 16일 강원도 원주시 평원동에서 아버지 장복흥(張福興)과 어머니 김복희(金福姬) 사이의 6남매 중 차남으로 태어났다. 무위당의 할아버지 여운(旅雲) 장경호(張慶浩)는 포목상을 하면서 집안의 가세를 크게 일으켰다. 무위당의 첫번째 스승이라고도 할 수 있는 할아버지는 서울을 오가면서 문물을 익히고, 독립운동가들과도 교우했다. 그런 할아버지 밑에서 한학을 익히는 한편 생명공경의 자세를 배우고, 할아버지와 절친하던 독립지사 차강 박기정선생에서 서화를 익혀 나중에 일가를 이뤘다.

(이 책에는 선생의 많은 글씨, 그림 작품이 나온다)

1940년 원주 초등학교를 졸업하고, 서울 배재중고등학교를 다녔다. 똑똑한 첫째 형 철순이 죽자 그 집안의 기둥이 되고 그는 할아버지의 뜻대로 경성공업전문학교에 입학한다. 그가 문과를 택하지 않고 공대를 간 것은 징집을 피하기 위해서였다.

 

후에 1946년 8월 23일 군정법령 제 102호를 통해 경성제국대학, 경성의전, 경성치전, 경성법전, 경성고공, 경성고상, 경성고농을 통합하여 국립 서울대학교를 신설하고 총장에 미군 대령을 임명한다는 국립대 실시령을 내렸다.

 

무위당은 이에 반대한 국대안 파동을 하다가 제적되었다. 그 후 원주에 정착 대성학원을 세우고 활동한다.

한국전쟁을 통해 동족상잔의 비극을 접한다. 그는 중립 통일을 내세웠지만 당시에는 주목받지 못했다. 원주에서 교육사업을 하다가 민의원(지금의 국회의원)선거에 나서 낙선했다. 그는 당시 귀족 자식들만 다닌다는 덕수 초등학교를 나와 경기여고, 서울대 사범대 역사교육과를 졸업한 이인숙과 결혼한다. 이인숙의 집안도 좋은 집안이고 엘리트 코스만 밟았으나 후에 박정희 군부 쿠데타에 의해 시국사범으로 남편이 잡혀가는 역경을 당한다. 서대문 형무소에서 부인은 옥바라지를 한다.

 

지역협동운동을 하면서

장일순은 우주 천지만물이 모두 한 생명의 끈으로 이어져 있기 때문에 모든 것이 협동적으로 존재할 때만 건강하게 살아갈 수 있다고 확신했다. "우주의 모든 생명의 존재 법칙인 협동과 공생을 민중이 본받고 실천하여, 자본가에 대한 경제적 약자의 대항 수간이라는 의미를 넘어, 진정한 삶을 누릴 수 있기를 바랐다." ---p.150 주장했다.

 

지역농민, 탄광촌의 광부들을 계몽하는데 힘썼다. 박정희 시대에 자칫하면 용공분자나 사상범으로 잡혀갈 위기에서도 신념을 지켰다.

 

장일순 선생은 동학의 해월 최시형 선생의 생명사상을 공부하여 자신의 사상과 결합해 우리민족의 사상 체계에 다양함을 부여했다.

 

<녹색평론>의 김종철 교수는 장일순이 한살림 공동체를 실천하고 있는 생명운동의 근처에는 만물에 대한 공경을 바탕으로 생명계의 모든 이웃들과의 조화로운 삶을 강조한 해월 최시형의 사상이 중심에 있음을 알게 되었다고 말했다.

"무위당 선생의 가장 큰 업적은 아무도 주목하지 않고 잊혀져 가는 해월 최시형 선생을 세상 밖으로 끌어내어 그분의 사상을 조명하고 새롭게 정립하였으며, 한살림운동을 통해 생활 속에서 실천했다는 것이다." ---p.186 ~ 187

 

 

장일순은 늘 역설했다. 많이 늦기는 했으나 지금이라도 새로운 길을 찾아야 한다고, 길은 멀리 있지 않다고, 동학의 시천주(하늘님을 모신다)와 사인여천(事人如天, 사람을 하늘처럼 섬긴다)의 사상과 경천,경인,경물의 정신을 찾는다면 인간과 하늘, 사람과 자연이 동귀일체의 사회를 만들 수 있다고, 인류·지구촌을 구원할 수 있다고.

