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황매산 철쭉 (2017년 6월) Pixabay로부터 입수된 sunyoung36님의 이미지
산청 황매산 철쭉 ‘활짝’ (2025년 5월 21일) http://www.gndomin.com/news/articleView.html?idxno=434965



지금으로부터 10여 년 전의 어느 가을날 나는 카트만두 북쪽을 흐르는 어느 급류를 따라 계곡을 누비던 중 산속 깊은 곳에서 생전 처음으로 철쭉꽃을 보았습니다. 비가 내리고 있었고, 산골길은 길이라기보다는 늪에 가까웠습니다. 계곡은 갈수록 협소해졌고, 시커먼 바위는 점점 더 길을 좁혀 들어와 나중에는 길과 급류가 하나가 될 지경이었습니다. 비로 침침해진 눈으로 나는 어스름 속에서 하늘을 올려보다가 내 머리 위 4∼50미터 위쪽에서 놀라운 자태를 흐릿하게 뽐내면서 바위 한 귀퉁이에 매달려 있는 무성한 철쭉을 보았습니다. 연극 무대 위에 서 있는 아름다운 여인의 옷자락처럼 철쭉의 발밑으로는 헤아릴 수 없이 많은 야생 포도의 덩굴이 살랑대는 비바람에 가을빛으로 오색찬란하게 반짝이며 계곡의 밑바닥까지 치렁치렁 늘어져 있었습니다. 비에 젖어 번들대다가 결국엔 철쭉의 흐릿한 실루엣 속으로 녹아들어간 시커먼 암석을 배경으로 - 잊혀지지 않는 모습으로 말입니다! (마리안네 보이헤르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