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대한 개츠비'(백지민 역)로부터 옮긴다.


전에 디카프리오 주연작 '위대한 개츠비'를 본 후 로버트 레드포드가 개츠비 역을 한 1970년대 영화를 봤다. 상대적으로 레드포드의 분위기가 지극히 클래식하게 다가왔다. 어쩌면 당연한 일이다. 나중엔 디카프리오의 개츠비도 그리 보이겠지. 시간은 흐르고 사람은 떠난다. RIP.






나는 뒷문으로 나와서 걸었다. 개츠비가 30분 전에 초조해서 집 주변을 한 바퀴 돌았을 때처럼 말이다. 나는 울창한 잎이 지붕 역할을 하며 비를 막아주는 옹이가 있는 검은 나무를 향해 뛰어갔다. 또다시 비가 쏟아지기 시작했다. 개츠비의 정원사가 잘 깎아놓았지만 여전히 엉성한 우리 집 잔디밭에는 조그만 진흙 웅덩이와 선사시대의 습지 같은 것이 여기저기 생겨났다. 나무 아래에서 보이는 것이라고는 개츠비의 거대한 저택밖에 없었다. 나는 칸트가 교회 첨탑을 바라보듯 그 집을 30분 동안 쳐다보았다.

30분쯤 지나자 다시 햇빛이 비쳤다.

"비가 그쳤어."

"그런가?" 개츠비는 내 말을 듣고서야 햇살이 방 안을 비추고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그는 다시 나타난 햇살을 열광적으로 반기는 기상 캐스터처럼 그 소식을 데이지에게 전했다.

"어떻게 생각해요? 비가 그쳤다는데요."

"잘됐네요, 제이." 데이지는 가슴이 아플 정도로 슬픔에 젖은 아름다운 목소리로 예기치 않은 기쁨을 나타낼 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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