 

하지만 사회는 그를 생명운동과 무위자연, 농민운동에 집중 할 수 있게 놔두지 않았다. 박정희 정권의 유신 개헌(개헌이 아닌 악헌이지만)이 일어나고, 지학순 주교 등과 함께 박정희 정권의 부정부패를 폭로하는 가두시위에 참여하며 사회운동도 하게 된다. 이후 다시 고향에 돌아와 농민운동을 하였으나, 김지하 등과 함께 기존의 농민운동이 실패했다고 판단하여 도시와 농촌이 직거래를 하고 자연요법으로 농사를 짓는 한살림운동을 전개했다.

 

그를 한 마디로 평가해본 그의 글과 그림에 있다.

 

水流元在海(수류원재해) 물은 흘러가도 바다에 있고

月落不離天(월락불리천) 달은 져도 하늘을 벗어나지 않는다.

 

장일순의 심경을 보여주는 생과 사를 초탈한 글귀들이다.

 

 

그는 세상의 척도에 자신을 맞추기보다 정의의 가치와 자연의 이치에 자신을 맞춰가며 살았다. 한번도 사적인 이익을 위해 손을 대거나 자리를 탐하여 조직에 참여한 적이 없었다.

 

무위당은 부유한 집안에서 태어나 서울대를 두번이나 다닌 한마디로 평온하고, 세태에 영합해서 잘 살수도 있었지만, 과감히 그를 떨치고 자신의 정의를 실천하며 살았다. 이것이 바로 한국의 체 게바라 같은 삶이다.

과감히 자신의 기득권을 버릴 수 있는 그 열정을 존경한다.

 

무위당 장일순의 삶과 사회의 예와 도덕, '같이'의 정신이 사라진 2019년 오늘 그를 추억해본다.

 

* 이 리뷰는 두레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꼼꼼이 읽고 쓴 글입니다.

 

 

水流元在海(수류원재해) 물은 흘러가도 바다에 있고

月落不離天(월락불리천) 달은 져도 하늘을 벗어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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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문화유산답사기 중국편 1 : 돈황과 하서주랑 - 명사산 명불허전 나의 문화유산답사기
유홍준 지음 / 창비 / 2019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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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유홍준 선생님 광팬이다. 인문,답사기에 있어서는 소위 말하는 유홍준빠다.

대학교 1학년때였던가? 당시 영남대 교수님이던 교수님 강의를 한 번 들어보겠다고(물론 대구에서 학교를 다니던 친구들도 만나볼 겸) 서울에서 대구까지 가서 청강을 했었다.

이후에는 명지대 교수로 옮기시고, 간혹 서울에서 강연을 할 때마다 책을 사서 사인을 받고는 했다.

 

내가 나의 문화 유산답사기를 처음 접한 것은 당시 대학생이던 형이 방학 때 집에 잠깐 내려왔을 때 책가방 속에서 발견하고 읽게 된 것이 처음 기억이다. 당시 나는 초등학교 6학년이거나 중학생 때였던 것 같다.

 

어릴 때부터 역사를 좋아했지만 그때부터 빠져들어서 집에 나의문화유산답사기 전권을 다 가지고 있다. 한국편 1권 ~ 10권 서울편까지. 일본편 1 ~ 4권까지.

그러면서 일본편에 이어 분명 중국편이 나오겠구나. 교수님이 공직에 은퇴하시고, 교편을 놓게 된다면 꼭 중국 이야기를 쓸 것 같다는 생각을 했다.

이 책을 창비로부터 가제본 형태로 받아서 지난 한 주 정말 밤을 새서 읽었던 것 같다. 사실 리뷰 일정에 쫓겨 급하게 읽은 면이 없지 않아 나중에 책으로 나오면 다시 사서 찬찬히 읽어볼 생각이다.

 

중국편에 있어서는 우리가 흔히 기대했던 베이징이나, 시안 등이 아닌 돈황의 의미에 대해서 많이 설명한다. 돈황석굴...예전 역사시간에 얼핏 배운 기억이 나는 그 곳...

막고굴...1,000개의 동굴 같은데 석불이 있던 그곳...

그 돈황지역과 실크로드 답사가 이 책 1권의 3부에 나온다.

 

 

교수님이 밝힌 중국 8대 고도(북경, 서안, 낙양, 남경, 개봉, 안양, 항주, 정주)에 관한 이야기도 분명 나올 것 같기는 하지만 교수님이 중국편에서 밝힌 꼭 가보고 문화유산답사로 남기고 싶은 곳은 아래와 같다.

