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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화의 종말 - 하버드 의대 수명 혁명 프로젝트
데이비드 A. 싱클레어.매슈 D. 러플랜트 지음, 이한음 옮김 / 부키 / 2020년 7월
평점 :
늙는다는 말...서글프다. 나는 이제 몇개월만 지나면 우리 나이로 마흔 살이다. 사실 내 정신은 아직 내가 20대인 것만 같다. 2002년 월드컵(대학생 때)이 정말 아직도 얼마 안된 엊그제 같고, 대학을 졸업하고 회사 연수를 받을 때, 그리고 회사원으로 바쁜 와중에도 좋았던 연애를 할 때 등이 마치 어제 일 같다.
서른 여덟 늦은 나이에 아이를 얻었다. 그러면서 문득 늙는다는 것을 실감하고 내가 어른이 되었고, 이 젊음이 지난 2002년 월드컵에서 오늘처럼 또 십여년이 지나면 나는 은퇴를 걱정할 나이가 된다는 것이었다.
솔직히 30대 후반의 직장인 중 많은 사람들은 운동부족과 성인병의 전조 현상이 나타난다. 물론 아직은 건강하다. 하지만 나 역시 운동부족, 높은 콜레스트롤, 혈당 수치 등이 30대 후반을 기점으로 요동치기 시작했다.
얼마 전부터 불혹을 앞두고 과연 이렇게 사는 것이 맞는가에 대한 고민과 함께 건강하게 노화를 최대한 늦추면서 80살 정도까지는 사회생활에 아무런 무리가 없이 살아간다면 얼마나 좋을까를 수도 없이 생각하고 되뇌였다.
그러던 중 이 책을 만났다. 사실 이 책의 리뷰일정에 쫓겨서(리뷰 날짜를 잘못봐서, 또 육아에 바빠서 600쪽이 넘는 책을 읽고 리뷰를 쓰려니 약속한 시점에서 한참이나 늦었다) 또 문과생이라는 구차한 변명으로 이 책에 나오는 어려운 생물학적 용어나 과학 용어를 100% 이해할 수는 없었지만 우리 인류가 아마 이 세상에 와서부터 품은 근본적인 의문인 인간은 무엇으로 이루어져 있고, 인간은 왜 늙어가야 하며, 왜 자연으로 다시 돌아가야 하는지, 그 인생의 유한함에 대해서 다시금 생각해 보게 됐고, 조금 더 노화를 늦추면서 건강하게 사는 법에 대한 도움을 많이 받았다.
이 책은 우리는 왜, 어떻게 늙어가는지와 인류의 피할 수 없는 숙명인 노화의 과학을 둘러싼 가장 근본적인 의문을 해결면서 또한 놀라운 비법을 알려주는 책이다.
저자 데이비드 A. 싱클레어는 세계에서 가장 저명한 과학자이자 기업가 중 한 사람이다. 하버드대학교 의과대학 블라바트닉연구소의 유전학 교수이자 하버드 폴F.글렌노화생물학연구센터 공동 소장, 호주 시드니 뉴사우스웨일스대학교 노화연구실 책임자, 시드니대학교 명예교수다. 우리가 늙는 이유와 노화를 되돌릴 방법에 대한 연구했다.
싱클레어 교수는 170편이 넘는 논문을 발표했고, 50가지가 넘는 특허를 공동 소유하고 있으면서 노화, 백신, 당뇨, 생식, 암, 생물방어 등 분야에서 14개 생명공학 기업을 공동 창업한 입지전적인 인물이다. <타임>지의 세계에서 가장 영향력있는 인물 100인과 헬스케어 분야 최고 50인에도 선정된 과학자다.
공저자인 매슈 D. 러플랜트는 유타 주립대 저널리즘 커뮤니케이션 교수로 이 책을 좀 더 읽기 쉽게 편하게 만든 역할을 했다.
무엇보다 나는 이런 책의 역자를 많이 보게 된다. 아무리 좋은 내용이라도 역자가 제대로 번역하지 못하면 아무 소용이 없다. 그리고 내가 그 오류를 밝혀낼만한 깜냥도 안된다.
