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도로 보는 세계의 역사 - 인류의 기원부터 현대까지, 600가지 지도로 살아나는 생생한 역사의 현장
크리스티앙 그라탈루 지음, 정미애 옮김 / 한즈미디어(한스미디어) / 2026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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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도로 보는 세계의 역사』는 프랑스 지리학자 크리스티앙 그라탈루(Christian Grataloup)가 주도적으로 집필했지만, 워낙 방대한 데이터를 다루다 보니 르몽드 디플로마티크(Le Monde diplomatique)와 라 비(La Vie)라는 잡지의 전문 편집진들이 대거 참여해 만든 책이다. 


책을 받고 깜짝 놀랐던 건 엄청난 크기와 2리터 생수병 보다 무거운 무게였다. 반려 지도라는 말이 딱 어울리는 평생 함께할 지도책이다. 선물하는 사람도 받는 사람도 이제까지 인류의 역사를 선물받은 것 같아서 그저 가지고만 있어도 뿌듯할 듯?


이 책의 불어 제목은 Atlas(아틀라스, 지도) Historique(이스토리크, 역사의) Mondial(몽디알, 세계의, 지구전체의)이다. 세계 역사 지도라는 뜻. 책 제목도 한국어로 아주 잘 번역한 것 같다.


특히 오른쪽 페이지 맨 위에 있는 함께 보기는 하나의 맥락으로 깊이 있는 이해를 하는데 최고다. 인덱스도 앞뒤로 바로 찾아볼 수 있게 잘 되어 있다.


 『지도로 보는 세계의 역사』는 디지털 지도로도 볼 수 있다. 먼저 주소를 치거나 QR코드로 프랑스 웹사이트로 이동한다. 홈페이지가 전부 불어로 되어 있기 때문에 마우스 우클릭으로 번역을 선택해서 보면 된다. 


지도 코드 입력하는 곳에 지도 번호를 입력하면 책과 똑같은 지도가 나온다. 확실히 AI가 번역한 것보다 프랑스어 전문 번역가 정미애 님이 번역한 책에 있는 번역이 훨씬 이해가 잘 된다. 핸드폰으로 번역을 해서 보려면 본문을 꾹 눌러 모두 선택을 하고 번역을 누르면 된다.


나는 워낙 방대한 양이라 처음부터 순서대로 꼼꼼히 볼 수 없어서, 좀 다르게 접근해 봤다. 『지도로 보는 세계의 역사』라는 책 제목을 보니 갑자기 나폴레옹이 떠오르길래 찾아보기로 나폴레옹을 찾아 나폴레옹 관련 이야기를 읽었다. 


지도를 보며 설명을 읽으면 나폴레옹이라는 인물이 지도 위에서 살아난다. 한 인물을 이렇게 입체적으로 지도를 통해 접해 볼 수 있다니!


역사가 사건의 기록에 불과한 것이 아니라 지도 위에서 살아 숨 쉬는 것 같았다. 특히 1989년 이후의 세계 부분은 걸프전과 최근 팬데믹까지, 나도 기억나는 사건들이 많아서 정신없이 지도에 푹 빠졌었다. 


마치 월리를 찾아라의 역사 편을 읽는듯한 즐거움이었다. 마음이 심란하거나 스트레스받을 때 아무 생각 없이 지도에 푹 빠져버리기에 딱인 책이다. 


최근 옛날 어릴 때 살던 집을 지나간 적이 있었다. 지금은 빌라로 바뀌었다. 그 옆에 있던 주택들은 싹 없어지고 아파트 공사 중이다. 집 터는 그대로인데 건물만 달라졌다. 땅은 그대로인데 위에 있는 것들만 바뀐다.


이 지도책을 보면서 옛날 살던 집 생각이 났다. 지구에 있는 땅은 수천 년 동안 그 자리에 그대로 있는데, 그 위에 제국이 생겼다 무너지고, 민족이 이동하고, 도시도 생겼다 사라진다. 그 긴 시간의 흐름이 지도에 고스란히 담겨있다.


