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종호 판사의 선, 정의, 법 - 하나님의 선은 어떻게 인간 공동체에 구현되는가
천종호 지음 / 두란노 / 2020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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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부산지방법원 부장판사로 재직 중인 천종호 판사는 흔히 사람들 사이에서 호통판사로 불린다. 그가 호통판사로 불리는 이유는 그가 재판 과정에서 소년범들을 사랑과 애정으로 따끔하게 훈계하는 모습이 알려졌기 때문이다. 그러한 천 판사가 지난 5월에 두란노서원을 통해 ‘천종호 판사의 선, 정의, 법’이란 책을 출간했다. 현직 부장판사가 기독교 출판사에 책을 출간하는 경우가 흔하진 않은데, 그것도 일반적인 신앙간증이 아니라, 어찌 보면 조금 어려운 주제인 ‘선, 정의. 법’을 다룬다는 게 이 책의 고유한 특징이다.

서문에서 저자는 이 책을 쓰게 된 이유가 ‘왜 법학에서는 정의와 선에 관한 문제를 가르치지 않는가’란 질문을 평소에 가지고 있었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정의는 주로 정치학에서 가르치고, 선은 주로 윤리학과 신학에서 가르치다 보니, 정작 법학계에서는 정의와 선에 대한 깊은 이해가 부족한 법조인을 양성하는 것이 아닌가란 문제의식을 저자는 느꼈던 것 같다. 저자는 이 책을 집필하는 것이 잃어버린 선을 찾는 여정이며, 하나님의 선이 어떻게 인간 공동체를 구현하는지 밝히는 과정이라고 생각했다. 이 책은 크게 3부로 나누어져 있는데, 1부는 ‘공동체를 위한 선’, 2부는 ‘공동체를 위한 정의’, 3부는 ‘공동체를 위한 법’ 이렇게 제목이 붙어 있었다. 저자는 이 책에서 ‘공동체’란 말을 많이 사용한다. ‘공동체’란 말은 사람이 개별적으로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서로 긴밀하게 상호작용하면서 살아가는 관계를 의미한다.

때때로 언론에서 공동체를 파괴하는 심각한 범죄가 보도될 때 대중들 사이의 분노가 치밀어 정식적인 사법절차를 통해 범죄 여부를 확인하기보다는, 소위 ‘인민재판’식으로 범죄자를 단정 짓는 경우를 보게 된다. 이러한 범죄를 담당하는 판사 입장에서는 법이 정한 형량과 원칙에 따라 범죄자의 형량을 선고하게 되는데, 때때로 이러한 선고가 국민들의 법 감정과 달라 판사들 중에 어려움을 겪는 경우도 있다. 그렇다면 흉악한 범죄를 저지른 범죄자는 항상 무기징역이나 사형을 선고해 사회로부터 영원히 격리시켜야 하는 것인가? 그러한 응보적 정의가 판사가 마땅히 선택해야 하는 최고의 정의 구현인가? 이 책에서 저자는 판사가 응보적 정의뿐만 아니라 회복적 정의를 고려하여 깨어진 공동체의 관계가 회복되는데 관심을 가져야 한다고 강조한다.

“사법 정의가 가해자에 대한 응보에만 머무르게 되면 피해자에 대한 배려가 소홀해질 수밖에 없다. 시정적 정의가 제대로 이뤄지려면 피해자들의 회복이 오히려 더 강조되어야 한다. 이런 점에 착안해 최근 사법 영역에서는 회복적 정의에 대한 논의가 활발하다. 회복적 정의론에 따르면, 범죄는 관계 파괴 행위이므로 회복되어야 할 것은 ‘관계’다. 다시 말해, 관계 회복이 정의론의 핵심을 이룬다. 소년범은 법을 넘는 법의 덕목인 ‘용서와 관용’을 전제로 한다. 이러한 소년법의 기본 정신이 제도 운용에서 제대로 실천되기 위해서는 소년사법에 있어서도 응보 외에 회복이 강조되어야 한다.” (188쪽)

