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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단 시작하는 힘 - 생각이 너무 많은 나를 행동하게 하는 법
윤희철 지음 / 비에이블 / 2020년 7월
평점 :
이 책의 리뷰에 앞서 솔직히 고백하자면 나는 유튜브를 거의 보지 않는다. 사실 아직 삼십대이니 그렇게 나이든 세대도 아닌데 나는 유튜브 컨텐츠보다는 책 한권을 읽는 것을 선호한다. 아, 오히려 요즘은 연세 있으신 분들이 유튜브를 더 많이 보더라. 나는 이도저도 아닌 세대라 그런가?
책도 이런 에세이류는 잘 안 읽는다.
고전, 역사책을 주로 읽고 정말 시간이 날 때 가끔 머리 식히는 용도로 남의 살아가는 이야기도 들을 겸 에세이를 읽는다. 그것도 주로 매우 유명한 정치인이나, 학자 등 뭔가 나보다 멋진 인생을 살아간 배울 점이 있는 사람을 읽어야 한다는 약간의 선입견이 있었다.
예를 들면 최근에 읽은 책 중에는 김동연 전 경제부총리의 '있는 자리 흩트리기'같은 책이었다.
일전에 선바라는 유튜버의 '제 인생에 답이 없어요' 정도가 내가 읽은 유튜버의 순수 에세이 책이라고 할 수 있다.
이 책의 저자인 윤희철님은 아마 나보다 인생의 후배일 것이다. 하지만 한 문장으로 요약하자면 배울점이 많은 사람이었다. 뒤에 부터는 희철이라 부르겠다. 일면식도 없고 친하지도 않아서 높임말을 써야 하지만 어쩔 것인가. 이 리뷰의 주인공은 나인데. 내가 편하게 쓰는게 그에게도 도움이 되겠지.
사실 나는 희철이와는 전혀 다른 평범한 일상에 책을 보며 적당히 놀고, 적당히 공부하며 대기업에 취업해 13년쨰 안정적으로 일하며 올드보이의 '오대수'처럼 '오늘 하루도 대충 수습하자'는 식으로 살아가고 있다고 고백한다.
나도 대학생때는 제발 평범한 직장인은 되지 말아야지 했으나, 막상 현실은 그 평범한 직장인도 어려웠다.(나는 금융위기 때 대기업 금융사에 취업을 했다, 그 후 다시 신입공채를 봐서 전기전자 회사에서 마케팅을 하며 살아간다)
아나운서 지망생이었던 희철리즘은 인터뷰 경험을 쌓기 위해 중고 카메라 한 대를 사서 유튜브를 시작했다. 콘텐츠 주제를 고민하다가 ‘외국인이 바라보는 한국의 인상은 어떨까?’ 하는 질문이 떠올랐고, 외국인이 많이 오가는 신촌과 홍대 거리로 나가 무작정 인터뷰를 요청했다고 한다. 그렇게 해서 만든 ‘한국에 사는 백인들’ ‘한국에 사는 흑인들’ ‘한국계 미국인 입양인들’ 등의 영상은 매번 100만 조회 수를 훌쩍 넘겼고 댓글도 수천 개씩 달렸다.
2013년 당시 주요 언론들도 그의 영상을 기사화할 만큼 큰 화제가 되었다. 큰 기대 없이 아나운서 스펙을 쌓겠다고 시작한 유튜브로 그는 4개월 만에 대기업 간부의 월급 받는 대학생이 되어 있었다고 한다.
50만 구독자에 1억 2000만 뷰, 사실 유튜버를 하지 않아서 얼마나 대단한지 100% 실감할 수 없었지만 일단 상상할 수 없는 숫자를 기록하고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대단하다고 느낀다.
책을 휴가 시즌에 부담없이 슬슬 읽었는데 나보다 어린 친구였지만 또 그 나름대로의 배울점이 많았다.
한가지 꼰대같은 나의 생각은 항상 억대 연봉을 받고 유명 유튜버로 많은 사람들에게 웃음과 희망, 삶의 용기를 주고 있는 훌륭한 일을 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이런 좋은 인재들이 유튜버로 어딘가 골방(?)에서 이런거 찍지 말고 더 생산적인 일을 한다면 우리나라가 부강해지지 않을까?
이런 영상은 결국 내수에 그치는 것 아닌가. 같은 시장에 신발장수와 쌀 장수가 서로 신발과 쌀을 바꿔서 구매하면 경제활동이 일어난 것 같지만 결국 내 물건 팔아서 옆집 물건 가져온 결과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드는 것을 보니 나는 역시 곧 마흔을 바라보는 '아재'인가보다.
