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오늘 2025년 9월27일에 2024년도 악스트 54호 리뷰란에서 리디아 데이비스 소설집 '불안의 변이'에 대해 읽었다. 김유림 시인이 썼다.

River view with a boat Sun, 1907 - Piet Mondrian - WikiArt.org


"그녀는 문학의 새로운 형식"…리디아 데이비스 작품집 국내 첫 출간 https://v.daum.net/v/20230609144403425 '불안의 변이'는 단독 저서로는 우리 나라에 처음으로 번역출간된 작품집이라고 한다. 2023년 6월이었다. 올해 새로 나온 리디아 데이비스와 김유림의 책들도 담아둔다.



‘삶의 핵심’이라는 이름의 강 속으로 문장이 가라앉기 시작한다고 해서 그것이 핵심의 핵심, 그러니까 ‘삶의 핵심’이라는 강의 핵심에 다다르는 일은 없을 것이다. 그런 일이 일어난다고 해도 우연일 뿐. 이것이 리디아 데이비스의 글이 시종일관 보여주는 냉소적인 유머를 설명해준다. 강은 흐르고 있고, ‘삶의 핵심’도 흐르고 있다.

이 강의 어느 지점에 문장을 가라앉혀야 원하던 목표 지점에 안착하게 될지는 모르는 일이며, 설령 그 지점을 알아낸다고 해도 문장을 원하는 지점에 안착시키는 일은 거의 불가능하다. - 김유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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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플이 알려주길 3년 전 이 시기에 쿠사마 야요이에 대해 읽고 있었다. 쿠사마는 지난 달 타계했다. RIP. 본인이 창조한 소멸과 무한의 세계에서 영면하기를. '현대미술은 처음인데요'로부터 옮긴다.


Infinity Mirror Room, 1965 - Yayoi Kusama - WikiArt.org






그녀는 1960년대에 처음 ‘소멸’이라는 아이디어를 구상하고, 스스로 소멸하기 위해 점으로 자신과 타인을 완전히 뒤덮기 시작했다. <소멸의 방>에 참여한 사람들은 작가와 협업할 뿐 아니라 관객들끼리도 서로 도와 무한한 빨강, 노랑, 초록의 몽롱한 점들로 공간을 변화, 즉 소멸시킨다.

이 작품만큼 유명한 또 다른 설치작업 <무한한 거울의 방Infinity Mirror Room> 역시 관객에게 유사한 경험을 선사한다. 벽과 벽, 천장과 바닥을 모두 거울로 덮어 만든 차분한 공간에 홀로 들어서면, 천천히 흔들리며 깜빡거리는 불빛이 거울에 무한히 반사되어 마치 우주 공간을 떠다니는 것 같은 착각을 일으키게 한다. 그리고 무한한 불빛 속에 잠긴 관객은 수백만 개의 별 가운데 오직 하나뿐인 별로서 자신의 존재를 느끼는 미적 체험을 경험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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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우리디케와 영영 작별한 후에 오르페우스가 맞이한 종말은 충격적이다. '고전 신화 백과 : 한 권으로 끝내는 그리스 로마 신화 속 신, 영웅, 님페, 괴물, 장소'(아네트 기제케 저/짐 티어니 그림/이영아 역)로부터 옮긴다.


* Maenad | Frenzied Worship, Dionysus, Bacchic Rites | Britannica https://www.britannica.com/topic/maenad 아래 글 속 바칸테스(마이나데스)는 주신 바쿠스(디오니소스) 광신도들이다.

Orfeus and Euridice, 1917 - Oskar Kokoschka - WikiArt.org







트라키아의 몇몇 바칸테스〔Ⓖ마이나데스〕가 그를 발견하고 탐하지만, 그에게 거절당하자 그의 사지를 찢어놓는다. 오르페우스의 유해는 헤브로스 강에 던져져 떠내려가고, 잘린 머리는 에우리디케를 향한 애가를 계속 부른다. - 1부: 신, 정령, 님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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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룩의 오페라 아리아 모음집을 들었다. 유명한 '오르페오와 유리디체'도 포함되어 있다. 아래 글의 출처는 오비디우스의 '변신 이야기'( 이종인 역)이다.


* 오페라 '오르페오와 에우리디체' https://www.yongin21.co.kr/news/articleView.html?idxno=62539 결말이 다르다.





그들이 지상으로 올라가는 등성이 진 길은 깊은 정적에 잠겨 있었고 가파르면서도 어두웠고 짙은 안개가 끼어 있었다. 이제 그들은 지표면의 가장자리에서 얼마 떨어지지 않은 곳까지 올라왔다. 여기에 도달하자 오르페우스는 아내가 올라오는 도중에 힘이 부치지는 않는지 또 어떻게 하고 있는지 살펴보고 싶어서 사랑이 담긴 눈빛으로 뒤를 돌아다보았다. 순간, 에우리디케는 지하 세계로 미끄러졌다. 양손을 내뻗으면 서 오르페우스의 내민 손을 잡으려 했으나, 이 불행한 여인은 허공을 움켜쥘 뿐이었다. 이제 한 번 더 죽게 되었지만 남편에 대하여 전혀 불평하지 않았다. (자신이 진정 사랑 받았다는 것을 알았는데 무엇을 불평할 수 있겠는가?) 그녀는 남편의 귀에 들릴락 말락하게 〈안녕〉이라는 마지막 말을 남기고 지하 세계로 돌아갔다. - 오르페우스의 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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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톱에 색을 입히는 역사는 꽤 오래 되었더라. 북플이 알려줘서 3년 전 내 포스팅을 다시 보게 되었는데 그때 읽던 다른 책에 관련 내용이 나와 궁금해져 시공디스커버리총서 '화장술의 역사'를 찾아 보았더랬다. 가령 아래 글에 따르면 르네상스 시대의 미적 규범은 여성에게 맨손톱이 아니라 붉은 색의 손톱을 요구했다.

Pixabay로부터 입수된 Joel santana Joelfotos님의 이미지


cf. 봉숭아꽃으로 손톱을 붉게 물들이는 일은 누가 제일 먼저 해보았을까?





르네상스 시대의 육체는 건축물의 일종으로 취급되었다. 해체되어 재건된 육체는 이상적인 규범에 따라 건축되었지만 그 규범은 결코 일정하지 않았다.

여성은 세 가지 흰 것(피부, 치아, 손), 세 가지 붉은 것(입술, 볼, 손톱), 세 가지 검은 것(눈, 눈썹, 속눈썹)을 지녀야 하고 이상적인 신체에 관한 일곱, 아홉 또는 서른세 가지 규범에 부합해야 한다. - 바로크풍의 아름다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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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니데이 2026-09-25 21:48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예전에 봉숭아꽃 물들이던 생각납니다. 꽃도 흔하진 않았고, 엄마도 하는 법을 잘 모르셨어요. 처음엔 손가락만 물들고 잘 안되던 것도 생각납니다. 네일아트도 치아미백도 그리고 피부관리도 여전히 인기인 것을 보면 미인의 기준이 크게 달라지지 않았을지도 모르겠어요.
서곡님, 추석 잘 보내고 계신가요. 편안한 연휴 보내세요.^^

서곡 2026-09-26 19:38   좋아요 1 | URL
오 그러셨군요! 위 사진 속 손톱색이 봉숭아꽃빛 비슷해 보입니다 그러게요 미의 기준의 뼈대는 이미 오래 전에 확립되었나 봅니다 하늘 아래 새로운 것이 없다는 말처럼요.....감사합니다 연휴 마저 즐겁게 보내시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