이 책을 읽으며 예수 그리스도의 십자가가 떠올랐다. 예수 그리스도의 십자가야말로 죄인을 향한 응보적 정의와 공동체를 위한 회복적 정의가 긴밀하게 연결되어 있기 때문이다. 신앙 공동체는 바로 응보적 정의와 회복적 정의로 세상을 깨끗하고 따뜻하게 만들어가는 공동체이다. 과연 교회는 그 본질적 사명을 외면하지 않고, 잘 감당하고 있는지, 저자는 이 책에서 교회를 향해 묻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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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산처럼 읽고 연암처럼 써라
간호윤 지음 / 소명출판 / 2020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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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호윤 박사가 쓴 '다산처럼 읽고 연암처럼 써라'는 시중에 나와 있는 글쓰기 관련 책 중에서 가장 깊은 내용을 담고 있다. 이 한 권의 책을 집필하기 위해 저자가 얼마나 많은 책을 읽고 글을 썼을지 상상이 안될 정도다. 책의 제목에 다산 정약용과 연암 박지원의 이름이 거론되어 있지만, 이 책이 다산과 연암의 글로만 채워진 책은 아니다. 오히려 이 책은 다산과 연암이 평소에 어떤 책을 읽고, 그들은 어떻게 글쓰기를 공부했는지를 알려주는 책에 가깝다.

이 책은 크게 '논'과 '해'로 나누어져 있는데, '논'은 책의 본문이고, '해'는 책의 각주에 가깝다. 또한 '논'은 다섯 장으로 나누어져 있는데, 1장은 '마음 갖기', 2장은 '사물 보기', 3장은 '책 읽기', 4장은 '생각하기', 5장은' 내 글쓰기'란 제목이 붙어 있다. 저자는 글을 쓰기 위해서는 바른 마음가짐을 가져야 하고, 바른 마음가짐에서 좋은 글이 나올 수 있다고 강조한다. 이는 한때 한국 수필계를 풍미했던 고 안병욱 선생이 "참에서 참된 글이 나온다"라고 가르쳤던 것과 동일한 맥락이다. 이 책에서는 글쓰기와 관련되어서 여러 가지 중요한 통찰을 배울 수 있지만, 이 책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다산과 연암이 무엇을 위해서 책을 읽고 글을 썼는가이다. 그들은 그저 자기만족을 위해 책을 읽고 글을 쓰지 않았다. 그들은 조선의 미래를 위해, 조선의 실질적 변화를 위해 독서하고 책을 썼다. 그렇기에 우리는 그들을 '실학자'라 부를 수 있을 것이다.

"실용지학은 이 시대 화두며 독서 장력이다. 다산은 '실용지학에 마음을 두고 경세제민에 관한 고인 글을 즐겨 읽었으며, 만민에게 혜택 주고 만물 기르고자 하는 생각을 마음속에 곧추세운 뒤라야만 바야흐로 글 읽는 군자 노릇을 한다'고 생각했다." (266쪽)

사실 이 책은 단점보다는 장점이 많은 책이다. 그러나 독자 입장에서 한 가지 단점을 꼽자면, 책의 비중에서 '논'보다 '해'가 너무 크기에, 배보다 배꼽이 더 큰 느낌을 지울 수 없다. 저자가 많은 지식을 이 책에 담으려고 한 것은 좋지만, 독자 입장에서는 너무 많은 이야기가 비슷한 논조로 책에서 쏟아지기 때문에 그 모든 담론을 소화하기에 조금 벅찬 감이 있다. 이 책이 전체 500쪽이 조금 안되는데, 사족이라고 생각되는 부분은 빼고 내용을 조금 더 간결하게 편집해서 300쪽 내외의 책으로 출판되었다면 독자 입장에서는 더 좋지 않았을까라는 아쉬움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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읽기만 하면 내 것이 되는 1페이지 한국사 365
심용환 지음 / 비에이블 / 2020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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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꺼운 성경을 한 번에 다 읽는 것은 쉽지 않다. 아무래도 성경을 읽을 수 있는 가장 좋은 방법은 매일 정해진 성경 분량을 꾸준히 읽는 것이다. 이와 마찬가지로 역사 책도 한 번에 다 읽으려고 끙끙대는 것보다, 하루에 조금씩 역사 책을 읽어가는 게 유익할 수 있을 것이다. 그렇게 조금씩 역사를 공부하다 보면 어느새 역사에 대한 지식이 많이 늘어나 있지 않을까?