1) 유학의 고향 : 산동성 곡부의 공자묘와 태산

2) 강남의 원림 : 양주, 소주

3) 대동의 운강 석굴과 고대도시 평요

4) 주자의 무이구곡

5) 동정호와 소상팔경

6) 해남도와 소동파 유배지

7) 『삼국지』의 현장 : 무한, 융중, 이릉, 형주성, 백제성

8) 티베트 라싸의 포탈라궁

9) 하서회랑과 돈황 막고굴

10) 실크로드의 오아시스 도시들

11) 대만 고궁박물원

이렇게 11곳이다. 아 이름만 들어도 정말...역사와 인문학을 좋아하는 나는 당장 달려가고 싶다. 이 중에서 소주의 원림을 가봤고, 대만을 가서 고궁박물원 앞에까지는 갔다온 것 같다. (아직도 지난해 대만 여행에서 고궁박물원을 다녀오지 못한 것이 안타까움으로 남아있다) 이후 대만 여행을 한 번 더 가게되면 꼭 들러보겠다.

이 중에서 내가 나중에라도 가볼만한 곳은 산동성 곡부와 티베트 라싸, 삼국지의 현장 정도 살면서 가볼 것 같은 계획이 있다. 나머지는 사실 여러 지리적, 물리적 어려움으로...또 와이프가 그다지 중국여행을 좋아하지 않는 편이라 사실 기약하기 어려울 것 같다.

교수님의 책으로 다 만나보게 되길 바랄 뿐이다. 

 

우리는 중국과 최소한 2천년 넘게 국경을 맞대고 교류하였기 때문에 중국 답사는 우리 역사와 맞물려 있다. 특히 길림성, 요령성, 흑룡강성의 이른바 동북 3성은 그 옛날 우리 조상들이 누비던 우리의 영토였던 적이 있다.

특히 고조선, 부여, 고구려, 발해 역사는 여기서 발원했다.

 

장구한 세월을 두고 중국과 교류하면서 우리 선조들이 중국에 남긴 자취 또한 널리 퍼져있다. 한나라 때 흉노와 전쟁에서 앞장선 김일제 장군, 당나라 때 타클라마칸 사막을 넘어 명성을 떨친 고선지 장군, 낙양 북망산에 묻힌 의자왕과 왕자들, 양주 당성에서 벼슬을 한 최치원, 장보고 등등 수 많은 인물들이 중국에서 자신의 명성을 떨쳤다.

고려 이후에는 주기적인 중국과 사신 교류로 많은 역사적 일화를 남기고, 우리 사신들이 지나간, 돌아온 길을 따라가보는 답사도 재밌을 것 같다.

 

교수님도 로드 답사를 약속하시면서

1) 조선시대 연행 사신의 길, 2) 대한민국 임시정부 답사, 3) 국경선 답사를 꼭 기록으로 남기고 싶다고 하셨다. 

아! 나도 연행 사신의 길은 통일되면 꼭 한 번 해볼 것 같고, 샹하이 임시정부 청사는 가봤는데 후에 충칭이나 내륙까지도 가 볼 생각이다.

 

우리가 중국문화를 들여다볼 때 결국 중국의 문화권이었고, 우리는 그들의 아류 또는 변방 문화라고 생각하는 오류, 열등감을 버리라고 강조한다.

일례로 서양의 문화는 대부분이 그리스, 로마 문화의 시작에 원류를 기대고 있지만 여기서 파생한 프랑스, 독일 문화를 그들의 아류로 절대 생각하지 않는다.

마찬가지다. 중국이 우리나라 옆에서 황하문화권부터 시작해서 광범위하고, 또 장구한 역사속에 한자, 유교문화의 원류인 것은 사실이지만 그 속에서 꽃핀 우리나라와 일본의 문화가 절대 그들의 아류가 될 수 없다.

 

이를 교수님은 독일의 미술사가 빌헬름 보링거(1881 ~ 1965)가 제시한 문화권 이론으로 이햐하고 있다. 어느 시대나 한 문화권에는 중심부 문화가 있고 이를 따라가는 주변부 문화가 있지만 그것이 하나로 어울릴 때 그 문화권은 더욱 풍성한 모습을 갖추게 된다고 말이다.

중국문화와 우리문화는 결국 이러한 형태로 그 어떤 것도 허투로 흘려보낼 것이 아닌 크게 아시아의 찬란한 문화를 형성하는 것이다.