뉴스에서 낯선 분쟁 지역이 나올 때, 처음 가보는 나라로 여행을 떠나기 전, 아이들과 함께 역사 공부를 할 때, 소설책이나 드라마 보다가 거기서 나오는 지역의 역사가 궁금할 때 펼쳐보면 좋을 것 같다. 이 책은 한 번에 다 읽는 책이 아니라 곁에 두고 자주 찾아보는 책이다. 


『지도로 보는 세계의 역사』 속으로 나만의 특별한 역사 여행을 떠나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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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도 가끔은 너로 살고 싶다
박상중 지음 / 좋은땅 / 2026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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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상중 시인의 시집 『나도 가끔은 너로 살고 싶다』는 제목을 보고 나도 이런저런 걱정 없이 사는 숲 속 나무로 살면 어떨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이왕이면 <아바타>영화 속에 나오는 아주 거대한 멋찐 나무~🌳 


나무는 걱정이 없어서 참 좋겠다. 그런데 정말 아무 걱정도 없을까? 내가 너의 삶을 살아볼 수 있다면, 너를 더 잘 이해할 수 있을 텐데... 너로 살고 싶어 시인은 자신 안으로 여행을 떠난다. 


 『나도 가끔은 너로 살고 싶다』는 제목을 따라 내 안의 결핍을 너를 통해 발견하는, 너를 통해 나를 비추는 여행을 떠나보자.



나도

나도라는 표현은 나만 그런 게 아닌 누구나 느끼는 감정이란 뜻이다. 일상에서 웃음을 찾아내고, 서로의 입장에서 세상을 바라보는 색다른 시선에 웃는다.


너를 향한 작은 관심은 시인의 눈을 통해 작은 것의 아름다움을 보게 된다나도 <보도블록 틈에 핀 꽃>을 하마터면 밟을 뻔했는데, 시인 역시 "하마터면 너의 작고 이쁜 얼굴에 씻지 못할 상처를 남길 뻔했다"라고 해서 마치 내 맘을 들킨듯했다.


<소통>이라는 시를 보면 'Bill please'를 'Beer please'로 듣고, 유치원에서 배운 영어를 자랑하는 아들이 '아빠, 식당 프리즈'라 하길래 식당은 담에 가자 했더니 '아빠, Sit down, please'라고 말했던 것. 나도 이럴 때 있었다. 함께 웃는 행복.


나도 '나를 찌르던 조각이 모래가 되어 손가락 사이로 흘러내렸던' <용서>의 순간이 있었다. '내 안의 길었던 겨울을 데워 이젠 봄을 맞이하겠다는 나와의 약속이었다.'



가끔은

가끔은 <가슴 앓이> 시처럼 '뭘 해도 소용없이 속 깊이 파고드는 그런 가슴 아림이 있다.' 엄마가 그립다는 표현으로는 부족한 날이 있다.


그리고 가끔은 <개뿔>에서처럼 '매일 보는 사람 서운한 표정 하나 제대로 알아채지도 못하면서 보이지도 않는 하늘의 뜻은 무슨...'하며 스스로 부끄러워질 때도 있다. 나도 불혹을 지난 지천명이 맞나?


가끔은 남의 삶을 부러워 하다가도, 결국은 내 삶으로 돌아온다. 주변의 작은 것들을 소중히 여기고 내가 가진 것으로 만족하는 삶으로. 시를 통해 지금 이 순간 나의 삶을 사랑하며 받아들이는 나를 만난다.



너로

내가 만약 너로 살아 볼 수 있다면, '책 읽기 싫어, 공부하기 싫어, 학원 가기 싫어...'라는 마음을 이해할 수 있을까? 어쩌면 시인은 왜 나는 나로 사는 것이 이렇게 힘드냐고, 너로 살아 나의 갑갑하고 꽉 막힌 시선에서 벗어나고 싶다고 말하는 건 아닐까?