대중적인 역사 강사로 유명한 심용환 선생이 쓴 '읽기만 하면 내 것이 되는 1페이지 한국사 365'는 매일 꾸준히 한국사를 공부하고자 하는 사람에게 아주 적당한 책이다. 이와 비슷한 스타일의 책은 여러 명의 저자가 각자의 전문 분야를 정해서 책을 쓰곤 하는데, 이 책은 전적으로 심용환 선생이 홀로 썼다고 하니 생각보다 많은 시간과 노고가 들었겠다는 생각이 든다.

이 책은 제목 그대로 한국사를 365일 즉 1년 동안 살펴볼 수 있는 책이다. 이 책은 월요일에는 사건, 화요일에는 인물, 수요일에는 장소, 목요일에는 유적과 유물, 금요일에는 문화, 토요일에는 철학, 일요일에는 명문장을 각각 소개한다. 책의 맨 앞을 펴면 365일 체크리스트가 마련되어 자신이 읽은 부분을 체크하면서 독서할 수 있도록 편집되었다. 저자는 이 책에 대해 다음과 같이 소개했다.

"한국사를 처음 배우는 사람, 다시 배우는 사람 혹은 기초부터 차근차근 교양을 쌓고 싶은 사람, 시험을 대비하는 사람 모두에게 이 책은 정답을 제공할 것입니다. 글은 짧고 쉽게 쓰였지만, 내용은 7000년의 역사를 다룬 만큼 깊고 방대하기 때문입니다. 매일 1페이지씩 읽으면서 나만의 교양 지식을 만들어보세요." (4쪽)

나는 한국에서 한국인으로 살지만, 때때로 한국의 역사에 깊이 관심을 가지지 않고 외국의 역사에 더 관심을 가질 때가 많은 것 같다. 이 책을 읽으며 한국의 역사에 더욱더 주목하며, 역사를 통해 오늘과 내일을 살아갈 혜안을 얻을 수 있으면 더 바랄 것이 없겠다.

#심용환 #비에이블 #읽기만하면내것이되는1페이지한국사365 #한국사 #국사 #역사 #history #과거 #현재 #미래 #카이노스카이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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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문기자
모치즈키 이소코 지음, 임경택 옮김 / 동아시아 / 2020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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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도쿄신문 사회부 기자인 모치즈키 이소코는 우리나라에서는 상대적으로 덜 알려진 이름이다. 그러나 일본에서는 그녀의 이름이 많이 알려져, 그녀를 모티브로 해서 영화까지 만들어졌다고 한다. 도서출판 동아시아에서 지난 5월에 출간된 모치즈키 이소코의 '신문기자'는 그녀의 인생관과 취재관이 담긴 일종의 자서전이다. 저자는 이 책을 심각하고 무겁게 쓰기보다는 누구라도 쉽게 읽을 수 있도록 가볍게 썼기에 한국의 독자로서 이 책을 읽는 데 큰 어려움은 없었다.

모치즈키 이소코는 기자로서 두 가지 장벽을 넘어 일본에서 전국구 스타가 되었다. 첫 번째 장벽은 '도쿄신문'이라는 지방지 기자라는 장벽이었다. 우리나라에도 신문은 크게 전국에 발행되는 전국 지가 있고, 지방에만 발행되는 지방지가 있다. 마찬가지로 일본도 전국지와 지방지가 분명하게 구분되어 있는데, 이 책의 저자인 모치즈키 이소코는 '도쿄신문'이라는 지방지의 기자로서, 산케이신문이나 요미우리신문과 같은 전국구 언론사에서 일해본 경험은 전무하다. 그러나 그녀는 자신이 지방지에 속해 있다고 해서 스스로를 하찮게 여기지 않았다. 오히려 그녀는 '도쿄신문'이 작은 신문사지만 이곳에서 기자로서의 본분에 충실해 실력을 쌓을 수 있다고 믿었다. 그렇기에 그녀는 2000년에 도쿄신문에 입사해서 이 책이 처음 출판된 2017년까지 도쿄신문에 계속 재직하며 기자 생활을 했다.

