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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누구인지 이제 알았습니다
닐 앤더슨 지음, 유화자 옮김 / 죠이북스(죠이선교회) / 2024년 2월
평점 :
신분의 변화가 행동의 변화를 이끈다
지난 설 명절에 고속도로의 버스전용차로를 질주하는 차가 한 대 있었다. 이 차를 붙잡기 위해 경찰차가 뒤에서 추격했지만, 이 차는 시속 200km에 가까운 속도를 내며 달음박질했다. 결국 경찰 헬기까지 동원되어 이 차를 어느 야산에서 멈추어 세우는데 성공했다. 차에는 운전자를 포함해 네 사람이 있었는데, 그중 두 사람이 불법체류자 신분이었다. 심지어 운전자는 면허도 없었다. 천만다행으로 아무런 인명피해가 발생하지는 않았지만, 고속도로에서 시속 200km 속도로 질주하는 건 모두의 생명을 위협하는 매우 위험한 일탈이었다. 이들이 이토록 위험천만한 행동을 한 이유는 단 한 가지, 이들이 불법체류자 신분이었기 때문이다. 행동이 신분을 결정하는 게 아니다. 신분이 행동을 결정한다. 만약에 이들이 불법체류자 신분이 아니었다면 이들은 경찰차를 보아도 두려워하지 않았을 것이고, 굳이 위험천만한 행위를 하지 않았을 것이다.
미국의 탈봇 신학교 교수이자 목회자인 닐 앤더슨의 『내가 누구인지 이제 알았습니다』라는 책이 있다. 이 책은 원래 죠이선교회 출판부에서 1993년 9월에 처음 출판한 책인데, 올해 2024년 2월에 죠이북스에서 이 책을 리커버로 새롭게 출판했다. 새롭게 바뀐 책의 표지는 어느 사내가 두 팔을 벌리고 운동을 하는 것처럼 보인다. 닐 앤더슨의 다른 책인 『이제 자유입니다』 역시 이번에 리커버로 출판되어 이 두 권의 책이 독자에게 비슷한 느낌을 선사한다. 한국은 세계 그 어느 나라보다 변화의 속도가 빠른 나라이다. 한국의 변화 속도를 고려하면 30년 전에 출판된 책은 구닥다리라고 무시당하기 쉽다. 그런 점에서 『내가 누구인지 이제 알았습니다』가 30년의 시간을 뚫고 리커버로 출판되었다는 사실은 이 책의 내용이 여전히 이 시대에 유의미하다는 해석이 가능하다. 이 책은 서문을 제외하고 총 13장으로 나누어져 있고, 시종여일 우리가 그리스도 안에서 어떤 신분인지를 아는 게 우리의 행동을 결정한다고 강조한다. 우리는 종종 선한 일을 하면 우리는 선한 사람이라 믿고, 악한 일을 하면 우리는 악한 사람이라 믿는다. 그러나 닐 앤더슨은 우리의 그러한 믿음이 다분히 비성경적이라고 말한다.
“물론 그리스도인은 자신을 은혜로 구원받은 죄인이라고 여긴다. 그러나 당신은 정말 죄인인가? 그것이 성경이 말하는 당신의 신분인가? 전혀 그렇지 않다. 하나님은 당신을 죄인이라고 부르시지 않는다. 그분은 당신을 성자라고 부르신다. 만일 당신이 자신을 죄인이라고 생각한다면, 당신의 행동이 어떠할지 상상해 보라. 당신은 죄인처럼 살 것이며, 또 죄를 지을 것이다. 왜 자신의 참된 신분을 확인하지 않는가? 이 진리를 기억하라. 당신의 행동에 따라 당신의 신분이 결정되는 것이 아니라 당신의 신분에 따라 당신의 행동이 달라지는 것이다.” (50쪽)
이 책의 마지막에는 성경을 기반으로 ‘나는 누구인가?’와 ‘하나님의 은혜로 그리스도 안에 있기 때문에’가 간결하게 정리되었다. 이 부분을 매일 반복해서 읽는 것만으로도 독자는 복음이 주는 평안을 온전히 누릴 수 있다. 자신의 반복되는 연약함에 낙심한 기독인에게 이 책의 일독을 권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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