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맹 가리 - 지상의 주민들 / 화이트 크리스마스
전쟁 이후의 크리스마스 시즌이 무대인 로맹 가리의 단편 '지상의 주민들'을 마저 읽는다. 소설집 '새들은 페루에 가서 죽다'에 실려 있다. 그들은 눈을 맞으며 함부르크로 가는 중이다. 더 나은 내일을 위해.
[네이버 지식백과] 함부르크 (두산백과 두피디아, 두산백과)

함부르크 2012 By Nicolas Vollmer from Munich [Allemagne] - Marché de Noël du Rathaus, CC BY 2.0

어둠이 점차 그들을 감쌌고, 하늘에는 눈송이 대신 별들이 들어찼다. 남아 있던 까마귀들이 반쯤 잠든 채 소리를 지르며 날아가고 나자, 달이 떠올라 사태를 조금 정돈하며 어둠을 누그러뜨려주었다. 트럭 한 대가 또다시 지나갔다. 헤드라이트가 두 사람을 똑바로 비추었다가는 무심하게 방향을 바꾸었다.
그는 크리스마스에 큰 기대를 걸었고, 크리스마스 상품들과 자신이 입을 의상을 사는 데 상당한 돈을 투자했지만 빨간 모자와 하얀 수염을 달고 몇 시간이고 돌아다녔어도 두 사람의 끼니조차 해결할 수 없었다. 대도시 함부르크에서는 상황이 나아질 터였다. 그랬다, 그들은 함부르크로 가는 길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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