그녀가 넘어야 했던 두 번째 장벽은 아이가 있는 엄마 기자라는 장벽이었다. 사실 그 어느 신문사도 아이가 있는 엄마가 기자를 해서는 안 된다는 규정은 없을 것이다. 다만 아무래도 아이가 이따 보면 기자로서 기자의 역할과 엄마의 역할이 불가피하게 충돌할 경우가 있다. 그것은 엄마뿐 아니라, 아빠도 마찬가지이다. 부모는 아이가 생기면 이전과는 다른 삶의 방식을 선택하며 살아가기 마련이다. 모치즈키 이소코는 결혼하기 전까지는 취재를 위해서라면 밤을 새우고, 잠복 취재를 하는 것을 마다하지 않았다. 그러나 결혼하고 엄마가 되고 나서는 그렇게 취재를 할 수 없었다. 그러다 보니 그녀는 실제로 몸을 많이 쓰는 취재보다는, 시간이 걸리더라도 한 가지 사안을 두고 깊이 파고드는 취재를 시도하게 되었다. 그러한 취재가 변화된 자신의 삶에 가장 적합하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역설적이게도 그녀가 전국적인 지명도를 얻게 된 것은 싱글일 때처럼 동에 번쩍 서에 번쩍 취재를 하지 않고, 내각부 장관의 정기 기자회견을 매번 취재하였을 때부터였다. 몸을 쓰기보다는 머리를 쓰고, 기자의 촉으로 조금이라도 틈이 보이면 집요하게 파고드는 그녀의 근성이 한정된 시간 속에서도 좋은 기사를 쓸 수 있던 비결이었다. 그녀는 자신이 기자로서 어떤 자세로 살아가는지 다음과 같이 말했다.

"신문기자의 일은 그림 퍼즐을 맞춰나가는 것처럼 하나하나 진실을 파헤치고 나아가 진술의 진위를 확인하는 것이다. (그렇게 배웠다.) 사건 취재를 할 때 처음부터 진실을 듣는 일은 거의 없다. 들이민 질문에 부정적인 답변이 돌아올 것을 전제로 몇 번이고 몇 번이고 질문을 던진다. 햇병아리 시절부터 지금까지 기자로서의 초심에는 변함이 없다. 나와는 전혀 어울릴 것 같지 않았던 총리 관저에서도 그저 내 방식대로 질문했다." (7쪽)

어느 분야든지 일가를 이루기 위해서는 집요함과 끈기가 필요한 것 같다. 넷플릭스 오리지널 '마이클 조던 더 라스트 댄스'를 보니 마이클 조던도 항상 승리하기 위해 자신과 팀 동료들을 극한까지 밀어붙여서 승리를 쟁취하곤 했다. 아베 정권과 싸우며 세상을 바꾼 일본의 열정 기자를 만나고 싶은 독자에게 이 책의 일독을 권한다.

#모치즈키이소코 #신문기자 #동아시아 #아베 #일본 #도쿄신문 #기자 #언론인 #언론사 #press #카이노스카이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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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타 전략 - 완벽함에 목매지 말고 ‘페어링’에 집중하라!
임춘성 지음 / 쌤앤파커스 / 2020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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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씨가 많이 무더워져서 이제는 더 이상 긴팔을 입고 야외를 돌아다니기 힘든 계절이 찾아왔습니다. 지난 6월 5일은 24절기 중의 하나인 망종이었다고 합니다. 망종은 소만과 하지 사이에 위치한 절기인데요. 망종이 되면 벼나 보리처럼 수염이 있는 곡식의 씨앗을 뿌린다고 합니다. 망종은 양력으로는 주로 6월 6일 경에 드는데, 호국영령을 기리는 현충일은 전통적으로 망종 즈음에 드리는 제사에서 처음 시작되었다고 합니다.


날씨는 많이 무더워졌지만, 여전히 우리는 반년 가까이 얼굴에서 마스크를 벗지 못합니다. 코로나19의 여전한 확산세로 공공장소에서 마스크를 벗을 수 없어 얼굴에 땀방울이 송골송골 맺힙니다. 코로나19가 금방 종식되리라 기대했던 나날들이 야속할 정도로, 코로나19는 우리의 살 속에 깊이 박힌 가시가 되어버렸습니다. 작고 눈에 보이지 않는 손톱 밑의 가시가 살에 아픔을 주듯이, 눈에 보이지도 않고, 만져지지도 않는 코로나19가 우리의 삶에 아픔을 주고 있습니다.

