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 이다의 꽃'(한스 크리스티안 안데르센)을 읽었다. 이다는 꽃들의 무도회를 목격한다.

Still Life with Flowers, 1912 - Ilya Mashkov - WikiArt.org


Roses and carnations, 1939 - Ilya Mashkov - WikiArt.org


cf. '무도회'로 검색하여 발견한 오디오북 '꽃들의 무도회'는 안데르센의 이 동화를 각색한 내용이다.





방에는 불이 켜져 있지 않았는데도 아주 밝았어요. 창문으로 쏟아져 들어온 달빛이 방바닥을 환히 비춰서 거의 대낮 같았어요. 히아신스와 튤립이 두 줄로 길게 줄서 있었어요. 하나도 빠짐없이 나와서 창턱에는 텅 빈 화분들만 놓여 있었죠. 

작은 금관을 쓴 아름다운 장미꽃 두 송이가 맨 앞에 들어오고, 꽃무와 분홍색 카네이션들이 모두에게 인사를 하며 뒤따라 들어왔어요. 다음은 음악대였어요. 야생 히아신스와 작고 하얀 스노드롭은 즐겁게 종을 울렸어요. 정말 인상적인 오케스트라였어요. 그리고 엄청나게 많은 꽃들이 계속 들어왔어요.

마침내 행복한 꽃들은 서로서로 잘 자라고 인사를 나누었어요. 어린 이다도 살그머니 침대로 돌아갔어요. 그리고 방금 본 장면을 꿈에서 모두 다시 보았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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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대한 실험 러시아 미술' 표지화는 

Portrait of a Boy in an Embroidered Shirt, 1909 - Ilya Mashkov - WikiArt.org


펭귄클래식 '무도회가 끝난 뒤'(톨스토이) 표지화와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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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톨스토이 중단편선Ⅳ'(강명수 역) 첫 작품이 '무도회가 끝난 후'로서 미리보기로 다 읽을 수 있다.

Still Life of Fruit, 1913 - Ilya Mashkov - WikiArt.org



* 박건형 배우가 낭독한 오디오북을 들었다.





「무도회가 끝난 후」(1903)는 톨스토이의 인간과 사물에 대한 주도면밀한 관찰력이 큰 역할을 한 작품으로, 문학적 평가에 있어서 그의 다른 탁월한 작품들과 어깨를 나란히 한다. 「하지 무라트」와 「무엇 때문에?」와 마찬가지로 이 작품에서 톨스토이는 권력의 전횡과 압제에 대한 깊은 증오를 표출함과 동시에 어떤 식으로든 그것에 저항할 것을 넌지시 주문한다. 우리는 이 단편을 통해 러시아 혁명의 양상과 20세기의 러시아인이 살아갈 삶의 모습까지도 예측할 수 있다. 나아가서 우리는 이 작품을 통해 ‘러시아에서 아흐마토바의 예술과 스탈린의 숙청이 어떻게 동시에 일어날 수 있는가?’에 대한 물음의 실마리를 찾아낼 수도 있다. - 작품 해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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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대한 개츠비'(백지민 역)로부터 옮긴다.


전에 디카프리오 주연작 '위대한 개츠비'를 본 후 로버트 레드포드가 개츠비 역을 한 1970년대 영화를 봤다. 상대적으로 레드포드의 분위기가 지극히 클래식하게 다가왔다. 어쩌면 당연한 일이다. 나중엔 디카프리오의 개츠비도 그리 보이겠지. 시간은 흐르고 사람은 떠난다. RIP.






나는 뒷문으로 나와서 걸었다. 개츠비가 30분 전에 초조해서 집 주변을 한 바퀴 돌았을 때처럼 말이다. 나는 울창한 잎이 지붕 역할을 하며 비를 막아주는 옹이가 있는 검은 나무를 향해 뛰어갔다. 또다시 비가 쏟아지기 시작했다. 개츠비의 정원사가 잘 깎아놓았지만 여전히 엉성한 우리 집 잔디밭에는 조그만 진흙 웅덩이와 선사시대의 습지 같은 것이 여기저기 생겨났다. 나무 아래에서 보이는 것이라고는 개츠비의 거대한 저택밖에 없었다. 나는 칸트가 교회 첨탑을 바라보듯 그 집을 30분 동안 쳐다보았다.

30분쯤 지나자 다시 햇빛이 비쳤다.

"비가 그쳤어."

"그런가?" 개츠비는 내 말을 듣고서야 햇살이 방 안을 비추고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그는 다시 나타난 햇살을 열광적으로 반기는 기상 캐스터처럼 그 소식을 데이지에게 전했다.

"어떻게 생각해요? 비가 그쳤다는데요."

"잘됐네요, 제이." 데이지는 가슴이 아플 정도로 슬픔에 젖은 아름다운 목소리로 예기치 않은 기쁨을 나타낼 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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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문집 '돌봄과 작업 : 나를 잃지 않고 엄마가 되려는 여자들' 중 영화 시나리오와 드라마 대본을 쓰는 정서경 작가의 글로부터 옮긴다.

The Lovers' Heaven, 1964 - Marc Chagall - WikiArt.org






내게 아직 아이가 없었을 때 아이를 가질 수도 있다고 생각한 이유는 설마 그 아이를 내가 키우게 될 줄 몰랐기 때문이다. 설사 내가 키우게 되더라도 이렇게 힘들 줄은 몰랐기 때문이다. 내가 이상한가? 그러면 아이를 키우는 게 얼마나 힘든지 알면서 다들 아이를 낳으려 든단 말인가? 아니다. 나 같은 여자들은 꽤 있다. 친한 친구나 친척들 가운데 아직 아기를 낳은 사람이 없거나, 있다 해도 관심이 없어서 실상을 모르는 사람들, 지인 중에 누군가 아기를 낳았다는 소식을 들으면 당분간 연락을 끊는 사람들, 아이를 갖는 것을 운전면허를 따는 것과 비슷하게 생각하는 사람들, 그리고 막상 아기를 낳으면 깜짝 놀라 울부짖는 사람들.

늘 성숙하고 지적인 남성에게 끌린다고 생각했는데 내가 막상 결혼한 남자는 햇볕에 그을린 천진한 운동선수 내지 농부 타입이었다. 그의 이름은 ‘순철’이다. 살면서 결혼을 하리라고 생각해보지 않았으니 이상형이네, 아니네 불평하고 싶진 않지만 어쨌든 처음부터 순철에게 그런

힘이 있다는 걸 알아봤어야 했다. 내가 전혀 원하지 않던 일을 하게 하는 힘.

그런 순철이 어느 날 ‘우리 아이는 언제 가질까?’라는 식으로 이야기를 꺼냈을 때 나는 좀 더 긴장했어야 옳았다.

나       (곰곰 생각해보고) 내가 낳을 테니까, 니가 키워.

여기까지 말했을 때, 신혼이었던 나는 결혼한 남자에 대한 환상을 아직 가지고 있었다. 결혼을 했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생기는 공공영역의 책임을 반씩 나누어 질 거라는 환상.

내 예상과 달리 순철은 끝내 내 말을 긍정해주지 않았다. 말로만이라도 그러마고 하지 않았다. 그냥 내 기분을 좋게 해주려고 늘 헛된 약속을 남발하는 캐릭터였는데도!

순철   내가 키울 수야 없지 않을까?

나       그럼 내가 키울까? 낳기까지 했는데 키우는 것도 내가 해야 되냐고? - 정서경 | 진짜가 아닌 이야기는 쓰고 싶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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