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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도세자의 고백
이덕일 지음 / 휴머니스트 / 2004년 3월
평점 :
구판절판
평소 이덕일 선생의 역사서를 많이 읽는 편이다...이책은 내가 개정판으로 나오기 전에 읽은 책으로 조금 오래된 감이 없지 않아 있다...그래서 읽을 때는 아주 지적할 부분도 많고, 중간중간의 오류를 지적할 정도가 되었었는데, 지금은 솔직히 그런 자잘한 것까지 기억이 나질 않는다. 이덕일 선생님이 스스로 말하기를 송시열과 그들의 나라, 정약용과 그의 형제들에 중간에 속한 조선 후기 인물 3대 열전으로 이 모두 사도세자와 관련이 직,간접적으로 있는 책들이다.
아직도 영,정조 시대에 관한 책이 많이 나오는 것으로 봐서 이 시대는 우리의 구미를 자극하기에 알맞은 시대이다...조선이 근대국가로 가느냐,, 아니 쇠락의 길로 가느냐 하는 시대의 중심에 섰던 시대이기도 하고, 박지원, 박제가, 홍대용, 정약용, 이덕무, 이서구 등 그리고 조금 뒤세대의 추사까지 내가 스스로 꼽은 조선의 4대기재(율곡, 연암, 다산, 추사) 중 무려 3명이 동시에 출현하는 시대이기도 할 정도로 학문과 기술의 발전 여기저기서 조선을 개혁하려는 그리고 바꿔보려는 움직임이 꿈틀거리던 시대로 이덕일 선생님 말대로 이시대까지는 그래도 조선이 살아있었다고 보는 것이 옳으리라...또한 서학이나 천주학, 청나라의 고증학 등이 받아들여져 여러가지 사상이 융성하던 시기에다가 영조라는 나름대로 현명하다면 현명하고 자기 관리가 철저한 군주와 조선의 메이지, 조선의 학문군주 정조의 시대였기에 이런것도 가능했으리라 생각한다. 그런 영조와 정조 사이의 다리라면 다리라고 할 수 있고, 건널 수 없는 강이라면 건널 수 없는 강이라고 할 수 있는 사도세자의 일대기에 관한 책이 이책이다.
우선 사도세자는 영조가 40이 넘어 뒤늦게 본 아들로 첫아들인 효장세자가 죽은 뒤로 어렵게 나은 아들이기에 영조의 사랑이 각별했다...처음부터 영조가 사도세자를 미원했을 이유는 하등 아무것도 없었다...온 조선의 축복속에 태어난 세자라해도 과언이 아니리라...태어난 지 1년만에 세자에 책봉된다. 어려서부터 매우 영특했던 걸로 알려진다. 또한 정치적 안목도 높아서 영조가 묻는 말에 매우 뛰어난 정치적 신견을 보여줘 1749년 15세의 어린나이로 대리정사를 보게된다. 원래 조선은 만 20세가 되기전까지는 대비나 왕대비의 섭정이 이루어졌을 정도 였는데 아주 어린나이에 그에게 정사를 맡긴 것을 보면 영조의 믿음이 매우 있었다고 할 수 있다...그리고 방납의 폐단을 줄이고, 부다익과의 정사를 펴는 등 의욕적인 정사를 하게 된다. 하지만 이 대리청정이 영조와 사도세자 사이를 다시는 돌아올 수 없게 만들었으니 조선의 비극이요, 우리의 비극이라 할 수 있다.
참고로 영조는 노론과 소론이 극심히 다토던시기에 노론의 지지로 임금이 된 인물이었다. 이과정에서 소론을 은연중에 편들어주던 경종을 게장과 생감사건으로 유명한 경종독살사건을 일으키고 즉위했다고 할 정도로 그리고 천인 출신의 어머니를 둔 그는 정치적으로 매우 불안정하고 혹독한 시련속에 왕이 된 인물이었고, 왕이 되서도 이인좌의 난 등 소론의 철저한 공격을 받았다. 그러므로 탱평의 군주인 영조는 태생부터 탕평을 할 수 없는 인물이었다. 결국 조정은 노론 일당 독재 사이에 소론, 남인 등이 연정을 구성한 형태였다. 하지만 사도세자는 소론을 배제하던 영조를 비판하며, 능력이 되면 소론도 기용하곤 하였다. 결국 노론은 위기를 느꼈고, 또한 사도세자가 부왕의 경종 독살설을 인정하는 형태를 취했으므로 영조의 미움도 사게 된다. 이과정에서 결국 노론과 세자를 미워하던 후궁, 그리고 부인이지만 당색을 위하여 노론을 편든 혜경궁 홍씨까지 안과 밖에서 집중포화를 받고 결국 사도세자는 휘령전 앞에서 뒤주에 갇혀 일주일여만에 죽게된다. 여기서 혜경궁 홍씨의 한중록이 문장으로는 매우 유려하고 아름답지만 거짓말과 자신의 아버지 노론 홍봉한을 위한 변명 일색이었다는 것도이덕일 선생님의 주장으로 알게된다.
후에 정조가 즉위하여 아버지의 원한을 풀어주려고 백방 노력하였으나, 정조는 현명한 군주였다. 자신의 사람을 규장각 등을 통해 차곡차곡 궁중에 쌓고, 이가환, 정약용 등의 능력있는 남인인사 들을 기용하면서 점차 세력을 넓혀 나가자 결국 노론의 공격을 받던 중 의문의 사망을 맞이하게 되고 조선은 암흑 속의 세도정치 시기 60년간을 거쳐 흥선대원군 명성화후 집권, 그리고 일본, 중국, 영국, 프랑스, 러시아 등의 열국의 침탈에 휩쓸리게 된다.
조선의 변혁기 시대에 나타난 세부자 영조, 장조(사도세자의 추존명), 정조 이 세부자의 파란만장한 일대기와 정치적 격변이 훌륭한 이덕일 선생의 조선 후기 역사 인물사 3부작을 권한다. 참고로 정약용과 그의 형제들은 서간문을 곁들이고 참신한 편집과 깔끔한 구성이 돋보이는데 이책은 좀 지루한 서술투의 문체와 그리고 내가 본 구판은 오타도 간간히 눈에 띄고 관직등에서 오류도 종종 눈에 띄는 등 조금은 좋지 않은 점이 있었다. 물론 새로 개정판이 나오면서 다 시정되었으리라 믿는다.
이덕일 선생은 마이너리티 역사학자로 어찌보면 기득권이 판치는 우리나라의 이 시대에 정조나 사도세자 같이 자신의 소신이 뚜렷한 그리고 역사학에 대한, 민족주의 사관이 투철하신 분 같다...끝으로 이책은 아니지만 정약용과 그의 형제들에 나온 말로 이글을 맺고 싶다. :지금 너희들의 시대는 주류와 다르다는 이유로 배척당하지는 않는가..?? 사도세자의 개혁정신과 정조의 치세가 조금 더 길어졌다면 우리의 역사와 현재는 많이 아니 분명히 달라졌으리라 믿고 싶다... 이책 꼭 읽어보라고 권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