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 미덕들'(나탈리아 긴츠부르그 지음 / 이현경 옮김)에 실린 '친구의 초상'은 솔직하고 다정하게 잘 쓰인 진실된 추모의 글로 다가왔다.

Torino - Biblioteca Cesare Pavese - 2023-09-21 By Genesio Mattia - Own work, CC BY-SA 4.0, 위키미디어커먼즈


[네이버 지식백과] 달과 화톳불 (죽기 전에 꼭 읽어야 할 책 1001권, 2007. 1. 15., 피터 박스올)https://terms.naver.com/entry.naver?docId=876736&cid=60621&categoryId=60621


우리 도시는 본질적으로 우울하다. 겨울 아침이면 역 특유의 냄새가 나고 매연 냄새가 도시의 거리마다, 넓은 가로수 길마다 퍼져 있다.

이따금 희미한 햇살 한 줄기가 안개 사이로 스며들어 쌓인 눈과 앙상한 가지들을 분홍색과 연보라색으로 물들인다. 거리와 가로수 길의 눈은 삽으로 치워져 무더기를 이뤘지만, 공원은 여전히 아무도 손대지 않은 부드러운 이불 같은 눈에 덮여 있다.

강 건너편에 언덕이 자리 잡고 있는데 그곳 역시 아직도 하얀 눈에 덮여 있지만 여기저기서 불그스름한 관목들의 흔적이 보인다.

이제야 알아차렸는데 우리 도시는 우리가 잃어버린 친구, 도시를 사랑했던 그 친구와 많이 닮았다. 도시는 그가 그랬듯이 부지런하며, 고집스럽고 열정적으로 활동한다. 무기력한 동시에 한가하게 시간을 보내며 꿈꾸길 원한다. 그를 닮은 도시에서 우리는 어디를 가나 그 친구가 되살아나는 기분을 느낀다. - 친구의 초상

〈친구의 초상〉은 소설가이자 시인인 체사레 파베세를 추억하는 글이다. 파베세는 친구들이 모두 도시를 비운 뜨거운 여름날, 역 앞의 호텔 방에서 자살로 생을 마감한다. 긴츠부르그는 파베세가 사랑했으며 그와 많이 닮은 도시, 그러니까 우울하면서도 부지런하고 열정적으로 움직이는 토리노를 배경으로 절친한 친구의 초상화를 애정을 담아 그려낸다. 《작은 미덕들》의 편집에 관여했던 칼비노는 〈친구의 초상〉이 파베세에 관한 글 중 가장 아름다운 글이라고 극찬한다. - 해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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