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굽는 오븐-기적의 시작] https://www.khan.co.kr/culture/book/article/201712292107035 단행본 '다정한 매일매일'로 묶인 이 글에서 백수린 작가가 소개한, 크리스마스가 배경인 로맹 가리의 단편소설 '지상의 주민들'('새들은 페루에 가서 죽다' 수록)을 읽는다.
https://100.daum.net/encyclopedia/view/b01g0239a 로맹 가리
Pixabay로부터 입수된 Olle August님의 이미지 - 독일 함부르크
그녀는 모직 타이즈에 남자 구두를 신고, 소매가 지나치게 짧은 작고 초라한 털 재킷에, 구멍난 장갑을 끼고 있었다. 몇 걸음 더 걸어간 두 사람은, 과거에는 요한의 상이 세워져 있었지만 이제는 함부르크 고속도로로 진입하려는 트럭들이 젖은 땅 위에 남겨놓은 바퀴 자국들만이 선명한 텅 빈 광장 한가운데서 걸음을 멈추었다. 눈송이가 그들의 머리와 어깨 위에 천천히 내려앉았다. 자신의 목표를 달성하지 못하고, 세상의 모든 잿빛을 강조할 뿐인, 내려앉을 곳을 잘못 선택한 초라한 눈이었다.
"그래, 바로 그거야. 또, 실크 해트를 쓰고 파이프를 물고 있는 눈사람도 있지. 분명히 아이들이 만들어놓았을 거야. 우리도 크리스마스 땐 언제나 눈사람을 만들곤 했지."
"제가 정말 시력을 되찾아야 한다면, 크리스마스를 보기 위해서였으면 좋겠어요. 크리스마스 때에는 모든 게 너무나도 하얗고 너무나도 깨끗하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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