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어린이날이다. 짜장면이 먹고 싶어진다.

짜장면 By 국립국어원, CC BY-SA 2.0 kr


엄마는 아빠를 또 만날 생각이 없었다. 딸을 맡기고 돌아오는 길이었으니까. 악착같이 돈을 벌기로 결심한 날이었으니까. 그래서 엄마의 것까지 계산하겠다는 아빠의 제안을 거절했다. 엄마는 자신의 칼국수값을 내면서 저는 딸이 있어요, 애엄마라고요, 라고 말했다. (사실 아빠도 엄마를 또 만날 생각은 없었다. 그런데 하필이면 가게 주인이 찜통에서 막 만두를 꺼내고 있었다. 김이 모락모락. 그 안에 하얀색 만두가 가지런히 있는 것을 보면 누구든지 사주고 싶은 생각이 드는 법이라고 아빠는 말했다.) 아빠는 만두 2인분을 사서 엄마에게 주었다. "아이에게 갖다주세요." 그 말을 듣자마자 엄마가 눈물을 흘렸다. 엄마가 눈물을 흘리는 모습을 보는 순간 아빠는 엄마가 혼자라는 것을 알아차렸다고 했다. 그리고 자신도 모르게 이렇게 말을 하고 말았다. "어린이날 제가 짜장면 사줄게요."
엄마는 한 달에 한 번씩 민주 누나를 만나러 서울에 갔다. 그날 이외에는 단 하루도 쉬지 않았다. 아빠도 한 달에 한 번씩 엄마를 따라 기차를 탔다. 서울역에 도착하면 둘은 헤어졌다. 엄마는 큰삼촌 집으로 가고 아빠는 남산으로 걸어갔다. 그리고 다시 서울역에서 만나 돌아왔다. 민주 누나에게 짜장면을 사주겠다는 약속은 그해 어린이날이 아니라 다음해 어린이날이 되어서야 지킬 수 있었다. - 눈꺼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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