내가 생각하는 좋은 번역은 ① 해당 책의 언어를 전공했으며, 그 분야에 정통한 사람, ② 해당 학문을 전공하고, 언어에 유능한 사람인데 저자는 ②번에 속한다. 생물학을 전공해서 누구보다 이 분야의 어려운 용어와 미묘한 뉘앙스를 잘 드러낼 수 있는 적임자로 어려운 내용임에도 책이 술술 읽혔다.
2020년 원더키디라는 만화영화가 생각나는 1980년대 초반 아날로그를 경험한 인터넷이 없던 세상에 태어나서 살아본 나는 2020이라는 숫자는 언제나 먼 미래였고 과학 그 자체라고 생각했다.
휴대폰으로 사진도 찍고, 전문적인 게임도 하고, 별걸 다 찾아보는 세상이다.
우리 인류는 지난 세기 동안 평균 수명, 물리적 생존 나이를 점점 늘려왔다. 하지만 우리 대다수는 100세까지 산다고 생각할 때면 여전히 “그런 일은 없기를”이라고 생각한다. 그 마지막 십수 년이 어떤 모습인지를 보아 왔고, 대부분의 사람들에게는 그렇게 많이 주어진 시간이 결코 매력적으로 보이지 않기 때문이다.
산소 호흡기와 온갖 약물과 기저귀, 화학요법과 방사선요법. 수술 또 수술. 그리고 의료비에 마지막에는 보통 내가 누구인지도 모른 채 우리는 천천히 고통스럽게 죽어 간다. 부유한 나라의 국민들은 때로 10년 넘게 이런저런 질병에 시달리다가 삶을 마감하곤 한다. 우리는 이런 일이 정상이라고 생각한다.
노화는 그동안 "불가피한 것", "자연스러운 것" 즉 신의 영역이었다. 하지만 이 책은 더 젊게 오래 살 수 있는 것에 대한 근본적인 물음에 대한 해답을 준다.
만약 우리가 20대에 스토록 스트레스 받을 필요가 없고 30대, 40대에 중년이라고 느끼지 않고 50~60대에도 건강하게 젊은 시절처럼 새롭게 무언가 해낼 수 있는 정력적인 나이라고 생각한다면. 우리 인생은 정말 달라질 것이다.
저자는 노화는 정상이 아니라 "질병"이며, 그 질병을 치료할 수 있다고까지 말한다.
물론 죽음 자체를 부정하는 것은 절대 아니지만 건강한 장수에 관한 25년의 연구를 집대성 했다.
책은 40억년 전 태초의 생명체가 끔찍한 지구 환경ㅇ서 살아남기 위해 갖추었던 그리하여 진화과정에서 오늘날 인간을 비롯한 모든 생물에게 발전되어 전해져 온 유전학적 '생존회로', "활력유전자" 등에 대해서 이야기하며 시작한다.
우리가 많이 아는 장수 정보에 대해서 핵심적인 정보, 그리고 잘 알려주지 않는 정보들을 많이 전달하고 있다. 대표적으로
1970 ~ 1980년대에 걸쳐서 하먼을 비롯해 수백 명의 연구자들은 항산화제가 동물의 수명을 늘릴 수 있는지 조사했다. 결과는 전반적으로 실망스러웠다. 하먼은 식품 첨가물인 뷰틸하이드록시톨루엔(이 책에서는 이런 용어에 익숙해져야 한다)같은 항산화제를 써서 설치류의 평균 수명을 늘리는 데는 얼마간 성공을 거두었다. 하지만 그 어떤 항산화제도 '최대수명'을 늘리지는 못했다. 다시 말해 실험한 동물 집단 전체로 보면 평균수명이 몇 주 더 늘었지만 수명 최고기록을 깬 개체는 전혀 없었다. 그 뒤로 연구자들은 항산화제가 풍부한 음식을 먹어서 얻을 수 있는 긍정적인 건강 효과가 항산화제 자체의 활성 때문이 아니라, 몸에서 자유 라디칼을 제거하는 효소의 생산을 자극하는 등 노화를 억제하는 몸의 자연적인 방어 체계를 자극함으로써 나타나는 것일 가능성이 더 높다는 점을 밝혀내 왔다. ---p.59
'노화의 정보이론'은 우리가 먼 조상으로부터 물려받은 원시적인 생존 회로에서 출발한다.
