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오월에 영화 '패스트 라이브즈'(셀린 송)를 보았다. 이민을 왜 가고 싶냐는 친구의 질문에 노벨상 타러 간다고 대답하는 어린 나영의 패기가 돋보인다. 나영은 이민 이후 이름을 노라로 바꾸고 퓰리처 상으로 목표도 바꾼다. 그런데 "한국 사람들은 노벨 문학상을 못 타"란 대사는 이제 과거에 속하는 것이 되었다.

Han Kang, The Korean Cultural Centre UK, London (2025년 2월) By Fry72 - Own work, CC BY-SA 4.0


올해 3월에 출간된 영문판 '흰'(한강 / 데버러 스미스)을 발견했다.





친구 #1 [왜 가는 거야?]
 
나영 [가고 싶어서.]
 
친구 #3 [왜 가고 싶은데?]

나영 [한국 사람들은 노벨 문학상을 못 타.]
 
벙찐 표정의 친구들.


노트북 앞에서 해성과 통화 중인 노라.
 
해성 [넌 노벨상 타야 돼서 간다고 그랬잖아. 아직도 타고 싶어?]

노라 [요즘은 퓰리처에 꽂혀 있어.]
 
웃음을 터뜨리는 해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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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뒤라스의 글쓰기'가 아래 글의 출처이다.

F. Mitterrand's burial place: plaque, flowers and symbolic artificial rose, Jarnac, Charente, France. By Photo: JLPC / Wikimedia Commons, CC BY-SA 3.0






나는 이 책을 1997년 프랑스에서 막 돌아온 선배가 건네준 귀국 선물로 받았다(그 선배는 지금 그 사실을 기억조차 못 한다). 이 책의 첫 문단을 읽는 순간 푹 빠져들었다. 마치 저자가 뒤라스를 만나면서 뒤라스라는 작품 속으로 들어간 것처럼. 틈틈이 번역하던 중 저자에게 뒤라스에 대한 강의를 듣고 싶다며 편지를 썼다. 마침 한국연구재단의 박사후 연구 지원을 받은 터라 바로 파리로 떠났다. 저자는 당시 파리가톨릭대학ICP에서 뒤라스의 ‘『고통』에 나타난 시적 앙가주망’에 대한 강의를 하고 있었다. 나 역시 뒤라스의 자전적 글쓰기로 박사학위를 받은 후 『고통』의 앙가주망 문학의 특성을 계속 연구하려던 참이었기에 주저하지 않았다.

또 저자의 소개로 만난 낭시대학의 도미니크 드네스 교수는 뒤라스와 함께 레지스탕스로 활동했던 미테랑 대통령과의 친분에 대해서도 상세히 알려주었다. 뒤라스는 미테랑 대통령을 만나러 갈 때 옷차림에 전혀 신경 쓰지 않았으며, 그녀 주변에는 늘 젊은 군단들이 따라다녔다는 이야기를 흥미롭게 들었다. - 옮긴이의 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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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 오늘 고칼로리 저녁식사를 했다. 끙. 내일부터는 심기일전하려는 마음으로 '미식견문록'(요네하라 마리)로부터 옮긴다.

Dinner, 1913 - Franz Stuck - WikiArt.org





알면서도 현대사회에서 살려면, 아침은 거르거나 황급히 입에 쑤셔 넣고, 점심은 되도록 시간을 아껴 대충 때우는 대신 그 시간적, 양적 보상을 저녁으로 몰게 된다. 이는 세계적인 경향으로, 『보바리 부인』을 쓴 19세기 프랑스의 작가 플로베르도 『통상 관념 사전』(국내 번역본: 진인혜 옮김, 책세상, 2003년 출간)에서 이렇게 쓰고 있다.

[저녁(dîner) 옛날에는 정오에 디너(옛날에는 점심을 의미했다)를 먹었으나, 지금은 ‘대단히 늦은’ 시각에 디너(저녁을 의미하게 된 것은 19세기 전기)를 취한다.]

- 하루에 여섯 끼(제1악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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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어린이날이다. 짜장면이 먹고 싶어진다.

짜장면 By 국립국어원, CC BY-SA 2.0 kr






엄마는 아빠를 또 만날 생각이 없었다. 딸을 맡기고 돌아오는 길이었으니까. 악착같이 돈을 벌기로 결심한 날이었으니까. 그래서 엄마의 것까지 계산하겠다는 아빠의 제안을 거절했다. 엄마는 자신의 칼국수값을 내면서 저는 딸이 있어요, 애엄마라고요, 라고 말했다. (사실 아빠도 엄마를 또 만날 생각은 없었다. 그런데 하필이면 가게 주인이 찜통에서 막 만두를 꺼내고 있었다. 김이 모락모락. 그 안에 하얀색 만두가 가지런히 있는 것을 보면 누구든지 사주고 싶은 생각이 드는 법이라고 아빠는 말했다.) 아빠는 만두 2인분을 사서 엄마에게 주었다. "아이에게 갖다주세요." 그 말을 듣자마자 엄마가 눈물을 흘렸다. 엄마가 눈물을 흘리는 모습을 보는 순간 아빠는 엄마가 혼자라는 것을 알아차렸다고 했다. 그리고 자신도 모르게 이렇게 말을 하고 말았다. "어린이날 제가 짜장면 사줄게요."

엄마는 한 달에 한 번씩 민주 누나를 만나러 서울에 갔다. 그날 이외에는 단 하루도 쉬지 않았다. 아빠도 한 달에 한 번씩 엄마를 따라 기차를 탔다. 서울역에 도착하면 둘은 헤어졌다. 엄마는 큰삼촌 집으로 가고 아빠는 남산으로 걸어갔다. 그리고 다시 서울역에서 만나 돌아왔다. 민주 누나에게 짜장면을 사주겠다는 약속은 그해 어린이날이 아니라 다음해 어린이날이 되어서야 지킬 수 있었다. - 눈꺼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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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희경은 브레히트의 연극을 보고 와서 브레히트의 시 '의심을 찬양함'을 찾아보는 것으로 2020년 김승옥문학상작품집 작가노트를 시작한다.

By Adam Jones from Kelowna, BC, Canada - Bust of Bertolt Brecht by Fritz Cremer (1956) - Bert-Brecht-Haus - Augsburg - Germany, CC BY-SA 2.0






작년에 명동예술극장에서 연극 〈갈릴레이의 생애〉를 봤다. 공연 내내 ‘의심을 품는 것은 찬양할 만한 일이다!’라는 브레히트의 시구가 떠올라 집에 돌아오자마자 시집을 찾아보았다. 참으로 오랜만에 펼쳐본 1992년판 『살아남은 자의 슬픔』(한마당). 그런데 전에는 그리 의식하지 않았던 구절이 눈에 들어왔다. "절대로 의심할 줄 모르는 생각 없는 사람들을/ 절대로 행동할 줄 모르는 생각 깊은 사람들이 만난다,/ 이 생각 깊은 사람들은 결단을 내리기 위해서가 아니라 결단을 피하기 위해서 의심한다." - 작가노트 | 의심을 찬양하는 의심(은희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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