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리스 크라우스의 '아이 러브 딕'은 저자와 이름이 같은 화자가 나와서 실상을 그대로 까발리는 (듯한) 실명소설. 아래 발췌글의 크리스와 실베르는 부부이고 딕('아이 러브 딕'의 목적어)은 제3자. 내가 느낀 요점이자 결론은: 크리스는 존재감을 가지려고 또는 회복하려고 발버둥치는 중이다.


Wilder Shores of Love, 1984 - 1985 - Cy Twombly - WikiArt.org  


[네이버 지식백과] 사이 톰블리 [Cy Twombly] (두산백과 두피디아, 두산백과)https://terms.naver.com/entry.naver?docId=1265242&cid=40942&categoryId=40527


악스트 2019 9/10월호에서 정지돈 소설가가 리뷰한 크리스 크라우스의 '아이 러브 딕'은 올리비아 랭의 '이상한 날씨'에도 언급된다. 

문득 내가 모순이 주는 현기증에 시달리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자기가 세상 사람들보다 똑똑하다고 결론 내렸을 때 유일하게 남는 즐거움이죠.

모순을 받아들인다는 건 ‘진정한 느낌’의 중요성을 더는 믿지 않는다는 뜻이에요. 이것도 진짜이고 저것도 진짜일 수 있죠.

그녀는 실베르에게 커피 심부름을 시킨 뒤 이렇게 썼다. "딕, 부동산 굴리는 일에 푹 빠져서 지겹고 굴욕적인 영화 일을 다시 할 수 있을지 모르겠네요. 아마도 하게 되겠죠. 당신에게 편지를 쓰는 것만으로도 충분하지 않을까요? 그럴 거예요. 잘 모르겠네요. 그럴 수도 있겠죠."

그들은 나로선 글로만 접한 세계, 저녁 식사 자체가 일종의 예술인 그런 세계에서 사는 완벽한 사람들이었거든요. 아주 교양 있고 지적인 사람들, 영악하지 않으면서도 도발적인, 상대로 하여금 말을 하게 해서 커피를 마실 무렵이면 무언가가 일어났다는 느낌이 들게 하는, 그런 사람들이에요.

"실베르와 크리스를 만났다면서? 어땠어?" 마빈이 기억하는 딕의 대답은 이러했다. "글세, 좀 이상했어." ‘좀 이상했다.’ 이 말을 듣고 크리스는 속이 뒤틀려 구토를 했다.

"아, 서간체 소설은 너무 부르주아적인데." "그래요?" "서간체 장르가 부르주아 소설의 시발점이었다고 하버마스가 말하지 않았던가요?"

문득 크리스는 자신이 이곳의 이방인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이스트 빌리지는 한때 그녀의 본거지였는데 말이다. 어젯밤 조지프의 파티 참석자 명단에 그녀의 이름은 없었고 그녀는 1970년대 뉴욕에서 화려한 생활을 즐겨본 적도 없었다. 하지만 이곳엔 그녀의 친구들이 있었다... 대부분 죽거나 예술가의 길을 포기하고 다른 삶과 직업을 찾아 사라진 친구들. 실베르를 만나기 전까지 그녀는 이상하고 외로운 여자였다. 그러나 이젠 아무도 아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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