 

1권의 1부는 섬서성 너머 감숙성으로 시작한다.

오늘날 중국의 본격적인 시작이라고 할 수 있는 주나라, 진나라의 본거지를 지나는 것으로 시작한다.

누군가 말했다. 진나라가 중국 전역을 통일하지 않았다면 오늘날 중국은 다수의 민족이 여러개의 나라로 나뉘어져 마치 중앙아시아와 유사한 형태, 또는 구소련 해체처럼

동쪽과 중앙, 남쪽에 넓게 한족이 분포한 작은 중국과 그 외 지역의 다양한 민족으로 구성된 마치 러시아에서 해체한 카자흐스탄, 키르기스스탄 등 처럼 그런 다양한 나라가 있을 것이라고.

 

사로군조상/함양 아방궁/두목지의 <아방궁부>, 진령산맥과 관중평원/위하/왕유의 <위성곡>, 한무제의 무릉/제갈량의 오장원/보계시의 주원박물관으로 시작한다.

 

진나라의 수도 함양하면 뭐니뭐니해도 진시황의 아방궁이 떠오른다. 아방궁은 진시황이 짓고 있던 호화로운 황궁으로 미완성의 상태에서 불타버렸다.

궁궐이름도 아방궁이 아니었다. 사마천의 사기에 이러한 사실이 기록되어 있다.

"아방궁은 미완성이었다. 완성되면 좋은 이름을 택하여 명명하려고 했다. 단지 궁궐을 아방에 지었기 때문에 천하가 이를 아방궁이라 부른다."

아방궁은 원래 궁궐이었던 함양궁 근방에 죄수 70여만명을 나누어 아방궁과 여산의 무덤(진시황릉)을 조성하게 했다. 북산에서 석재를 캐내고 촉과 형 지역에서 목재들을 이곳으로 날랐다.

항우가 진의 함양을 점령하면서 불로 태워버렸다고 하는데 이를 아방궁이 아닌 함양궁이라고 하는 설도 있다고 하지만, 여튼 지금은 불이 나서 없어졌다.

이 시황의 아방궁 근처에 영화세트장을 조잡하게 지었다가 이를 없애고 6조 4천억원이나 들여 아방궁을 복원하려다가 시진핑 국가 주석의 지시로 중단되어 지금은 빈터로 남아있다고 한다.

 

함양은 이렇듯이 무려 2200년전의 사람인 진시황의 자취가 아직 남아있다. 

위하(흔히 삼국지나 초한지 등을 보면 위수를 건너는 장면이 많이 나오는데 바로 그 강이다) 한무제의 무릉 등이 차례로 나온다.

 

한가지 이해가 안 가는 것(?) 또는 웃긴 것은 왕이 되자마자, 자신의 묘부터 만든다는 것이다. 그런데 한 무제가 재위기간이 무려 54년이나 되면서 그의 무덤이 그토록 웅장하고 커졌다는 것이다.

이건 마치 내가 신입사원 처음에 가서 퇴직연금보험을 들었던 것과 비슷한 것인가?

 

1부 관중평원을 지나 2부는 하서회랑이다.

황하석림에 새긴 제불의 축제부터, 하서 사군과 흉노의 한혈마이야기가 나온다. 유홍준 교수님의 글은 그 지역의 지명과 지리, 그리고 인문과 역사가 어우려져 정말 읽는 맛을 느끼게 해준다.

만리장성의 서쪽 끝 가욕관 이야기까지 나오면 2부가 끝이 난다.

 

제 3부는 교수님이 머리말에 자세하게 써 놓은 바로 그 돈황이 나온다.

돈황은 실크로드로 가는 관문으로 당나라 때까지 서역과의 교역을 통해 번영을 누렸던 오아시스 도시였다.

당시 번영의 산물 가운데 하나가 세계 최대 석굴사원 막고굴이다. 16세기 해상교통이 발달하면서 실크로드가 문명의 교역 창구로서 역할이 약화되고, 돈황의 석굴사원도 점차 퇴색되었다.

막고굴은 돈황 시가지에서 남동쪽으로 25km 떨어진 명사산 기슭에 있다. 명사산 명불허전이라고 교수님이 말하는 그곳이다.

