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우리디케와 영영 작별한 후에 오르페우스가 맞이한 종말은 충격적이다. '고전 신화 백과 : 한 권으로 끝내는 그리스 로마 신화 속 신, 영웅, 님페, 괴물, 장소'(아네트 기제케 저/짐 티어니 그림/이영아 역)로부터 옮긴다.


* Maenad | Frenzied Worship, Dionysus, Bacchic Rites | Britannica https://www.britannica.com/topic/maenad 아래 글 속 바칸테스(마이나데스)는 주신 바쿠스(디오니소스) 광신도들이다.

Orfeus and Euridice, 1917 - Oskar Kokoschka - WikiArt.org







트라키아의 몇몇 바칸테스〔Ⓖ마이나데스〕가 그를 발견하고 탐하지만, 그에게 거절당하자 그의 사지를 찢어놓는다. 오르페우스의 유해는 헤브로스 강에 던져져 떠내려가고, 잘린 머리는 에우리디케를 향한 애가를 계속 부른다. - 1부: 신, 정령, 님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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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룩의 오페라 아리아 모음집을 들었다. 유명한 '오르페오와 유리디체'도 포함되어 있다. 아래 글의 출처는 오비디우스의 '변신 이야기'( 이종인 역)이다.


* 오페라 '오르페오와 에우리디체' https://www.yongin21.co.kr/news/articleView.html?idxno=62539 결말이 다르다.





그들이 지상으로 올라가는 등성이 진 길은 깊은 정적에 잠겨 있었고 가파르면서도 어두웠고 짙은 안개가 끼어 있었다. 이제 그들은 지표면의 가장자리에서 얼마 떨어지지 않은 곳까지 올라왔다. 여기에 도달하자 오르페우스는 아내가 올라오는 도중에 힘이 부치지는 않는지 또 어떻게 하고 있는지 살펴보고 싶어서 사랑이 담긴 눈빛으로 뒤를 돌아다보았다. 순간, 에우리디케는 지하 세계로 미끄러졌다. 양손을 내뻗으면 서 오르페우스의 내민 손을 잡으려 했으나, 이 불행한 여인은 허공을 움켜쥘 뿐이었다. 이제 한 번 더 죽게 되었지만 남편에 대하여 전혀 불평하지 않았다. (자신이 진정 사랑 받았다는 것을 알았는데 무엇을 불평할 수 있겠는가?) 그녀는 남편의 귀에 들릴락 말락하게 〈안녕〉이라는 마지막 말을 남기고 지하 세계로 돌아갔다. - 오르페우스의 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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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톱에 색을 입히는 역사는 꽤 오래 되었더라. 북플이 알려줘서 3년 전 내 포스팅을 다시 보게 되었는데 그때 읽던 다른 책에 관련 내용이 나와 궁금해져 시공디스커버리총서 '화장술의 역사'를 찾아 보았더랬다. 가령 아래 글에 따르면 르네상스 시대의 미적 규범은 여성에게 맨손톱이 아니라 붉은 색의 손톱을 요구했다.

Pixabay로부터 입수된 Joel santana Joelfotos님의 이미지


cf. 봉숭아꽃으로 손톱을 붉게 물들이는 일은 누가 제일 먼저 해보았을까?





르네상스 시대의 육체는 건축물의 일종으로 취급되었다. 해체되어 재건된 육체는 이상적인 규범에 따라 건축되었지만 그 규범은 결코 일정하지 않았다.

여성은 세 가지 흰 것(피부, 치아, 손), 세 가지 붉은 것(입술, 볼, 손톱), 세 가지 검은 것(눈, 눈썹, 속눈썹)을 지녀야 하고 이상적인 신체에 관한 일곱, 아홉 또는 서른세 가지 규범에 부합해야 한다. - 바로크풍의 아름다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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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니데이 2026-09-25 21:48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예전에 봉숭아꽃 물들이던 생각납니다. 꽃도 흔하진 않았고, 엄마도 하는 법을 잘 모르셨어요. 처음엔 손가락만 물들고 잘 안되던 것도 생각납니다. 네일아트도 치아미백도 그리고 피부관리도 여전히 인기인 것을 보면 미인의 기준이 크게 달라지지 않았을지도 모르겠어요.
서곡님, 추석 잘 보내고 계신가요. 편안한 연휴 보내세요.^^

서곡 2026-09-26 19:38   좋아요 1 | URL
오 그러셨군요! 위 사진 속 손톱색이 봉숭아꽃빛 비슷해 보입니다 그러게요 미의 기준의 뼈대는 이미 오래 전에 확립되었나 봅니다 하늘 아래 새로운 것이 없다는 말처럼요.....감사합니다 연휴 마저 즐겁게 보내시길요~~~
 

박완서 단편전집 3권 '그의 외롭고 쓸쓸한 밤' 마지막 수록작 '소묘'( 1983년 8월 발표)로부터 옮긴다. 화자는 시부모 집 별채에 사는 며느리이다.

