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숙이
신혜인 지음 / 좋은땅 / 2025년 12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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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디캣 책곳간 서평단에 당첨되어 작성한 리뷰입니다.


아... 현실에서 이런 일이 일어날 수 있을까? 이 소설은 누군가의 실제 경험을 옮겨놓은 것 같아 읽으면서 너무 맘 아팠다. 그럼에도 끝까지 딸들을 지켜내며 자신보다 더 나은 삶을 선물한 이 세상 모든  『미숙이』에게 박수를 보낸다. 


어린 시절 새엄마의 학대, 첫사랑 순호의 죽음, 강제로 시작된 결혼과 남편 호철의 폭력과 외도까지. 『미숙이』의 삶은 끊임없는 고통이었다. 너무 속상하고 다음 내용이 궁금해서 도저히 읽기를 멈출 수 없었던 책. 하지만 이 책은 불행만 전하지 않는다. 미숙이는 결국 "엄마, 저 이제는 행복하고 싶어요."라며 스스로를 구해내기 때문이다. 


미숙이의 본명은 신영미다. 큰언니는 신영희, 둘째 언니는 신늠이인데 친엄마가 일찍 돌아가시고, 새엄마가 들어와 학대를 하자 언니들은 집을 떠났다. 그러자 홀로 남은 어린 미숙이에게 모든 분풀이가 쏟아졌다. 이복동생인 승서와 진애까지 생겨 힘든데 남의 딸까지 키우려니 더 화가 났는지 학대는 입에 담을 수 없을 정도로 점점 심해져 간다. 


책을 읽으면서 어찌나 열받고 황당하던지, 혹시 이런 일이 주변에 있으면 나는 미숙이 아빠처럼 외면하지 않겠다고 다짐하며 신고 방법까지 찾아봤다. 아동학대나 가정폭력은 112에 24시간 신고할 수 있다. 신고자의 신분은 법으로 철저하게 보호된다. 확실한 물증(사진, 녹음 등)이 없더라도 '의심'만으로 신고할 수 있으며, 오히려 그렇게 하는 것이 권장된다. 


신고가 접수되면 전문가들이 직접 아이 몸에 남은 상흔(피멍, 화상 자국)과 진술로 증거를 확보한다. 계모는 젓가락을 달궈 미숙이 몸을 지졌으니 특수 폭행, 치료는커녕 밥조차 주지 않았으니 방임/유기, 전신 구타로 상해/폭행을 가했다. 절대 정당화될 수 없는 엄중한 처벌 대상이다. 


신고만 해도 새엄마를 유치장에 가두거나 미숙이에게 접근을 금지할 수 있다. 새엄마의 친정엄마가 들렸다가 다락방에 갇힌 미숙이를 발견했을 때, 아무리 자기 딸이라도 신고했어야 했다. 사랑은 잘못을 감싸주는 게 아니라, 잘못을 멈추게 하는 거다.


그러나 미숙이 곁에는 그런 어른이 없었다. 하물며 딸들이 학대를 당하는 걸 알면서도 외면한 아버지라니, 도대체 말이 되질 않는다. 친 부모가 어떻게 그럴 수 있지? 이 책을 읽으며 난 결심했다. 만약 이웃에 또 다른 미숙이가 있다는 것을 알게 되면 무조건 신고하겠다고. 나는 미숙이의 친아버지도 고소하고 싶었다. 폭력을 방치하는 것도 죄가 아닌가. 


그래도 결국 새엄마라는 악마의 손에서 벗어나 17세에 거제도 언니에게 간 미숙이는 공부도 하고 옥희라는 친구도 사귀며 조금씩 회복해 간다. 첫사랑 순호를 만나지만 집안의 반대로 헤어지고, 순호는 미숙이를 찾아다니다 오토바이 사고로 죽는다. 그래도 옥희 덕에 미숙이는 그 모든 아픔을 이겨낸다.


세상은 착한 사람을 가만두지 않나 보다. 착하고 어리숙한 사람들이 늘 상처를 받고 피해를 입는다. 라이브 가수로 활동하며 소박한 행복을 누리던 미숙이는 결국 집요하게 따라붙던 안호철에게 강간을 당하고 결혼까지 한다. 어린 시절부터 사랑 대신 학대를 당해왔기에 미숙이는 누군가를 거절하는 법도 몰랐을 것 같다.


결혼 후에도 남편의 외도와 폭력에 시달린다. 게다가 TV를 보는데 방해된다는 이유로 결국 큰딸 나연이 얼굴을 리모컨으로 때리기까지 한다. 이런 아빠가 이 세상에 있을 수 있을까? 하긴 와이프를 때리는데 자식이라고 안 때리겠나? 사람 본성은 절대 변하지 않는다. 그러니까 이런 사람은 무조건 손절하고 떠나야 한다.


힘없는 아이를 학대하는 어른, 약한 와이프를 때리는 남편은 이해가 아닌 무조건적인 격리와 처벌만이 답이라고 한다. 혹시 엘베에서 여름인데 긴 옷을 입었거나, 너무 말랐거나 하는 의심의 정황이 있으면 눈여겨봤다가 신고하자.  


실제로 경찰 신고 한 번으로 남편의 폭력이 멈췄다는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다. 폭력은 대물림된다. 집안에서 폭력을 목격했다면 지체 없이 112에 신고하자. 그것이 폭력의 고리를 끊는 가장 빠른 방법이다.


이런 아빠 밑에서 아이들을 키울 수 없다고 판단한 미숙이는 아이들을 선교원에 맡기지만, 혼자 살 자신이 없어 결국 시댁으로 들어간다. 하지만 시누이의 딸에게서조차 '그지 같은 게 우리 집에 빌붙어 산다'는 말까지 듣고, 남편은 한번 나가면 거의 들어오지 않았다.


그래도 미숙이는 시어머니 가게에서 악착같이 일하며 돈을 모아 집을 장만했다. 그리고 시어머니의 죽음 이후 미숙이는 결별을 선택한다. 『미숙이』의 엄마가 해 주지 못했던 일인 아이들 곁에서 오래 있어 주는 일을 미숙이는 해냈다. 미숙이의 삶은 고통을 통과해 자신을 찾아가는 여정이 아니었을까?


남의 기대에 얽매이기 보다 나를 존중하는 삶과 나의 행복을 선택하려면 용기가 필요함을 깨닫는다. 


미숙이에게 요양보호사 이모님이 장가간 아들이 손주를 낳았다며 사진을 보여주셨다. 아이를 안고 누워 있는 젊은 산모가 웃는데, 그 옆을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바라보는 친정어머니. 


p.222세상에서 가장 소중한 사람과의 첫 만남 곁에, 나를 세상에서 가장 소중히 여겨주는 사람이 있다는 것이 얼마나 값진 일일까?


끝까지 포기하지 않은 『미숙이』에게 앞으로는 과거의 고통보다 몇 배로 더 행복한 일들만 가득하기를. 그리고 평생 엄마의 자리가 비어 있었던 『미숙이』의 "엄마, 저 이제는 행복하고 싶어요."라는 말이 이루어지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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