산 비탈 암벽에 벌집처럼 1,000여 개의 석굴이 뚫려 있는데, 이 때문에 '천불동'이라 불리기도 했다. 막고굴은 실크로드를 통해 전래된 불교가 돈황에서 꽃피운 결과물이다. 수많은 승려·화가·석공·도공들이 쌓아간 종교 예술의 극치를 보여준다.

 

유홍준 교수님의 나의 문화유산 답사기가 새로 나와서 너무 반갑다. 사실 인문역사를 결합한 재밌는 책이 많이 없는데 유홍준 교수님이야말로 내가 블로그에 밝힌 역사와 여행을 결합한 취미를 즐기는데 가장 적합한 책이다.

 

교수님이 오래오래 건강하셔서 계속 좋은, 많은 글을 쓰셨으면 좋겠다.

나는 9년만에 와이프와 다시 간 제주도에서도 교수님의 손길이 닿은 제주도 추사 유배지를 가장 먼저 달려갔을만큼 교수님과 비슷한 취미와 역사를 즐긴다.

 

집에 완당평전 1~3권이 있음에도 추사 김정희가 새로 나오자 다시 샀다. 이 책이야말로 집에 있는 많은 책을 정리해도 끝까지 살아남을 책이라고 했는데, 나의 문화유산답사기 시리즈 또한 내가 가장 아끼는 시리즈로 유시민, 유홍준 교수님의 책은 내 서가에 끝까지 남아있을 책일만큼 나에겐 보배같은 책이다. 

* 창비의 배려로 출간 전 편집본을 읽고 작성한 리뷰입니다. 하지만 저는 이 책을 다시 예약구매했습니다. 너무 좋은 책이라서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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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문화유산답사기 중국편 2 : 막고굴과 실크로드의 관문 - 오아시스 도시의 숙명 나의 문화유산답사기
유홍준 지음 / 창비 / 2019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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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홍준 교수님 책을 너무나 좋아한다. 원래도 내 취미였지만(대학시절 나는 친구들과 여행을 가면 역사유적지를 꼭 가려고 해서 원성 아닌 원성을 들었다) 회사원 생활을 하고는 거의 유일한 스트레스 해소법이라고 할 수 있는 취미가 역사나 지역, 인물에 관련된 책을 읽고, 그곳을 와이프와 함께 여행 가서 실제로 보고 느끼는 것을 좋아한다.

 

최근에 백범일지를 읽으면서 실제로 공주 마곡사와 백범 산책의 길을 걸으면서 그를 느끼듯이 그런 취미를 가장 잘 할 수 있게 해주는 책이 바로 유홍준 교수님의 글이다.

 

리뷰를 작성하기에 앞서 한가지 솔직히 고백하자면 이 책을 4월 11일에 1,2권을 동시에 받아서 다른 책도 읽고, 회사 일도 하느라...

오늘까지 서평을 작성하기로 해서 2권까지는 시간에 쫓겨 미쳐 다 읽지 못하고 쓰는 글이다.

또한 2권은 학술적 의미도 조금 있는 글이라 진도가 빨리 나가지 않았다.

중국편 2권의 제목은 막고굴과 실크로드의 관문 ‘오아시스 도시의 숙명’이다.

중국 불교미술의 축소판이라 할 만한 막고굴 곳곳을 살피는 한편, 그곳에서 발견된 돈황문서의 다난했던 역사를 담았다. 사실 책 한권을 여기에 모두 쏟았을만큼 굉장히 중요한 의미를 담고 있다고 할 수 있다.

이어서 중국편 3권으로 이어질 실크로드 답사를 기약하며, 옥문관과 양관 등 실크로드의 관문들을 탐사한다.

 

이 책은 크게 3부로 구성된다.

제 1부는 돈황의 막고굴을 두 차례 감상한 감상기다. 현재 남아있는 492개의 석굴 중 가장 유명한 석굴의 매력과 관전 포인트를 실어서 조금은 수다스러운 옆집 아저씨가 알려주듯이 친절하게 알려준다.

돈황박물관붜 막고굴 디지털 센터에서 이를 체험하고, 성당시대 제 23굴, 초당시대 제 328굴, 북주시대 428굴 초당시대 제 96굴 등 시대별, 지역별 막고굴에 대한 자세한 이야기를 담고 있다.

 

다음으로 가욕관에서 돈황으로 가는 기행문 성격의 글과 북량시대 제 275굴, 초당시대 제 220굴, 조씨 귀의군 시대 제 61굴 등을 보여준다.