내가 연구하고 있는 장수 유전자는 "서투인(시르투인)"이라는 단백질을 만드는 것이다. 효모에서 처음 발견된 SIR2 유전자의 이름을 땄다. 포유류는 서투인 유전자가 SIRT1에서 SIRT7까지 7개가 있으며, 서투인 단백질은 몸의 거의 모든 세포에서 만들어진다. 내가 연구를 시작할 당시 서투인은 과학계에 거의 알려지지 않은 상태였다.
현재 이 유전자 집단은 의학 연구와 약물 개발의 최전선에 놓여 있다. ---p.73
모든 생물은 동일한 원시 생물에서 진화했으며, 우리 역시 마찬가지다. 현미경으로 들여다보면 모두 동일한 원료로 이루어져 있다. 모두 동일한 생존 회로, 즉 상황이 안 좋을 때 보호하는 세포 내 연결망을 갖고 있다. 그런데 이 연결망은 우리의 몰락 원인이기도 하다. DNA 가닥이 끊기는 일처럼 우리가 피할 수 없는 유형의 손상들이 있다. 그런 손상들은 생존 회로를 과로시키고 세포의 정체성을 바꾼다. ‘노화의 정보 이론’에 따르면 우리 모두는 노화를 일으키는 후성유전적 잡음에 시달린다.
하지만 일란성 쌍둥이라도 흡연, 생활습관 등의 유무에 따라 노화가 달라진다. 유전자가 장수에 미치는 영향은 10~25퍼센트라고 한다. 놀라울 만치 낮은 비율이다.
즉 우리 DNA는 우리 운명이 아니다.
책 전반에 서투인이라는 개념이 많이 나온다. 저자의 핵심 연구분야여서 더욱 그렇다.
저자는 소식, 간헐적 단식, 육식을 줄이는 등의 장수에 관한 비법도 알려준다. 어디선가 들어봤음직한 이야기인데 또 들으면 솔깃해진다. 특히나 이 분야 대 권위자이기 때문에 더욱 신뢰가 간다. 나도 앞으로 간헐적 단식을 실천해봐야겠다.
육식은...아 끊기 어렵다.
레스베라톨을 먹인 효모가 그렇지 않은 효모보다 좀 더 작고 좀 더 느리게 성장했으며 평균 34회 분열을 한뒤에야 죽었다. 마치 열랑 제한을 한 듯 했다. 사람으로 치면 50년이나 수명이 늘어난 것과 같다. 초파리 실험에서는 평균적으로 일주일 더 산다. 사람으로 치면 14년을 더 사는 셈이다. 레스베라톨은 적포도주에 많이 들어있는 물질로 식물이 스트레스를 받을 때 생성되는 물질이라고 한다.
이렇듯이 어려운 용어와 화학적 물질도 나오지만 잘 이해할 수 있게 그림 등으로도 많이 도와주고, 무엇보다 설명이 정말 자세하다.
40대 중반에 노화 효과가 나타나고 느껴지기 시작할 때 한 달에 걸쳐 안전한 스위치인 독시사이클린을 투여할 것이다. 그러면 재프로그래밍 유전자들이 켜질 것이다.
한 달 뒤 와딩턴 조약돌들이 젊었을 때 있던 곳으로 되돌아감에 따라 몸은 회춘 과정을 겪을 것이다. 희끗했던 머리카락이 사라질 것이다. 상처가 더 빨리 나을 것이다. 주름이 사라질 것이다. 기관이 재생될 것이다. 머리가 더 빠릿빠릿하게 돌아가고, 더 높은 주파수의 소리가 들리고, 차림표를 보느라 안경을 쓸 필요가 없어질 것이다. 다시 몸이 젊어진 느낌이 들 것이다.
