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노벨문학상 수상자 욘 포세의 희곡집 '가을날의 꿈 외'(정민영 역) 마지막 수록작 '겨울'에 대한 해설로부터

Norway Pine, 1988 - Eyvind Earle - WikiArt.org








<겨울>은 남자와 여자가 나오는 2인극으로, 두 인물의 관계에서 오는 미묘한 감정의 흐름으로 가득 차 있다. 위에서 설명한 두 희곡과 마찬가지로 <겨울> 또한 특별한 사건 없이 남자와 여자가 만나고 헤어지고 다시 만나는 단순한 상황만 드러낼 뿐이다.

공간과 소품으로만 보더라도 불필요한 모든 것을 제거하고 단순화해 핵심만 제시하는 포세 특유의 미니멀리즘과 여백이 나타난다. 이 단순한 공간에 등장하는 남자와 여자는 그 수많은 만남과 헤어짐 가운데 하나를 보여 준다.

"이건 아냐"라고 하면서도 아닌 상황을 받아들이는 여자처럼, 여자가 보이는 그 모순의 상황을 "모든 건 다 그런 거야"로 정의하는 남자처럼, 사람의 관계, 삶의 모습은 그럴 수밖에 없는 것인가? 남자와 여자의 관계, 이들의 언어와 태도는 때로 상식적인 면을 보이기도 하지만 비정상에 가깝다. 그러나 그 비정상을 겉모습 그대로인 비정상 자체로 간주할 수는 없는 일이다. 그 뒤에 숨어 있을 수 있는, 그래서 함부로 속단할 수 없는 그 무언가가 존재할 것이기 때문이다. 삶은 그렇게 간단하지가 않다. - 해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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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s://blog.aladin.co.kr/790598133/15105321 작년 오늘의 포스트에 이어 유미리의 장편소설 '도쿄 우에노 스테이션' 중 '작가의 말(2019년 영문판 수록)'로부터 옮긴다.

후쿠시마(2021) 사진: UnsplashHiroshi Kimura


[후쿠시마 스스로 간 작가 유미리 "그들의 슬픔이 스며들었다"] https://v.daum.net/v/20210312050039503 유미리 작가가 후쿠시마에서 운영하는 북카페 '풀하우스'(자신의 작품 제목과 같다)는 여기: https://odaka-fullhouse.jp/






후쿠시마현 미나미소마시 하라마치구, 원전에서 25킬로미터 떨어진 곳에 하라마치 베쓰인이라는 절이 있다. 《도쿄 우에노 스테이션》 주인공 집에서 믿는 정토진종의 사원이다.
82세 스님이 절을 지키고 있다.
절의 본당에는 묘소가 없는 십여 개의 납골 단지가 안치되어 있다.
연고가 없는 쓰나미 희생자와 원전 사고 이재민의 유골도 있으나, 상단에 안치된 세 개는 오염 물질 제거 작업자의 것이다.

하라마치 베쓰인에서 보관하고 있는 세 유골의 주인들은 한여름 오염 제거 작업을 하다가 말벌에 쏘여 죽은 남성, 간경변증 악화로 죽은 남성, 뇌경색으로 급사한 남성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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슬슬 월동 준비를 하기로 한다. 서재의 스킨을 겨울의 눈 내린 풍경으로 바꿨다.


독일 여성 작가 주자 방크의 소설 '크리스마스의 집'으로부터

Odenwald, Germany (사진: UnsplashBernd 📷 Dittrich오덴발트 - Daum 백과 https://100.daum.net/encyclopedia/view/b16a0477a


Winter 3 · Trio Fibonacci · Max Richter https://youtu.be/bz-1u86HnyQ?si=ESV8TAGn3HfTzO19





‘카페 릴리’라는 상호는 드립 커피만 마시는 모직 모자를 쓴 나이든 여성들이 찾는 낡고 오래된 카페 이름처럼 들리기도 했다. 하지만 사람들은 점차 그렇지 않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릴리가 찍어 걸어 둔 사진들을 보고, 사람들은 누가 찍었는지 물어보았다. 흥미로운 일이었다.

릴리는 이전에는 아무도 자신의 사진을 감명 깊게 보지 않았지만, 요즘에는 사진을 살 수 있는지 그리고 얼마인지 물어본다고 했다. 릴리는 두 번째와 세 번째 줄에 있는 사진들은 살 수 있지만, 첫 번째 줄의 사진은 더 이상 팔지 않겠다고 말했다.

겨울 사진은 외투걸이와 카운터 사이의 벽에, 원형 테이블과 소파의 쿠션 위에 걸려 있었다. 오덴발트, 이끼가 만든 길, 흐르는 시냇물과 수차바퀴를 찍은 사진. 빌덴베르크 성의 부서진 벽, 키르히첼의 널빤지로 만든 지붕, 얼음이 맺힌 나무 아래 눈 덮인 오솔길, 12월의 발자국과 눈 위에 남겨진 자취, 1월의 숲과 2월의 초원 사진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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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 간식 테마소설집 '겨울 간식집'의 첫 단편은 박연준 시인이 쓴 '한두 벌의 다른 옷'이다. 왜 이 제목인지 내용에 나오지만 여기 굳이 밝히지 않겠다(스포일러는 아니다). 여름은 친구 성희를 통해 영혜를 알게 되고 뱅쇼가 첫 만남에 등장한다.