너로 살아 보고 싶다는, 너를 이해하려는 마음은 스스로를 더 깊이 이해해서 <작가의 기도>에서 말하듯 '외로운 이에겐 말벗이, 길을 잃고 헤매는 이에겐 나침반이, 노래하는 사람에겐 악보가' 되어 주고 싶은 바람일까? 


그래서 <명상, 마음을 묶어 두다>의 결론처럼 방황하는 마음을 내 몸에 묶어두는 것. <고흐를 떠올리며> 내일의 나를 만들어 가는 것.



살고 싶다

<소풍 같은 삶>을 살고 싶다한 바탕 즐겁게 놀다 집으로 돌아가는 삶, 일상 속 평범한 순간, 매일 마주하는 익숙한 풍경과 사람들과 함께 마음을 나누며 사는 삶. 


『나도 가끔은 너로 살고 싶다』. 자연이나 막차, 옥수수, 헌책방, 기차역, 고흐, 개울 등 잠시 네가 되어 나를 내려놓고, 너를 이해함으로써 나를 위로하고, 우리의 삶이 모두 연결되어 있다는 것을 느끼고 싶다.


이 시집을 읽고 나니 복잡한 생각들이 잔잔한히 가라앉는 것 같았다. 일상의 사소한 순간 속에서 너에게 스며드는 법을 배운다. 평범한 것에서 의미를 찾으며 조급함을 내려놓고 눈앞에 있는 삶을 있는 그대로 껴안으며 당당하게 살고 싶다


p.129아무쪼록 이 책에 담긴 작은 글 조각들이 당신에게 끊임없는 생각에서 잠시나마 벗어날 수 있었던 잠깐의 '멈춤'이 되었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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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춘기는 처음이라 - 갑자기 낯설어진 나를 과학으로 이해하다 호기심 많은 10대 2
이광렬 지음 / 클랩북스 / 2026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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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광렬의 『사춘기는 처음이라』는?

뇌과학·생물학·화학의 관점에서 사춘기에 관한 40 가지 질문을 던지고, 이를 통해 부모와 자녀가 사춘기를 과학적으로 이해하고, 상대를 존중하며, 함께 성장할 수 있도록 돕는 가이드북이다.


부모님이 읽어도 좋지만, 나는 사춘기 자녀에게 이 책을 선물하는 게 더 효과적이라고 본다. 부모님께 물어보기 쑥스럽고, 친구의 조언만으로는 부족할 때, 이 책을 읽으며 어렵거나 더 궁금한 부분은 AI에게 스스로 물어가며 공부하는 과정이, 사춘기를 지혜롭게 극복하는 최고의 방법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대화가 없는 가정일수록 이 책이 건네는 질문들은 다시 서로를 마주하게 하는 징검다리가 되어줄 것이다. 서로 싸울 게 아니라 대화로 문제를 풀어나가는 방법을 배워 보자. 각 질문 마지막에 있는 '사춘기 팁'에는 부모님과 말이 안 통할 때 감정을 글로 써서 전하는 법 등 실용적인 아이디어가 많다.


1장 : 마음속의 뇌과학

자신의 감정이 가장 중요한 사춘기 학생에게 부모나 선생님이 바른 행동을 하라고 하면 통제로 느낀다. 아이가 주체적인 어른으로 올바로 자라게 하려면 지적하고, 타이르기 전에, 독립성을 인정하고, 해결책을 제시하거나 판단하지 말고, 가장 먼저 이야기를 충분히 들어줘야 한다.


사실 사람들은 남은 별로 신경 쓰지 않는다. 남보다는 자신에 대해 고민하는데 훨씬 많은 시간을 쓰기 때문이다. 남들은 내 생각만큼 나에게 관심이 없으니, 만약 소셜미디어 중독이라면 앱을 하루라도 빨리 지우자. 좋은 친구는 나를 나쁜 길로 이끌지 않는다. 위험한 행동을 강요하는 친구가 있다면 과감히 거부하는 것이 진짜 강함이다.


