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닝’의 종수에서 포크너의 소년 사티를 보다 (강유정) https://www.khan.co.kr/opinion/column/article/201805242036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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윌리엄 포크너의 단편 '헛간, 불태우다'를 읽는데 양탄자가 눈에 밟힌다. 


Flowers and carpet (Pansies), 1880 - Paul Gauguin - WikiArt.org



그 부인은 소년의 아버지는 거들떠보지도 않고 믿기지 않는다는 눈길로 옅은 색 양탄자에 찍힌 발자국만 바라볼 뿐이었다.
- P42

아버지 어깨에 걸린 게 아니라 낙타 혹처럼 붙어 있던 양탄자는(소년은 어둠 속에서도 분명하게 볼 수 있었다.) 벽의 모서리와 바닥을 천둥소리처럼 믿기지 않을 만큼 크게 울렸고, 다시 서두르지 않고 걷는 큰 발소리가 들렸다.
- P47

"당신이 양탄자를 버려 놨다는 걸 똑똑히 알아야 할 거야. 이곳에 아무도 없나, 당신 여자들 말이야......" "그 양탄자는 백 달러짜리야. 하지만 당신은 한 번도 백 달러를 가져 본 적이 없을 테지. 앞으로도 그럴 거고." - 헛간, 불태우다 - P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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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베르토 망겔이 '서재를 떠나보내며'에서 언급한 헨리 제임스의 단편 '양탄자 무늬'를 찾아 읽는다. 





사진: UnsplashErfan Banaei






페르시아 양탄자의 복잡한 무늬 같은 어떤 것. 내가 이렇게 표현하자 그는 적절한 비유라고 칭찬하면서 또 다른 비유를 했다."그것은 내 진주알들을 꿰는," 그가 말했다. "줄 같은 것이지요!" - 양탄자 무늬 - P3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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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이버 지식백과] 마을의 로메오와 율리아 [Romeo und Julia auf dem Dorfe] (두산백과 두피디아, 두산백과)https://terms.naver.com/entry.naver?docId=1090776&cid=40942&categoryId=40213

'마을의 로미오와 줄리엣' 삽화(1919) by Ernst Würtenberger (1868-1934) - 퍼블릭도메인, 위키미디어커먼즈






그들은 벽에 기대 앉아 더 이상 말을 하지 않았다. 묵묵히, 모든 증오심을 초월하는 행복한 감정에 몸을 맡겼다. 더할 나위 없이 진지한 가운데 서로 착하고 사랑스러운 자신들을 발견한 것 같았다.

사람들은 이제 조금 떨어진 곳에서 둘을 에워쌌다. 그리고 놀란 표정으로, 이 잘 차려입은 한 쌍이 너무 다정한 나머지 주변의 세상사를 잊고 있는 것을 바라보았다.

"저런, 저길 좀 보라지!" 사람들은 쑥덕거렸다. "저건 분명 마르티의 딸 브렌헨과 시내에 사는 잘리로구나! 저것들이 말쑥하게 차려입고 붙어 다니네! 깨가 쏟아지게 다정한 저 꼴 좀 봐! 대체 저것들이 어디로 가려는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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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 '아이 러브 딕'의 제1부까지 일단 읽었다. 1부 제목이 '결혼생활의 장면들' - 영화감독 잉마르 베리만(잉그마르 베르히만)의 작품 제목으로부터 따온 것으로 보인다. 초반에 에릭 로메르의 영화 '모드 집에서의 하룻밤'이 명시되는데 파트너 있는 여성이 독신 남성을 유혹하는 내용의 재미있는 프랑스식 프랑스 영화이다. 또한 성매매를 다루는 장 뤽 고다르의 영화 '인생'을 인용하며 저자-주인공은 남편의 재력에 기대어 활동하는 자신을 냉소와 변명 사이에서 관조한다.


Marriage, 1637 - 1638 - Nicolas Poussin - WikiArt.org





딕의 집에 이르자 에리크 로메르의 영화 <모드 집에서의 하룻밤>에 나오는, 알딸딸한 크리스마스이브 같은 밤이 펼쳐진다.

아티스트의 눈으로 보면 딕의 비디오는 한심하리만치 조야하지만 그녀는 어떤 종류의 형편없는 예술, 만든 이의 희망과 절망이 여과 없이 드러나 보이는, 그런 예술을 사랑한다. 조야한 예술은 보는 이를 더 능동적으로 만든다. (몇 년 뒤 크리스는 이처럼 조야한 예술을 좋아하는 것이, 제인 에어가 말처럼 생긴 못된 인간쓰레기 로체스터에게 끌리는 것과 똑같다는 사실을 깨닫는다. 조야한 인물은 창조를 부추기는 법이다.)

20년쯤 전 크리스가 어릴 때 집 안에 있던 물건들이 떠오른다. 빙 둘러 사람들이 그려진, 푸른색과 흰색의 도자기 에그컵과 찻잔. 호박색 찻물 속으로 보이던, 잔 바닥의 파랑새. 그 두 사물에 들어 있는 세상의 모든 어여쁜 것들. 크리스와 실베르가 도시바 노트북 컴퓨터를 치울 무렵엔 이미 어둠이 내려앉았다. 그녀는 저녁 식사를 준비한다. 그는 다시 집필 중인 책으로 돌아간다.

자신이 엘리자베스 시대판 운명의 수레바퀴를 타고 있다고 여기는 완고한 페미니스트 크리스는 계속 작품을 만들기 위해선 남편의 지원을 받아야 한다는 생각에 웃지 않을 수 없었다. 영화 <인생>에서 이자벨 위페르의 포주는 자동차 뒷좌석에서 이렇게 그녀를 나무랐다. "독립적인 사람이 어디 있어? 하녀? 관료? 은행가? 그런 사람은 없어!" 그렇다. 이 후기자본주의 시대에 진정으로 자유로운 사람이 어디 있단 말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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