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 '결혼의 연대기'(기에르 굴릭센 지음, 정윤희 옮김)로부터

By Dinkum


떠날지라도 떠나지 못할지라도 https://v.daum.net/v/20170727210607519 2017년 여름의 이 기사에서 소설가 장강명이 보부아르의 '미국여행기'(백선희 역)를 추천했다.


올그런 - Daum 백과 https://100.daum.net/encyclopedia/view/b16a1844a





"시몬 드 보부아르의 책을 읽고 있었어. 왜 진작 그 책을 읽지 않았는지 모르겠어."

"예전에 읽은 거 아니었어?"

"대충 훑어보고 구석에 처박아 뒀었지, 꼭 읽어야 한다고 생각하지 않았으니까. 시몬 드 보부아르는 생명력이 넘치고 자유로움이 가득 찬 글을 썼어. 사랑과 헌신에 대해서 얼마나 솔직담백하게 풀어내는지 몰라. 물론 독자가 아니라 장 폴 사르트르에게 쓰는 글이기는 하지만. 글 전체의 초점이 그에게 맞춰져 있고, 두 사람의 관계에 대한 글들이 대부분이야. 미국에서 쓴 글이 있는데, 그건 넬슨 알그렌을 만났을 때 적은 건가 봐. 당신이 알고 있을지 모르지만, 두 사람이 모종의 관계였었거든."

"넬슨 알그렌이 누군지 기억이 안 나."

"그 사람도 작가야. 두 사람 사이의 문제들이 갑자기 사라지기는 했지만, 정확히 둘 사이의 문제가 뭐였는지는 나도 잘 모르겠어. 다만 아침 일찍 넬슨 알그렌과 어떻게 관계하게 되었는지를 언급하고 나서부터 상황이 바뀐 것 같아. 아마도 시카

고에 갔다가 오두막 같은 데서 잠자리를 한 모양이야. 그런 상황이 상상이 가? 자신과 부부처럼 지내던 사르트르에게 다른 남자와 잠자리를 가졌다고 편지를 썼다니까. 절대 가까워지리라고 생각하지 않았던 넬슨 알그렌과 급작스럽게 다정하고 가까운 사이가 되었다는 이야기까지 전부 다 편지에 썼더라고."

"두 사람 관계는 그런 식이었나 봐?"

"응, 하지만 다른 편지를 보면 두 사람이 서로 질투하는 게 눈에 보일 정도야. 서로 질투 같은 건 하지 않기로 약속했지만, 글을 보면 그런 감정이 다 드러나 있어. 상대방이 다른 사람과 사랑에 빠지면, 나머지 한 사람도 사랑할 다른 상대를 찾아 나서게 마련이잖아. 마치 서로를 능가하기 위해서 애쓰는 사람들처럼 말야. 하지만 넬슨 알그렌의 경우에는 그렇지 않았어. 시몬 드 보부아르가 넬슨 알그렌에게 꽤 깊은 감정을 갖게 되고, 그 관계에서 충만함을 느끼면서 사르트르에게 쓴 편지를 보면 정말로 모든 게 손바닥 뒤집히듯 변했다는 걸 느낄 수 있어.

그 관계에서 도저히 벗어날 수 없지만 그런데도 두 사람 사이에 아무 문제가 되지 않는 거야."

"그래서 뭐라고 답장을 보냈어?"

"누가?"

"사르트르라는 사람 말이야."

"나도 모르겠어. 그 당시에 사르트르가 보낸 편지는 책에 없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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