공부를 잘하고 싶은데 왜 졸릴까? 날 좀 내버려두었으면 좋겠다며 혼자 있고 싶어 하는 이유는? 시험 시간만 되면 왜 그 자리에서 도망치고 싶은 걸까? 나도 궁금했던 질문의 답을 뇌과학으로 알아본다.



2장 : 거울 앞의 생물학

갑자기 살이 찌는 이유, 여드름과 체취의 원인, 멀리 있는 물체가 잘 안 보이는 근시의 이유 등 생물학적 관점에서 몸의 변화를 살펴본다. 운동 유튜브 따라 하기 같은 '사춘기 팁'이 특히 유용하다.


피부 관리법 중에서는 여드름이 생겼을 때 세안을 자주 하는 게 좋은 줄 알았는데, 지나친 세안보다 피부 보습에 더 신경을 써야 한다는 점이 새로웠다. 비타민D는 뼈와 치아를 튼튼하게 하므로, 낮에 야외 활동을 권하지만, 학생들에게는 어려우니 흡수가 잘 되는 비타민 D3 영양제로 보충하기를 추천한다. 


체취 때문에 데오도란트를 사용할 때는 물기 없는 건조한 상태에서 소량만 바를 것, 치실과 혀클리너 사용 등 입 냄새를 줄이는 생활 속 작은 습관, 나는 반 곱슬인데 모낭의 단면이 납작할수록 곱슬이 더 심해진다는 사실 등 어른도 흥미로운 내용이 많았다.



3장 : 본능 앞의 뇌과학

요즘 전자담배를 손쉽게 구할 수 있어, 담배에 손을 대는 청소년들이 늘고 있다고 한다. 이때 담배를 피우면 평생 못 끊는다고 위협할 게 아니라 이 책을 슬쩍 건네는 건 어떨까?


담배는 뇌 회로를 망가뜨리는 니코틴이 뇌의 수용체에 붙어 도파민을 분출해서 흡연은 좋은 것이라는 잘못된 정보를 학습한다. 흡연을 하면 할수록 뇌 회로가 망가져, 담배가 없으면 안절부절못하는 강박 증상을 보이는 것이다. 금연을 선언했어도 다시 담배를 찾는 이유도 알려준다.


술도 똑같다. 알코올이 뇌에 들어오면 도파민이 분비되어 기분이 좋아진다. 뇌는 술을 좋은 것이라는 잘못된 정보를 학습한다. 사춘기 때 술을 마시면 전두엽이 제대로 발달하지 못한다. 음주를 반복하면 판단력과 충동을 조절하는 전두엽의 기능이 떨어진다. 결국 다시 술을 찾는 악순환이 반복된다.


그 밖에 달고 짠 음식, 에너지 드링크, 카페인, 소셜 미디어 디어 중독, 공부를 내일로 미루는 습관도 모두 술이나 담배처럼 같은 뇌의 보상회로를 자극한다. 중독을 끊으려면 뇌의 작동 원리를 먼저 알아야 한다. 스터디 플래너로 계획을 세워 실천하기처럼, 작은 루틴으로 뇌를 다시 훈련시키는 방법을 알아보자.


4장 : 화장대 위의 화학

이 마지막 장이 학생들에게 가장 설득력 있을 것 같다. 잔소리 대신 화학이 말하게 하기 때문이다. 저자는 깨끗이 씻어야 한다고만 말하지 않고, 화학적 원리(벤조일 퍼옥사이드, AHA/BHA 등)와 분자구조 및 화학 공식을 통해 왜 관리가 필요한지 아이들 스스로 납득하게 해 준다.


특히 화장품이나 렌즈처럼 아이들이 매일 접하는 소재 속에 숨은 화학식을 보여주어, 공부가 책 속에만 있는 게 아니라는 것을 자연스럽게 깨닫게 한다. 자연스럽게 공부하게 만드는 구성이 아주 마음에 든다.


알파와 베타 하이드록시산, 레티노이드의 분자 구조, 약산성 세안제를 사용해야 하는 이유, 바셀린이 보습제로 쓰이는 원리, 세안할 때 지켜야 할 순서 등 엄마가 말하면 흘려듣겠지만, 스스로 알아낸 지식은 바로 행동으로 이어질 것이다. 


