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야행성 인간을 위한 지적 생산술 - 천재들이 사랑한 슬기로운 야행성 습관
사이토 다카시 지음, 김윤희 옮김 / 쌤앤파커스 / 2020년 7월
평점 :
절판
나는 누구보다 야행성 인간이라고 자신있게 말할 수 있다. 그렇다고 천재는 아니지만 나는 분명 야행성 인간이다. 중고등학교때는 왜 이렇게 학교를 일찍 와야 되는가 하면서 아침 수업 1~2시간은 비몽사몽에 빠져서 보냈다.
대학시절 1교시가 시간표에 없었던 것은 기본이고, 지금의 회사에서도 아침마다 일찍 일어나서 가는게 너무나 고역이다.
아침은 일단 일어나기 힘들다. 그리고 일어나도 멍하다. '일찍 일어나는 새가 벌레를 많이 잡는다'고 나 역시 소위 한국의 시스템이 말하는 그 부지런한 사림이 되기 위해 일찍 자고 일찍 일어나는 새나라의 어린이 생활 패턴도 가져봤지만 모두 허사였다.
일찍 자던지, 늦게 자던지 아침에 일어나기 힘든 것은 매한가지였다.
지금은 아이들 때문에 기본적으로 체력이 안된다. 야행성 인간을 위한 지적 생산술을 따라해보고 싶지만 아이들이 좀 크면 하고 그 실천법은 미웠다.
저자 사이토 다카시는 지식과 실용을 결합한 새로운 스타일의 글을 선보이면서 일본과 한국의 수백만 독자를 팬으로 두고 있는 능력자다. 어려운 지식을 알기 쉽게 설명하는 탁월한 능력으로 대중과 끊임없이 소통하는 일본 최고의 교육 전문가이자 CEO들의 멘토로 일본 최고의 명문인 도쿄대학을 졸업하고, 현재는 일본 메이지 대학 문학부 교수로 재직중이다. 나는 <혼자 있는 시간의 힘>과 <곁에 두고 읽는 니체>등의 저작을 통해 저자의 책을 만나봤다.
저자의 말처럼 밤은 그 어느떄보다 지적 활동을 하기에 어울린다.
세상의 모든 것이 잠든 침묵의 시간이자 오롯이 나 자신과 마주하면서 생각의 깊이를 더하고 교양을 익힐 수 있는 시간이기 때문이다. 긴 하루가 끝났다는 편안함과 드디어 나만을 위한 자유 시간이 되었다는 설렘이 공존하기도 한다. ---p.9
일본인으로 최초의 노벨문학상을 받은 유카와 히데키는 밤이 되면 솟구치는 지적 호기심과 상상력을 활용해 위대한 성과를 거두었다. 유카와 히데키는 자서전 <나그네>에서 잠들 때마다 머리맡에 아이디어 노트를 두었다고 썼다. 잠자리에 누워 있다가도 아이디어가 떠오르면 기록하기 위해서였다.
이 책은 코로나 이후 즉, 정시출퇴근이 사라질 것 같은 세상에서 더욱 유용하게 쓰일 수 있다. 아무리 밤에 머리가 잘 돌아가고, 맑고 고요한 시간이라도 내일 아침 8시까지 출근해야 하는 일본으로 치면 도쿄 근교, 우리로 치면 오른 부동산 가격 때문에 서울에 집 살 수 없는 사람들은 경기 외곽에서 출퇴근 하려면 밤에 활동하기가 버거운 것도 사실이다.
이 책에서는 역사 속 수많은 지성들이 밤을 활용한 사례를 소개하고 있다. 또한 저자의 경험을 더해 밤이라는 멋진 시간을 지적 생산의 토양으로 만드는 방법을 담고 있다.
프롤로그에서는 평일 새벽마다 생방송을 진행해 '아침형 인간'으로 보였을 저자가 실은 철저한 '야행성 인간'이었음을 고백하며 왜 밤을 활용해야 하는지 이야기하고 있다.
1장에서는 밤에 이루어지는 지적 생산에 가장 큰 영향을 주는 독서에 대해서 이야기 한다. 또한 밤에 읽을 때 빛을 발하는 명저와 밤에만 가능한 지식 습득법도 소개하고 있다.
2장에서는 독서 외에 지식을 습득할 수 있는 방법을 소개하고 있다. TV, 라디오, 인터넷 등 다양한 경로를 통해서도 얼마든지 지식을 얻을 수 있기 때문이다. 독서와 병행한다면 밤의 즐거움과 지적 생산이 배가 된다고 한다.
