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하는 여자는 괴물과 함께 잠을 잔다'(김은주)로부터
사진: Unsplash의Anna Mould
'시몬 베유 노동일지'가 이 달에 새로 출간되었다.
베유는 제1차 세계대전의 폐허 속에 제2차 세계대전의 전운이 감도는 혼란스러운 시기의 유럽에서 살아가면서, 계몽 이후의 인간 이성이 스스로 파놓은 나락으로 치닫는 것을 목도한다. 당대의 인간이 놓였던 실존 조건, ‘중력’은 결코 녹록치 않았고, 파괴적이었다.
베유는 인간의 이성이 나락으로 치달은 두 세계대전 사이에서 기꺼이 우둔한 삶의 방식을 선택하고 그것을 은총이라 불렀다. 그는 이것을 중력의 삶에서 예외를 만드는 유일한 방법으로 생각했다. 어리석은 선택을 통해, 그는 연민과 사랑 그리고 인간에 대한 경외감을 잃지 않는다.
사람들은 고통 앞에서 "왜 내가 이런 일을 겪어야 하는가?"라고 묻지만 신은 대답이 없다. 고통 속에서 울부짖는 사람들은 정신이 산산조각 나서 끝없이 절규하다가, 허무에 도달할 뿐이다. 이 허무는 영혼 전체를 공포로 넘쳐흐르게 한다. 베유는 여기서, 이 공포 앞에서, 삶을 사랑하기를 그치지 않아야 한다는 깨달음에 이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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