이 책을 건네는 것만으로도 충분하다. 엄마는 사춘기에 대한 걱정을 덜고, 자녀는 자신의 몸과 감정 변화를 과학적으로 이해하며, 사춘기를 슬기롭게 헤쳐나갈 지식을 얻는다. 사춘기라는 터널을 통과해야 하는 아이들에게 이 책은 스스로 공부하고, 과학적으로 사고하는 어른으로 성장하게 돕는 든든한 발판이 되어 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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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춘기는 처음이라 - 갑자기 낯설어진 나를 과학으로 이해하다 호기심 많은 10대 2
이광렬 지음 / 클랩북스 / 2026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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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춘기 자녀를 둔 부모님들은 그냥 사서 선물하면 아이들이 AI검색하며 알아서 읽을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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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숙이
신혜인 지음 / 좋은땅 / 2025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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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현실에서 이런 일이 일어날 수 있을까? 이 소설은 누군가의 실제 경험을 옮겨놓은 것 같아 읽으면서 너무 맘 아팠다. 그럼에도 끝까지 딸들을 지켜내며 자신보다 더 나은 삶을 선물한 이 세상 모든  『미숙이』에게 박수를 보낸다. 


어린 시절 새엄마의 학대, 첫사랑 순호의 죽음, 강제로 시작된 결혼과 남편 호철의 폭력과 외도까지. 『미숙이』의 삶은 끊임없는 고통이었다. 너무 속상하고 다음 내용이 궁금해서 도저히 읽기를 멈출 수 없었던 책. 하지만 이 책은 불행만 전하지 않는다. 미숙이는 결국 "엄마, 저 이제는 행복하고 싶어요."라며 스스로를 구해내기 때문이다. 


미숙이의 본명은 신영미다. 큰언니는 신영희, 둘째 언니는 신늠이인데 친엄마가 일찍 돌아가시고, 새엄마가 들어와 학대를 하자 언니들은 집을 떠났다. 그러자 홀로 남은 어린 미숙이에게 모든 분풀이가 쏟아졌다. 이복동생인 승서와 진애까지 생겨 힘든데 남의 딸까지 키우려니 더 화가 났는지 학대는 입에 담을 수 없을 정도로 점점 심해져 간다. 


책을 읽으면서 어찌나 열받고 황당하던지, 혹시 이런 일이 주변에 있으면 나는 미숙이 아빠처럼 외면하지 않겠다고 다짐하며 신고 방법까지 찾아봤다. 아동학대나 가정폭력은 112에 24시간 신고할 수 있다. 신고자의 신분은 법으로 철저하게 보호된다. 확실한 물증(사진, 녹음 등)이 없더라도 '의심'만으로 신고할 수 있으며, 오히려 그렇게 하는 것이 권장된다. 


신고가 접수되면 전문가들이 직접 아이 몸에 남은 상흔(피멍, 화상 자국)과 진술로 증거를 확보한다. 계모는 젓가락을 달궈 미숙이 몸을 지졌으니 특수 폭행, 치료는커녕 밥조차 주지 않았으니 방임/유기, 전신 구타로 상해/폭행을 가했다. 절대 정당화될 수 없는 엄중한 처벌 대상이다. 


신고만 해도 새엄마를 유치장에 가두거나 미숙이에게 접근을 금지할 수 있다. 새엄마의 친정엄마가 들렸다가 다락방에 갇힌 미숙이를 발견했을 때, 아무리 자기 딸이라도 신고했어야 했다. 사랑은 잘못을 감싸주는 게 아니라, 잘못을 멈추게 하는 거다.


