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헨리 제임스의 '진품(the real thing)'에 관한 부분을 '문학의 위안'(정지창)으로부터 찾아 읽었다. 아래 옮긴 글에 '진품'의 내용이 나온다.

Portrait of a Young Couple, 1885 - Armando Montaner Valdueza - WikiArt.org







제임스의 단편소설 「진품(The Real Thing)」은 1892년에 발표된 작품이다. 위대한 초상화가를 꿈꾸는 화가의 런던 화실에 어느 날 멋진 귀족의 외모를 가진 모나크 부부가 찾아온다. 상류사회 귀족들을 그릴 때 모델로 써 달라는 부탁에 따라 화가는 ‘진품’ 귀족인 그들을 모델로 삼아 삽화를 몇 장 그려보지만 만족할 만한 작품은 나오지 않는다. 뭔가 틀에 박힌 귀족의 외모와 자세는 보여주었지만 정물화처럼 박제화되고 정형화된 모습, 즉 틀에 박힌 사진 같은 모습만 그려졌기 때문이다.

이런 식으로 모나크 부부를 모델로 삼아 삽화를 그릴 경우, 후속작업을 따낼 수 없다고 판단한 화가는 고민 끝에 결국 ‘진품’ 귀족인 모나크 부부 대신 하층민 출신의 모델 미스 첨과 떠돌이 출신의 이탈리아인 하인 오론테라는 ‘가짜’ 모델들을 써서 ‘진짜’ 귀족적인 느낌을 주는 삽화를 그려낸다.

이 소설은 현실적인 삶에서의 진실과 삶을 모방한 예술에서의 진실이 어떻게 다른지 곰곰 생각해보도록 만든다. ‘진짜’ 귀족이 예술 속에서는 ‘가짜’ 귀족보다 진짜같이 보이지 않고 대접받지 못한다는 것은 무슨 뜻일까? 진실이란 ‘진품’에게 저절로 주어지는 속성이 아니라 진실처럼 보이게 만드는 어떤 자세나 태도, 표정, 동작 같은 외면적 요소에 의해 만들어지는 부수적인 현상들의 총합이란 말인가? 그렇다면 이런 진실, 즉 우리가 감각적으로 진실이라고 받아들이는 것은 진실이라는 추상적 기준에 가까운 허상이나 관념이 아닌가? 플라톤의 어법을 빌면, 실체적 진실은 항상 우리의 감각으로 느껴지는 외면적 진실과 다른 것이고 우리가 보는 가상의 세계 뒤에 감추어진 참다운 진실, 즉 이데아의 세계가 따로 존재한다는 말인가? - 그림과 영화, 역사에서의 진실과 재현 / 2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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