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노벨문학상 수상자 욘 포세의 희곡집 '가을날의 꿈 외'(정민영 역) 마지막 수록작 '겨울'에 대한 해설로부터
Norway Pine, 1988 - Eyvind Earle - WikiArt.org
<겨울>은 남자와 여자가 나오는 2인극으로, 두 인물의 관계에서 오는 미묘한 감정의 흐름으로 가득 차 있다. 위에서 설명한 두 희곡과 마찬가지로 <겨울> 또한 특별한 사건 없이 남자와 여자가 만나고 헤어지고 다시 만나는 단순한 상황만 드러낼 뿐이다.
공간과 소품으로만 보더라도 불필요한 모든 것을 제거하고 단순화해 핵심만 제시하는 포세 특유의 미니멀리즘과 여백이 나타난다. 이 단순한 공간에 등장하는 남자와 여자는 그 수많은 만남과 헤어짐 가운데 하나를 보여 준다.
"이건 아냐"라고 하면서도 아닌 상황을 받아들이는 여자처럼, 여자가 보이는 그 모순의 상황을 "모든 건 다 그런 거야"로 정의하는 남자처럼, 사람의 관계, 삶의 모습은 그럴 수밖에 없는 것인가? 남자와 여자의 관계, 이들의 언어와 태도는 때로 상식적인 면을 보이기도 하지만 비정상에 가깝다. 그러나 그 비정상을 겉모습 그대로인 비정상 자체로 간주할 수는 없는 일이다. 그 뒤에 숨어 있을 수 있는, 그래서 함부로 속단할 수 없는 그 무언가가 존재할 것이기 때문이다. 삶은 그렇게 간단하지가 않다. - 해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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