(아마 실제 책으로 나오면 이러한 도판이 컬러로 나올텐데 그러면 더욱 책보는 재미가 있을 것 같다) 

 

제 2부는 돈황의 도보자(盜寶者, 훔쳐간 사람)와 수호자의 이야기다. 돈황 막고굴 제 17굴, 이른바 장경동의 문서들이 영국과 프랑스, 러시아, 일본 등으로 뿔뿔이 흩어지는 과정은 세계문화사의 일대 사건으로 지금까지 그 정당성에 대한 논란이 있다. 이 돈황 유물을 가져간 사람을들을 보물을 도둑질해 간 사람이라며 도보자라고 부르고 있다.

일각에서는 훔쳐간 것이 아니라 구입해 간 것이고, 결국 세계의 각 도서관에 소장됨으로써 결국 '돈황학'이 국제학으로 성립할 수 있게 되었다고 말하고 있다.

 

서세동점 시절 제국주의자들의 문화재 수집과 약탈에 엄청난 피해를 입은 우리의 입장에서 중국쪽에서 생각할 수 밖에 없는 일이기는 하다.

여기서 한 가지 아이러니하게도 우리 국립중앙박물관에 일본인이 가져온 돈황과 실크로드의 유물이 1,700점이나 소장되어 있어서 이 문제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이 일에 대해 교수님은 비교적 자세하게 당시의 상황과 이를 보호하려고 노력해온 수호자들의 이야기도 함께 전한다.

 

제 3부는 실크로드의 관문으로서 돈황의 이야기다. 돈황을 여행하다보면 오가는 길이 하도 멀고 실크로도로 가는 긴 여정이 남아 있어서 대개는 명사산과 막고굴 답사로 그치게 된다.

유홍준 교수님은 돈황 답사만을 따로 4박 5일로 진행했다.

 

천불동이라고 하면 흔히 돈황의 막고굴을 지칭하지만 천불동은 보통명사로 많은 석굴이 조성된 석굴사원을 말하는 것이고 돈황에는 막고굴 이외에도 유명한 천불동이 여럿 있는데 여기서 안서 유림굴 등을 소개한다.

 

타클라마칸 사막을 에둘러 가는 실크로드 답사길에서 옥문관, 투르관, 쿠차, 카슈가르로 이어지는 천산남로를 따라 가는데 여기서 누란이라는 36개 오아시스 도시 중 가장 신비롭고 심금을 울리는 역사를 소개한다.

 

사실 이 2권은 읽게되면 우리같은 직장인이나 일반인이 쉽사리 여행하지 못하고, 또한 안내해주는 사람이 없다면 가도 잘 안 보이는 그런 곳이라고 할 수 있다.

많은 사람들이 이 책을 읽게 되면 돈황으로 막고굴로 떠나고 싶다는 생각을 하고, 여기에 대한 답사를 계획하고 떠나는 사람들이 많아지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해 본다.

 

교수님의 답사기로 한국 곳곳을 함께 따라가며 여행의 재미를 느끼고, 우리 땅의 인문, 역사를 더욱 알게됐고, 사랑하게 됐다.

일본편을 보고, 그곳을 일부이긴 하지만 또 가게 됐고, 이 책을 보고나면 또 중국 어딘가로 떠나지 않을까하는 생각을 해본다.

 

교수님이 말씀하신 산동성의 공자 유적지와 삼국지 기행, 대만의 고궁박물관 답사기 등도 얼른 나와서 먼저 읽고 그곳으로 떠나보고 싶다.

 

* 이 리뷰는 창비의 배려로 나의 문화유산답사기 중국편 2권 편집본을 받아서 읽고 쓴 리뷰입니다.

나의 중국 답사기 두번째 책은 3부로 구성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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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왕의 위엄 - 상 민들레 왕조 연대기
켄 리우 지음, 장성주 옮김 / 황금가지 / 2019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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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를 좋아한다. 특히 한국의 장길산, 임꺽정같은 역사소설과 중국의 삼국지, 초한지, 수호지, 일본의 도쿠가와 이에야스까지 장편 역사소설을 좋아한다.

이문열의 <초한지>를 읽은지 3년 정도 지난 시점으로 최근 견위의 원전 초한지가 완역되어 나와서 다시 보고 있던 찰나에 이 소설을 만났다.

이 책의 저자는 켄 리우(뭔가 이름에서 중국의 추억이 돋는다)다.

1976년 생으로 40대 중반으로 접어드는 나이인데 아직도 30대 같아 보이는 외모를 가졌다.

