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래 옮긴 글은 '계절과 음표들'(최대환)이 출처. 이 책에는 글렌 굴드가 나오지만 우리 나라 출신으로 독일에서 활동하는 여성 피아니스트 Jimin Oh-Havenith (한국 이름 오지민)의 연주로 골트베르크 변주곡을 듣는다. 그리고 나쓰메 소세키의 '풀베개'가 언급되어서 - 굴드가 '풀베개'를 좋아했다고 - 올해 새로 나온 역본 포함 '풀베개'들도 찾아둔다.
https://jiminohhavenith.com/?lang=en
굴드는 유명세를 즐기는 유형의 사람은 아니었지만, 음악적 성과와 삶의 방식에 대해 가까운 이들의 조건 없는 인정과 지지를 필요로 했던 사람이었습니다. 그러기에 종종 자기 자신이 초래한 고독과 관계의 단절을 깨려 노력하기도 했지만 매우 서툴렀기에 힘겨워하는 순간들이 많았습니다. 그럼에도 그는 자신의 예술이 고독 없이 열매를 맺을 수는 없다는 확신을 뼛속까지 가지고 있었습니다. 바자나가 전해주는 굴드의 다음과 같은 말은 고독이 굴드에게 무엇을 의미했는지를 한마디로 요약합니다.
고독은 창의성을 길러준다. 사람들과 함께 있으면 그것이 흩어져버린다._『뜨거운 얼음 : 글렌 굴드의 삶과 예술』 463쪽
바자나는 굴드가 언젠가 기차에서 만난 자신의 팬 한 명으로부터 나쓰메 소세키의 매우 담백하며 독특한 소설인 『풀베개』(송태욱 옮김, 현암사, 2013)를 알게 되고 평생 이 책을 좋아했다는 재미있는 일화를 전해줍니다. 굴드는 예술을 위한 예술이 아니라 도덕적, 윤리적이며 영적인 차원으로 향하는 예술을 지향했다고 하는데, 그런 그는 이 소설에서 일체의 과장과 허영과 화려함이 없는 이상적인 예술가이자 지성인의 모범을 보았는지도 모릅니다.
‘행복한’ 고독은 쉽지 않은 과제이지만, 그만큼 보람 있는 삶의 길이라고 생각합니다. 굴드가 연주하는 바흐의 <골드베르크 변주곡>을 들으며, 조금씩 내 안에 ‘고독의 기예’가 자라나길 희망해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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