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기자
모치즈키 이소코 지음, 임경택 옮김 / 동아시아 / 2020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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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도쿄신문 사회부 기자인 모치즈키 이소코는 우리나라에서는 상대적으로 덜 알려진 이름이다. 그러나 일본에서는 그녀의 이름이 많이 알려져, 그녀를 모티브로 해서 영화까지 만들어졌다고 한다. 도서출판 동아시아에서 지난 5월에 출간된 모치즈키 이소코의 '신문기자'는 그녀의 인생관과 취재관이 담긴 일종의 자서전이다. 저자는 이 책을 심각하고 무겁게 쓰기보다는 누구라도 쉽게 읽을 수 있도록 가볍게 썼기에 한국의 독자로서 이 책을 읽는 데 큰 어려움은 없었다.

모치즈키 이소코는 기자로서 두 가지 장벽을 넘어 일본에서 전국구 스타가 되었다. 첫 번째 장벽은 '도쿄신문'이라는 지방지 기자라는 장벽이었다. 우리나라에도 신문은 크게 전국에 발행되는 전국 지가 있고, 지방에만 발행되는 지방지가 있다. 마찬가지로 일본도 전국지와 지방지가 분명하게 구분되어 있는데, 이 책의 저자인 모치즈키 이소코는 '도쿄신문'이라는 지방지의 기자로서, 산케이신문이나 요미우리신문과 같은 전국구 언론사에서 일해본 경험은 전무하다. 그러나 그녀는 자신이 지방지에 속해 있다고 해서 스스로를 하찮게 여기지 않았다. 오히려 그녀는 '도쿄신문'이 작은 신문사지만 이곳에서 기자로서의 본분에 충실해 실력을 쌓을 수 있다고 믿었다. 그렇기에 그녀는 2000년에 도쿄신문에 입사해서 이 책이 처음 출판된 2017년까지 도쿄신문에 계속 재직하며 기자 생활을 했다.

그녀가 넘어야 했던 두 번째 장벽은 아이가 있는 엄마 기자라는 장벽이었다. 사실 그 어느 신문사도 아이가 있는 엄마가 기자를 해서는 안 된다는 규정은 없을 것이다. 다만 아무래도 아이가 이따 보면 기자로서 기자의 역할과 엄마의 역할이 불가피하게 충돌할 경우가 있다. 그것은 엄마뿐 아니라, 아빠도 마찬가지이다. 부모는 아이가 생기면 이전과는 다른 삶의 방식을 선택하며 살아가기 마련이다. 모치즈키 이소코는 결혼하기 전까지는 취재를 위해서라면 밤을 새우고, 잠복 취재를 하는 것을 마다하지 않았다. 그러나 결혼하고 엄마가 되고 나서는 그렇게 취재를 할 수 없었다. 그러다 보니 그녀는 실제로 몸을 많이 쓰는 취재보다는, 시간이 걸리더라도 한 가지 사안을 두고 깊이 파고드는 취재를 시도하게 되었다. 그러한 취재가 변화된 자신의 삶에 가장 적합하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역설적이게도 그녀가 전국적인 지명도를 얻게 된 것은 싱글일 때처럼 동에 번쩍 서에 번쩍 취재를 하지 않고, 내각부 장관의 정기 기자회견을 매번 취재하였을 때부터였다. 몸을 쓰기보다는 머리를 쓰고, 기자의 촉으로 조금이라도 틈이 보이면 집요하게 파고드는 그녀의 근성이 한정된 시간 속에서도 좋은 기사를 쓸 수 있던 비결이었다. 그녀는 자신이 기자로서 어떤 자세로 살아가는지 다음과 같이 말했다.

"신문기자의 일은 그림 퍼즐을 맞춰나가는 것처럼 하나하나 진실을 파헤치고 나아가 진술의 진위를 확인하는 것이다. (그렇게 배웠다.) 사건 취재를 할 때 처음부터 진실을 듣는 일은 거의 없다. 들이민 질문에 부정적인 답변이 돌아올 것을 전제로 몇 번이고 몇 번이고 질문을 던진다. 햇병아리 시절부터 지금까지 기자로서의 초심에는 변함이 없다. 나와는 전혀 어울릴 것 같지 않았던 총리 관저에서도 그저 내 방식대로 질문했다." (7쪽)

어느 분야든지 일가를 이루기 위해서는 집요함과 끈기가 필요한 것 같다. 넷플릭스 오리지널 '마이클 조던 더 라스트 댄스'를 보니 마이클 조던도 항상 승리하기 위해 자신과 팀 동료들을 극한까지 밀어붙여서 승리를 쟁취하곤 했다. 아베 정권과 싸우며 세상을 바꾼 일본의 열정 기자를 만나고 싶은 독자에게 이 책의 일독을 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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