중국 서북부 간쑤 성의 란저우 시에서 태어나 열한 살 때 가족과 함께 미국으로 이민했다. 미국 최고의 명문 하버드 대학교 영문학과를 졸업하고(이 소설의 영어판을 읽어보고 싶기도 하다. 중국인 이민자로 하버드 영문과 생의 영어는 어떨까 궁금증이 들었다) 영문과 출신인데 신기하게도 마이크로소프트 등에서 프로그래머로 일했다고 한다. 아마 이 책에서 나오는 기술적 상상이나 내용들은 이 때 착안하거나 영감을 얻은 것이 많으리라.

 전세계 수재들만 다닌다는 미국 대통령도 여러 명이나 배출한 그 어렵다는 하버드 로스쿨을 졸업하고 지금은 보스턴에 거주하면서 법무법인 변호사로 일한다.

낮에는 기술 전문 컨설턴트로 일하고, 밤에는 자신이 생각하는 소설을 써내는 뭔가 내가 바라는 삶을 사는 한 사람이다.

나 또한 법학과 학생이지만 지금은 IT회사에서 마케팅을 하고, 언젠가는 로스쿨을 꿈꾸기도 했고, 무엇보다 역사소설이나 책을 집필하고 싶었다.

 저자는 대학 시절부터 습작을 시작하여 수많은 단편을 썼으나 오랫동안 출판 기회를 얻지 못하다가 2002년 오슨 스콧 카드가 편집한 <포보스 SF 단편선>에 '카르타고의 장미'를 발표하며 소설가로 첫발을 내디뎠다.

이후 2011년에 발표한 단편 <종이 동물원>으로 2012년에 SF 및 판타지 문학계에서 최고의 권위를 자랑하는 휴고 상과 네뷸러 상, 세계환상문학상을 모두 휩쓴 최초의 작가가 됐다고 한다. 사실 SF물을 좋아하지 않아서 다른 상은 잘 모르지만 휴고상은  어디선가 들어봤다. 그리고 3개의 시상식을 모두 휩쓸었다는 것은 그만큼 대단한 작품이리라. 나중에 꼭 한 번 읽어봐야겠다.

2016년에 이 책 ‘민들레 왕조 전쟁기’ 3부작의 1부 <제왕의 위엄(The Grace of Kings)>으로 로커스 상 장편 신인상을 수상했고, 중국어로 된 소설을 영역하기도 한다. 다재다능한 사람이다.

저자의 소개를 길게 한 것은 이 소설을 내가 서평에서 장황하게 설명할 필요는 없어서다. 소설은 그저 주인공이 누구정도인지 알고 들어가서 읽는 것이 좋기 때문이다.

괜한 선입견을 이 서평을 읽는 사람에게 주고 싶지 않았다. 다만 저자가 어떤 사람이고 어떤 성향의 사람인 것은 알아도, 몰라도 그만이기에 소개를 했다.

 

저자는 어릴 적 할머니로부터 한(漢)왕조의 위대한 영웅들을 소개 받았다. 특히 할머니랑 같이 들었던 오후의 라디오 드라마를 잊지 못한다고 한다.

중국인이라는 피가 몸속에 흘렀기 때문에 이런 중국 역사를 변주한 소설이 탄생했으리라.

 

책은 '다라'제도를 통일한 마피데레 황제(진시황의 모티브)가 성대한 축하연을 여는 것부터 시작한다. 포로로 잡혀온 500여명의 무희가 파티를 벌이고 있는 순간 하늘에서 연처럼 생긴 자객이 활강해서 황제에게 불덩이를 던진다.

아마도 작가는 예전에 본 영화인데 폴 앤더슨 감독, 올랜도 블룸이 나온 '삼총사' 영화에서 모티브를 얻은 것 같다. 그 영화도 프랑스의 달타냥이 나오는 삼총사에 하늘에서 배를 타고 다니고, 신식무기가 등장하면서도 한편으로는 삼총사의 스토리를 잃지 않았는데 그 소설과 유사하다.

첫 장면은 초한지의 시작과 같다. 진시황이 통일하고 지방 순행을 갔을 때 자격의 습격을 받는 장면이다. 진시황역의 마피데레 황제를 늙고 쪼글쪼글한 인물로 그리고 있기는 하지만 거의 유사하다.  