그러나 미숙이 곁에는 그런 어른이 없었다. 하물며 딸들이 학대를 당하는 걸 알면서도 외면한 아버지라니, 도대체 말이 되질 않는다. 친 부모가 어떻게 그럴 수 있지? 이 책을 읽으며 난 결심했다. 만약 이웃에 또 다른 미숙이가 있다는 것을 알게 되면 무조건 신고하겠다고. 나는 미숙이의 친아버지도 고소하고 싶었다. 폭력을 방치하는 것도 죄가 아닌가. 


그래도 결국 새엄마라는 악마의 손에서 벗어나 17세에 거제도 언니에게 간 미숙이는 공부도 하고 옥희라는 친구도 사귀며 조금씩 회복해 간다. 첫사랑 순호를 만나지만 집안의 반대로 헤어지고, 순호는 미숙이를 찾아다니다 오토바이 사고로 죽는다. 그래도 옥희 덕에 미숙이는 그 모든 아픔을 이겨낸다.


세상은 착한 사람을 가만두지 않나 보다. 착하고 어리숙한 사람들이 늘 상처를 받고 피해를 입는다. 라이브 가수로 활동하며 소박한 행복을 누리던 미숙이는 결국 집요하게 따라붙던 안호철에게 강간을 당하고 결혼까지 한다. 어린 시절부터 사랑 대신 학대를 당해왔기에 미숙이는 누군가를 거절하는 법도 몰랐을 것 같다.


결혼 후에도 남편의 외도와 폭력에 시달린다. 게다가 TV를 보는데 방해된다는 이유로 결국 큰딸 나연이 얼굴을 리모컨으로 때리기까지 한다. 이런 아빠가 이 세상에 있을 수 있을까? 하긴 와이프를 때리는데 자식이라고 안 때리겠나? 사람 본성은 절대 변하지 않는다. 그러니까 이런 사람은 무조건 손절하고 떠나야 한다.


힘없는 아이를 학대하는 어른, 약한 와이프를 때리는 남편은 이해가 아닌 무조건적인 격리와 처벌만이 답이라고 한다. 혹시 엘베에서 여름인데 긴 옷을 입었거나, 너무 말랐거나 하는 의심의 정황이 있으면 눈여겨봤다가 신고하자.  


실제로 경찰 신고 한 번으로 남편의 폭력이 멈췄다는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다. 폭력은 대물림된다. 집안에서 폭력을 목격했다면 지체 없이 112에 신고하자. 그것이 폭력의 고리를 끊는 가장 빠른 방법이다.


이런 아빠 밑에서 아이들을 키울 수 없다고 판단한 미숙이는 아이들을 선교원에 맡기지만, 혼자 살 자신이 없어 결국 시댁으로 들어간다. 하지만 시누이의 딸에게서조차 '그지 같은 게 우리 집에 빌붙어 산다'는 말까지 듣고, 남편은 한번 나가면 거의 들어오지 않았다.


그래도 미숙이는 시어머니 가게에서 악착같이 일하며 돈을 모아 집을 장만했다. 그리고 시어머니의 죽음 이후 미숙이는 결별을 선택한다. 『미숙이』의 엄마가 해 주지 못했던 일인 아이들 곁에서 오래 있어 주는 일을 미숙이는 해냈다. 미숙이의 삶은 고통을 통과해 자신을 찾아가는 여정이 아니었을까?


남의 기대에 얽매이기 보다 나를 존중하는 삶과 나의 행복을 선택하려면 용기가 필요함을 깨닫는다. 


미숙이에게 요양보호사 이모님이 장가간 아들이 손주를 낳았다며 사진을 보여주셨다. 아이를 안고 누워 있는 젊은 산모가 웃는데, 그 옆을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바라보는 친정어머니. 


p.222세상에서 가장 소중한 사람과의 첫 만남 곁에, 나를 세상에서 가장 소중히 여겨주는 사람이 있다는 것이 얼마나 값진 일일까?


끝까지 포기하지 않은 『미숙이』에게 앞으로는 과거의 고통보다 몇 배로 더 행복한 일들만 가득하기를. 그리고 평생 엄마의 자리가 비어 있었던 『미숙이』의 "엄마, 저 이제는 행복하고 싶어요."라는 말이 이루어지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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