영어를 잘하게 된 계기가 재밌었다. 외국인들에게 한국어를 가르쳐주는 봉사동아리를 들어가서 열심히 해서 외국인 친구도 사귀고 영어도 늘게 된다.
그러다가 영어 스터디 매칭 플랫폼 사업을 하게 됐고, 6개월만에 1억원이 넘는 돈을 벌었다. 하지만 다음 해 온라인 판매대행 사업으로 폭망한 후 남은 돈 380만 원을 들고 28살에 세계여행을 떠났다.
기존에 유튜브 채널로 한국에 온 외국인을 인터뷰하는 영상을 주로 제작했다면 이제는 한국인의 관점으로 세계에 가서 그곳에 사는 외국인을 만나보고 해외를 소개했다.
수중에 380만원으로 피트니스부터 끊어서 체력을 보충하는 남다른 도전정신을 보여줬지만 그의 미래는 불확실했다. 하지만 한 달이 채 지나지 않아 꿈에 그리던 안정적인 수익 구조를 만들어냈고, 그렇게 1년 반 동안 35개국을 돌며 250여 편에 달하는 영상을 제작했고, 지난 2년간 구독자 50만명 이상을 확보한다.
일단 하고 싶은 건 부딪혀보는 그 실행력이 부러웠다. 사실 이런 용기를 얻게 된 계기가 재밌었다.
경상도에서 분당으로 전학을 오게 된다. 뚱뚱하고 사투리를 쓰며 소위 말하는 빌빌거리던 초등학생 6학년 희철이는 반에 있던 덩치 큰 짱에게 매일 돈도 갖다 바치고 빵셔틀도 하며 힘들게 보내고 있었다.
어느 날은 500원이 주머니에 있었지만 학교 앞 오락실에서 철권이 하고 싶어서 없다고 둘러대고 그 자리를 피한다.
하지만 결국 오락실에서 짱과 마주치고 뒤통수를 한 대 세게 맞는다. 여기서 수그렸다면 오늘의 희철이는 없었을 것이다.
희철이는 너무나 분한 마음에 13년간 살아오면서 배운 오만 욕설과 함꼐 그 짱에게 한 방을 매긴다. 희철이도 눈을 얻어맞는다. 다행히 주인 아저씨가 싸움을 말렸고 씩씩거리며 집에 왔다.
'내일 학교에 가면 죽었다...'
사실 이 점이 두렵다. 오늘은 그냥 넘길 수도 있다. 하지만 학교에 간 내일이 문제다.
그런데 여기서 반전이 일어났다(사실 이건 반전이다, 일반적인 경우는 내일 신나게 얻어 터져야 정상이다)
그 짱이 희철이에게 존중을 해주기도 했고, 의사를 물어보기도 했다. 무엇보다 꼬붕이 아닌 친구로 대했다.
어찌된 일일까? 시간이 지난 뒤 짱이 희철이가 다른 아이들과는 다른 용기있는 아이라고 생각했고 멋진 사람이라는 생각이 들어 친구가 되고 싶었다고 했다.
그 뒤 친구들도 희철이를 존중해 주기 시작한다. 아직까지는 변한 것 없는 이전의 희철이었는데도 말이다.
놀라운건 그 뒤 희철이 자기 자신이 달라졌다. 내성적이고 재미없던 아이가 또래 아이들을 웃기고 있었다. 운동도 곧 잘 했다. 그날 하루의 용기로 모든게 달라졌다.
Chapter가 끝날 때 마다 나를 일으키는 문장이 나온다.
예컨대, 호랑이는 배가 고파도 풀을 뜯지 않는다는 타밀족 속담에서 인생의 품격을 이야기하고, 모든 것은 결국 잘 될 것이다. 만약 잘되지 않았다면 아직 과정인 것이다.
페르난두 사비노의 말을 인용해서 긍정적 자세를 말하고 있다.
나보다 어린 친구로 사실 유튜버에 대한 편견이 있었다. 하지만 자신만의 시작하는 힘으로 컨텐츠를 만들고 사람들에게 용기와 희망과 꿈을 주고 있었다.
<일단 시작하는 힘>이 얼마나 어려운지 40년 가까운 삶을 살아봐서 잘 안다.
하지만 이제부터라도 나 역시 늦었다고 생각할 때 조금씩 시작해 보려고 한다.
마흔 즈음에 사(四)춘기로 사실 요즘 마음 고생을 많이 했는데 고마운 말이 많았다.
책을 제공해 주신 비에이블 출판사에게도 감사함을 전한다. 육아와 휴가로 인해 리뷰가 조금 늦어졌다. 죄송한 마음을 담아 진솔한 리뷰를 작성하려고 노력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