 

켄 리우는 어릴적부터 초한지 영웅들로 이야기를 지어 친구들과 역할 놀이를 하고, 미국에 건너와서도 사전을 뒤져가며 사마천의 사기를 읽고 역사에 빠져들었다고 한다. '역사의 기록'과 관련한 작업을 자신의 과제로 삼고 있다고 한다.

 

이 소설 또한 초반에는 초한지의 서사를 거의 그대로 따른다. 후세의 영웅이 되는 쿠니 가루(유방)와 마타 진두(항우)의 성장담이 나온다. 마타 진두는 명문의 후예로, 쿠니 가루는 미천한 농민의 아들로 나온다. 유방의 부인으로 훗날 천하를 호령하는 여황후는 지아 마티자로 나와서 유방에게 시집가는 것과 유사한 서사를 유지한다.

 

다라 제도의 패권을 둘러싼 경쟁이 뼈대를 이루면서 환관 조고가 호해를 농락하던 '지록위마'의 고사가 변주되어 나오고, 만리장성 건축은 해저터널로 만들어져 (이 책 뒤에 지도가 나오는데 이 소설은 바다와 섬으로 이루어진 가상의 도시가 배경이다) 나온다.

 

 

(이 책의 공간적 배경이 되는 다라제도) 

작품의 배경은 오락가락 한다. 연호를 쓰고, 대나무 비단 같은 옛날 소재와 하늘에서 날아다니는 최첨단 기술이 결합에 미래도 아닌 것이 과거도 아닌 SF의 시공간을 창출한다.

이런 장르를 바로 실크펑크(Silkpunk)라고 한다. 켄 리우는 단순히 초한지 모티브를 변주한 것에서 나아가 자신이 창조한 또 하나의 세계에 생동감을 불어넣었고, 고고학, 기계공학 논문을 참조해서 한나라의 방직기, 한국의 거북선 같은 기술에서 모티브를 따왔다고 했다.

 

또한 소설에서 작가의 세상과 철학을 군데군데 배치 해 놓았다. 전쟁은 잘못된 것이라는 신의 질책에 황제는 '더 많은 피가 흐르지 않도록 흘린 피였다'라고 이야기하거나 진시황의 분서갱유를 변주한 것에는 '세상은 아직 너무나 불완전하고, 위대한 인간이 당대에 제대로 인정받지 못하는 것이 있다'고 설명한다.

 

이 소설은 초한지에 기반한 많은 인물들이 나온다.

전쟁의 판도를 뒤바꾼 다다익선의 고사를 남긴 한신은 성별이 바뀌어 '긴 마조티'라는 야심에 찬 여성으로 등장한다. 특히 현대에 맞게 여성 캐릭터가 많이 등장한다. 이전 중국에서는 기껏해야 부인이나 첩 정도 나오는 것에서 장군 등의 캐릭터로 생명력을 불어넣었다.

항우의 애첩이자 절세미인 우희는 나라를 위해 목숨을 내놓을 수 있는 키코미 공주와 전쟁에 대해 부정적인 미라 두 인물로 변주했다.

 

 

항우의 숙부로 홍문여에서 유방의 목숨을 구하는 항백 또한 지아 마티자의 하녀장인 소로와 마타 진두의 숙부이자 양아버지인 핀 진두로 나뉜다. 

 

 

유방의 책사인 장량은 다양한 기계를 발명해내고 만들어내는 루안 지아로 묘사되고,

항우의 노책사인 범증은 토롤루 페림으로 나온다. 

 

 

(책 끝에 등장인물 소개가 나온다. 초한지를 잘 아는 사람은 누가 누구로 변했는지 추적해가면서 읽어도 재밌다) 

또한 진의 호해와 자영은 에리시 황제로 합쳐져서 이 책 1권의 마지막은 에리시 황제가 권좌에서 내려오기 직전으로 몰리는 것으로 끝이 난다.

 

개인적으로 초한지의 내용을 잘 알고 있어서 이 사람은 이렇게 변했구나, 이 사람은 누구겠다를 추측하면서 읽는 것이 재미있었다.

이 책을 읽고 싶은 사람은 황금가지의 모회사라 할 수 있는 민음사의 이문열 초한지나 최근에 나온 원전 초한지 등을 먼저 읽고 읽으면 원전과 변주곡이라 할 수 있는 이 책 '제왕의 위엄'을 서로 비교하면서 볼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SF에 충실하고 싶으면 이 책 하나만으로도 충분하다.

 

2권이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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