영화 주인공 벤저민 버튼처럼 다시 35세가 된 양 느낄 것이다. 그런 뒤에는 30세, 이어서 25세로 돌아간 기분이 들 것이다.
그러나 벤저민 버튼과 달리 당신은 거기에서 멈출 것이다.
생명공학이 발전하는 속도를 생각할 때, 그리고 우리 세포를 재설정하는 인자들을 조작하는 방법을 배우는 속도를 생각할 때, 바이러스를 이용하는 대신에 그저 한 달 동안 알약을 먹는 방식으로 넘어갈지도 모른다.
공상과학소설처럼 들린다고? 아주 먼 미래의 일인 양 들린다고? 분명히 말하지만, 그렇지 않다고 저자는 이야기하고 있다.
다음으로 사회적인 체계에서의 장수와 노화에 대해서 말한다.
노화 연구는 2003년 미국 대통령 직속 생명윤리위원회가 백악관에 제출한 《치료법을 넘어서: 생명공학과 행복의 추구》라는 보고서의 배후에도 그 힘이 작용한 듯하다. 그 보고서는 노화 연구가 “인간의 본질human grain”에 반하며 출생, 혼인, 죽음의 이른바 정돈된 한살이에 위배된다면서 노화 연구에 불길한 경고를 했다.
하지만 먼 미래가 아닌 빠른 미래에 이 불길한 경고는 현실이 될 수도 있다.
저자는 마지막으로 노화를 늦추기 위한 가장 기본적 의학적 조언으로 1. 열랑 섭취를 줄이고, 2. 사소한 일에 신경쓰지 말고, 3. 운동하라는 것 외에는 할말이 없다고 했다.
하지만 저자가 하는 일에 대해서 쓰고 있다.
매일 NMN 1그램과 레스베라트롤 1그램, 메트포르민 1그램을 먹는다. (나도 구하고 싶다)
비타민 D와 K2의 하루 권장량과 아스피린 83밀리그램을 먹는다고 한다.
설탕, 빵, 파스타를 최대한 적게 먹으려고 노력한다는데 아...너무 힘든 일이다.
하루에 한끼를 건너뛰거나 매우 적게 먹으라고 일러준다.
매일 많이 걷고 계단을 오르려고 한다. 채소를 먹고 고기를 덜 먹는다. 담배를 피하지 않고 자외선 노출, 엑스선 노출 등을 피한다. 낮에 그리고 밤에 잘 때 시원한 환경을 유지하려고 애쓴다고 한다. 체중이나 체질랭 지수가 건강 수명의 최적 범위에 놓이도록 노력한다고 한다.
이 책의 저자는 최대수명과 건강수명을 같이 늘리는 일에 대해 말하고 있다. 또한 새로운 노화이론과 수많은 연구 성과를 시시콜콜 알려준다. 하지만 저자의 연구성과는 아직도 진행형이다. 하지만 이러한 이론을 통해 적어도 노화와 죽음에 대한 다른 시각에서 보게 된다.
우리는 단순히 오래오래 살기만을 바라지는 않는다. 좀 덜 살더라도 건강하게 오래 살고 싶어한다.
저자인 싱클레어 박사는 이러한 “활력 연장”의 시대가 대다수의 예상보다 훨씬 빨리 오고 있다고 본다. 그냥 몇 년 더 사는 것이 아니라 “더 활동적이고 더 건강하고 더 행복한 삶을 더 오래도록” 누리다가 준비가 되었을 때, 빠르고 고통 없이 죽음을 맞이하는 시대가 곧 닥칠 것이라고 말한다.
이제 인류 수명에 있어 혁명의 출발점일 뿐 아니라 새로운 진화의 출발점에 서 있다. 싱클레어 박사는 이 책을 통해 바로 그 증거와 비전을 제시한다.
나이가 들수록 삶에 대한 의지가 강해진다. 많은 그러한 사람들에게 추천한다.
* 부키 출판사의 제공으로 책을 성실히 읽고 작성한 리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