사진: UnsplashHannah Pemberton 뱅쇼 https://100.daum.net/encyclopedia/view/47XXXXXXb479


박연준 시인은 다양한 글을 발표했다.





원탁에는 영혜가 읽는 책, 읽어야 할 책들이 표지가 보이도록 전시되어 있었다. 열 권, 어느 때는 스무 권도 넘었다. 작은 서점 같았다.

우리는 서로의 말에 반했다. 영혜와 이야기하는 순간에는 내가 마치 작가가 된 것 같았다. 우리가 세상에서 가장 중요한 이야기를 나누는 사람들이라고 생각했다. 생활에 찌들어 있다가도 영혜의 작업실에 가는 날에는 내 눈에서 빛이 나는 것을 느꼈다.

—여름아, 나는 그런 게 좋더라. 너무 단단하지도 너무 푹신하지도 않은 침대에 누워서 아주아주 두꺼운 소설을 읽다가 잠드는 삶. 내 손으로 견딜 수 있는 무게는 딱 두꺼운 소설책만큼인 것 같아. 나는 버러지야. 뭘 해야 할지 모르겠어.

언젠가 영혜가 이렇게 말했을 때, 언니는 생각하는 게 직업이라고, 그건 귀한 거라고 얘기한 적이 있었다. 두꺼운 소설을 읽고 두꺼운 삶을 생각하는 것, 그게 왜 나빠? 이렇게 말한 적이 있었다.

—영혜 언니와 왜 멀어졌어?

성희가 물었을 때 대답하지 못했다.

영혜와 나 사이에 큰불이 일고, 타버리고, 재만 남았을 때. 재 위에서 다시 할 수 있는 일이 뭐가 있을까 생각했다. 내 선택은 달아나는 거였다.

그러나 어느 겨울, 카페 앞을 지나다 누군가 유리창에 이렇게 써 붙인 글을 마주하면 울고 싶어지는 건 사실이다.

‘따뜻한 뱅쇼 팔아요. 직접 끓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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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12월, 크리스마스가 있는 달이다. 부제가 '북유럽 사람들이 오늘도 행복한 이유, 궁금해요?'인 '놀러 와요, 북유럽살롱'(정민혜 지음) 중 'Salon 2. 오래 머물게 된 건, 사람들 때문이었다 - 북유럽에서 만난 사람들이 들려준 평범하고도 특별한 이야기'의 '14. 함스타드에서 보낸 첫 스웨덴식 크리스마스'는 잉마르 베리만(잉그마르 베르히만) 감독의 영화 '화니와 알렉산더' 이야기로 시작한다.

Halmstad 1950 By Otto Nilsson * Halmstad https://100.daum.net/encyclopedia/view/b24h3127a


[차라리 청빈함을 택하리 - ‘화니와 알렉산더’를 보며 북유럽의 검박한 생활 미학을 생각하다] http://www.cine21.com/news/view/?mag_id=68209




[새로운 것들 즐기기, 여든에도 문제없어] https://www.khan.co.kr/culture/culture-general/article/202408152017005 올해 여름에 출간된 책 '초콜릿을 참기에는 충분히 오래 살았어 - 90세 스웨덴 할머니의 인생을 대하는 유쾌한 태도'에 대한 기사이다.







스웨덴이 낳은 영화 거장 잉그마르 베르히만Ingmar Bergman이 유년시절 추억을 담아 만든 자전적 영화 <화니와 알렉산더Fanny och Alexander, 1982>는 성대한 크리스마스이브 파티로 시작한다.

20세기 초, 극장을 운영하는 아버지를 두어 상류층 가정에서 자란 소년 알렉산더의 눈에 비친 크리스마스는 행복하기만 하다. 온 가족이 촛불을 밝힌 테이블에 둘러앉아 율보드Julbord(크리스마스 만찬)를 즐기며, 모두가 웃는 얼굴로 서로에게 "갓 율God Jul(메리 크리스마스)!"을 외친다. 그러고는 크리스마스 노래를 부르며 손에 손을 잡고 춤을 춘다.

아침저녁으로 찬 공기에 입김이 나오기 시작하는 10월부터 스톡홀름은 크리스마스 분위기가 만연하다.

12월이 되면 본격적으로 크리스마스 카운트다운이 시작된다. 집집마다 12월 1일부터 24일까지 매일 한 장씩 넘기면 새로운 그림이나 초콜릿이 나오는 크리스마스 달력Advent calendar을 거는 것은 기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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