3장에서는 앞의 두 장에서 소개한 방법으로 습득한 지식을 어떻게 하면 효과적이고 생산적으로 활용할 수 있는지 알아 보고 있다. 이 내용은 야행성 인간이 아니더라도 밤에 지적 생산을 해야 하는 사람들에게 유용한 어드바이스다.
4장에서는 아이디어 발상을 위한 실전 방법도 소개하고 있다.
책에는 저자가 중요하게 생각한 말이 이렇게 노란색 언더라인이 처져 있다.
저자는 새벽 3시에 잠들어 9시에 일어나는 생활을 하다가 아침 5시 25분 방송을 하게 된다. 제작진들과 미팅이 있어 4시까지는 도착해야 해서 집에서 3시에 일어나 방송국을 갔다고 한다. 결국 돌아와 다시 잠을 청하는 패턴으로 살았다고 한다.
저자는 세상이 말하는 기준에 나를 맞추기 보다 내가 도저히 바꿀 수 없는 야행성 인간이라는 것을 인지하고 자신만의 생활 리듬에 맞춰 보기로 했다고 한다.
저자는 아침에 일찍 잉어나면 힘든 사람이었다. 나 역시 그렇다. 아침엔 멍하다.
누가 아침에 머리가 맑다고 했는가??
저자는 판사가 되기 위해 도쿄대 법학부에 입학했다가 결국 틀에 박힌 삶을 살면 자신이 힘들 것을 알고 야행성인간이 되도 크게 문제가 없는 교수의 삶을 선택한다.
시대를 막론하고 이제는 아이디어가 있는 사람이 환영받는다. 세상의 흐름은 야행성 인간에게 유리하게 바뀌고 있다.
데카르트의 죽음 이야기는 신선했다. 치명적인 야행성 인간인 데카르트가 아침형 인간인 크리스티나 여왕의 일정에 맞추다 추운 스웨덴에서 폐렴에 걸려 생을 마감한 이야기였다.
저자는 밤에 더욱 독서가 잘 되고 그것을 음미할 수 있다고 말한다. 자투리 시간에 조금씩 읽는 것보다 <죄와 벌>이나 <카라마조프의 형제들> 같은 책은 밤에 읽어야 더욱 내용 음미가 잘된다고 이야기하고 있다.
밤에는 사색, 상상의 시간도 충분하다. 저자는 밤에 독서하고 사색하는 삶을 권유하고 있다.
책 내용 전반에 조금은 일본적인 색깔이 강하다. 우리에게는 조금 낯설수도 있는 미야모토 무사시의 오륜서라던가, 독서의 시작은 다자이 오사무로 시작하라는 말 등이 그렇다.
TV, 영화, 라디오를 밤에 그냥 켜놓고 듣기만 해도 저자는 지식이 쌓이고, 자기계발이 된다고 말한다. 나도 집에 혼자 있을 때는 오자마자 TV를 켜놓고 주로 뉴스를 들으며 집에서 할 일을 하고는 했다. 저자는 여러모로 나와 비숫하다. 다독가이기도 하고.
저자 사이토 다카시는 『야행성 인간을 위한 지적 생산술』을 통해 야행성 인간이 되어야만 성공할 수 있다고 주장하지도, 야행성 생활 방식이 우월하다고 말하지도 않는다. 사람들이 가지고 있는 밤에 대한 오해를 풀고, 밤이 되면 발상의 날개를 펴는 사람들을 위한 구체적인 방법을 알려줄 뿐이다.
동서양의 역사 속 지성들이 밤을 활용한 사례와 일본 수재인 저자의 경험을 통해 또한 다독가인 저자의 독서량과 패턴을 통해 지금까지 수백권에 달하는 책을 펴낼 수 있었던 저자의 지적 생산 기술 12가지를 알 수 있다.
사람은 누구나 각기 개성이 있다. 나 역시 지금껏 아침형 인간이 되지 못해 항상 어딘가 죄를 지은 것 같고, 찜찜했는데 이 책을 통해 용기를 얻었다.
특히나 아기들이 있어 밤의 1~2시간만 나의 시간이 오롯이 주어지는 나에게 유용한 책이었다.
* 쌤앤파커스 출판사의 책 제공으로 재밌게 읽고 쓴 리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