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보코프 부부 묘소 (스위스) By Gorodilova - Own work, Public Domain, 위키미디어 커먼즈


나보코프 자서전 '말하라, 기억이여' 역자는 이창동 감독과 함께 하루키의 '헛간을 태우다'를 각색하여 영화 '버닝'의 시나리오를 쓴 오정미.

블라디미르 나보코프를 읽지 않고 자전적 글쓰기의 작가가 되기란 불가능할지도 모른다.

나는 나보코프의 회고록 『말하라, 기억이여』를 열 번도 넘게 수업 교재로 썼다. 그런데 아직도 이 작품을 읽을 때마다 알 수 없는 신비감에 휩싸이곤 한다.

자전적 글쓰기에 대해 말하면서 『말하라, 기억이여』를 빼놓을 수는 없는 일이다.

『말하라, 기억이여』의 주인공은 동물원에 놓아도 이상하지 않을 정도로 희귀한 인물이다. 우리보다 똑똑하고, 일부러 그러는 건 아니지만 왠지 모르게 우리보다 훨씬 고상하다. 그의 고상함을 마뜩잖아하는 일은 가젤이 우아하다고 질투하는 것이나 마찬가지다.

이 책은 나보코프가 타고난 재능을 발휘해 이룬 기적이다. 그는 자신만의 세계관을 강조하는 방향으로 책을 썼다. 그 세계관은 읽는 이를 아예 삼켜버린다.

훌륭한 자전적 글쓰기에서 작가가 자아를 찾는 과정의 일부 측면은 책을 구성하는 원리로 작용한다. 온전한 자아로 거듭나려는 화자의 노력은 책 전체에 뚜렷이 새겨진다. 나보코프는 아름다움과 철학을 광적으로 숭배함으로써 실제에서는 ‘부활’시킬 수 없는 부모를 책에서는 ‘되살릴’ 수 있었다. 이 작품에서 작가가 미적 감수성을 계발하는 것은 단지 허영이 아니라 삶과 죽음의 문제이다. - 5. 아름다움은 세계관 위에 존재한다 / 1부. 인생은 어떤 가치를 품고 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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