사진: Unsplash의 Uliana Semenova







정남향의 안채 거실은 밝고 넓고 유리창은 늘 티끌만한 얼룩 한 점 없이 반짝거렸다. 그 유리창가를 온통 아프리칸 바이올렛의 시렁이 차지하고 있었다. 모양도 빛깔도 가지각색의 바이올렛은 휴면기도 없이 사시장철 꽃을 피웠다. 나는 아직 어떤 애호가네 집에서건 화원에서건 심지어는 바이올렛 전시회에서조차 그렇게 화려하게 다발로 핀 꽃을 본 적이 없다. 신접살림 난 친구들이 창가에 놓고 한두 분(盆) 기르는 그 꽃은 대개 가련하다 못해 비실비실했지만 시어머니가 기르는 것은 전혀 딴 종류처럼 사치스럽고 극성맞았다. 가장자리에 프릴까지 달고, 철쭉꽃만한 크기로 무리져 피어난 진분홍 바이올렛 같은 건 요괴롭다 못해 독기까지 느껴졌다.

그런 화분이 거실 창가에서 안방 창가로 이어져 자그마치 오백 분이 넘었다. 시어머니는 칠백 분이라고 했지만 내 창가에서 내려다보면서 하는 나의 셈은 항상 오백을 고비로 헷갈리고 지쳤다.

당연한 얘기지만 내 방 창으로 보는 것보다 들어가서 직접 보면 더욱 장관이었다. 손님들마다 자지러진 탄성을 질렀다. 처음 오는 손님 아니라 두 번 세 번 보는 손님도 우선 탄성 먼저 지르게 돼 있었다. 그러고 나선 으레 그렇게 탐스러운 꽃을 사시장철 키울 수 있는 비결을 물어보았다. 시어머니는 그런 물음을 기다리고 있었다는 듯이 망설이지 않고 자못 자랑스럽게 대답했다.

사랑이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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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09-24 10:23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6-09-24 10:31   URL
비밀 댓글입니다.

페넬로페 2026-09-24 18:56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서곡님!
추석 명절 잘 보내시길요.
건강하고 행복 가득하시길 기원드려요^^

서곡 2026-09-24 19:47   좋아요 1 | URL
반갑습니다 ㅎㅎ 페넬로페님도 연휴 잘 보내시기 바랍니다 감사합니다
 

내일이 추분인데 오늘 낮도 더웠다. 떠날 때를 알고 떠나는 이의 뒷모습이 아름답다더라, 여름아! 무지하게 덥던 어느 여름 날에 읽은, 근 백년전 소설인 이효석 단편 '도시와 유령'(1928)이 아래 글의 출처이다.

Summer #3, 1957 - Richards Ruben - WikiArt.org


도시와 유령(幽靈) https://gongu.copyright.or.kr/gongu/wrt/wrt/view.do?wrtSn=9001181&menuNo=200019 (전문)





그러나 장안의 여름밤을 아름다운 꿈으로만 생각하는 것은 큰 실수이다. 거기에는 생활의 무거운 짐이 있다. 잔칫집 마당같이 들볶아치는 야시에는 하루면 스물네 시간의 끊임없는 생활의 지긋지긋한 그림이 벌어져 있었다. 거기에는 낮과 다름없이 역시 부르짖음이 있고, 싸움이 있고, 땀이 있었다.

독자여, 뭐? 그래도 유령이라고? 그래 그럼 유령이라고 해두자. 그렇게 말하면 사실 유령일 것이다. - 살기는 살았어도 기실 죽어 있는 셈이니!

어떻든 유령이라고 해두고 독자여 생각하여 보아라. 이 서울 안에 그런 유령이 얼마나 많이 늘어 가는가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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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니데이 2026-09-23 22:53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서곡님 즐거운 추석연휴 보내시고 좋은 밤 되세요.^^

서곡 2026-09-23 22:58   좋아요 1 | URL
안녕하세요! 반갑고 감사합니다~ 님도 연휴 잘 보내시길요 굿나잇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