미래에 대한 불확실성이 극도로 높아진 이러한 시점에 우리는 어떠한 독서를 해야 할까요? 좌절과 절망이 일상화되어만 가는 이러한 시기에 우리는 어떤 희망의 씨앗을 뿌릴 수 있을까요? 지난 6월 5일에 출간된 임춘성 교수의 '베타 전략'은 불확실성의 시대를 살아가는 개인과 기업이 어떠한 전략을 추구하며 살아가야 하는지 알려주는 신간입니다. 이 책의 서문에서 저자는 이렇게 독자에게 말을 건넵니다.

"이제는 근시적입니다. 좋고 나쁘고를 떠나서 그럴 수밖에 없습니다. 먼 앞날을 헤아릴 수가 없습니다. 5개년, 3개년 계획은커녕 연간 계획도 큰 의미가 없습니다. 종합계획, 마스터플랜 역시 멋지지만 멋없습니다. 엄청난 변화, 변형, 변종이 시시각각 펼쳐지는데, 대체 그런 게 다 무슨 소용입니까. 그때그때 업데이트된 상황에 맞게 계속 계속 세워야 하는 게 계획입니다." (9쪽)

저자는 연세대 산업공학과 교수로서, 이런 불확실성의 시대에 기업의 생존을 위해서는 '베타 전략'을 적극적으로 경영 일선에 도입해야 한다고 강조합니다. 그렇다면 '베타 전략'은 무엇일까요? '베타 전략'은 쉽게 말하면, '알파 전략'의 반대입니다. '알파 전략'이 일류, 일등, 최고, 톱클래스를 지향한다면 '베타 전략'은 쾌속, 중독, 지속의 가치를 지향하며 고객을 기다리게 하지 않고 고객과 긴밀한 페어링을 유지합니다. 모든 것이 바삐 돌아가는 현시대에 최고의 상품을 개발하기 위해 최적의 타이밍을 놓친다면 그 상품은 고객에게 사랑받을 수 없습니다. 고객이 원하는 최적의 타이밍에 적절한 상품을 제공하는 것 그것이 바로 최고의 상품이라 할 수 있습니다. '알파 전략'이 기업의 자기만족을 위한 것이라면, '베타 전략'은 고객의 욕구만족을 위한 것입니다. 물론 고객의 욕구는 끝이 없기에, 기업은 그 욕구를 채우기 위해 부단히 노력해야 합니다. 저자는 책의 말미에 독자들에게 이렇게 마지막 호소를 합니다.

"어차피 변화는 지속되고 세상은 너무나 다양해지고 다변화되는데 어느 한순간의 모습에 집착하는 것은 어리석은 일이라는 것입니다. 그 순간의 모습을 정형화하고 그 모습에 맞게 기준을 세우고, 그 기준에 맞게 일류와 이류, 최선과 차선을 구분 짓는 것은 현명하지 못한 일이라는 것입니다. 어차피 순간으로 끝나고 또 변할 것이니까요. 계속 변하고, 그것도 더 빨리 변하는 세상에서는, 어떻게 변화할 것인지를 아는 것보다 변화를 어떻게 쫓을지를 아는 것이 중요합니다." (295쪽)

때때로 우리의 삶에서 완벽주의는 아무것도 하지 못하는 핑계가 되기도 합니다. 완전하게 하지 못할 바에야 아무것도 하지 않겠다고 생각하는 완벽주의는 실수와 실패를 극도로 회피하는 자세를 취하곤 합니다. 그러나 인생은 원래 깔끔하게 잘 닦인 고속도로가 아니라, 울퉁불퉁한 흙길입니다. 그리고 그 길의 끝에 무엇이 있는지는 실제로 차를 운전해서 가봐야 알 수 있습니다. 씨를 뿌려야 할 때 아무런 씨를 뿌리지 않으면 거두어야 할 때 아무것도 거둘 게 없습니다. 망종을 맞아 우리는 앞으로의 미래를 위해 어떤 희망의 씨앗을 뿌려야 할까요? '베타 전략'을 통해 우리는 변화한 현실에 조금은 유연하게 대응할 수 있는 적응력을 배울 수도 있을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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