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술원 보고'가 수록된, 올해 번역출간된 '변신'(프란츠 카프카 지음/ 목승숙 옮김)의 해설로부터 발췌한다. 독문학자 목승숙 교수는 카프카 전집 중 '카프카의 일기' 공역자이다.


[네이버 지식백과] 자기방어 [Selbstwehr] (카프카 전집 사전, 2005. 12. 27., 프란츠 카프카, 이주동, 한석종, 오용록)https://terms.naver.com/entry.naver?docId=1721914&cid=60604&categoryId=60604



[삼일로창고극장 대표작 '빨간 피터' 판소리로 재탄생]https://v.daum.net/v/20190911101642261





「학술원 보고」는 1917년에 집필되어 그해 11월에 마르틴 부버Martin Buber가 창간한 월간지 『유대인Der Jude』에 발표되었고, 1919년에 다른 작품들과 함께 단편집 『시골 의사』에 실려 출간되었다. 막스 브로트는 유대 주간지 『자기방어Selbstwehr』에서 이 작품을 "동화된 유대인에 관한 가장 천재적인 풍자"로 평가했고, 그의 부인 엘자 브로트는 이 작품을 프라하의 ‘유대 여성 및 소녀 클럽’에서 낭독했다.「학술원 보고」는 동물 메타포가 중요한 역할을 하는 작품으로, 국내에는 연극배우 추송웅의 모노드라마 〈빨간 피터의 고백〉의 원작으로도 알려져 있다.

카프카의 일기에 따르면, 1909년 11월경 그는 테아트르 바리에테Théâtre Variété에서 일본인 줄타기 공연을 관람했는데, 같은 장소에서 1908년 9월과 1909년 4월에는 당시 유럽에서 선풍적 인기를 끈 훈련받은 유명한 침팬지 ‘영사 페터Konsul Peter’의 공연이 열렸다. 작품에 등장하는 원숭이의 이름이 ‘페터’라는 점, 버라이어티쇼 분위기를 묘사한 대목은 카프카가 해당 공연을 직간접적으로 알았을 가능성을 시사한다.

세기전환기 유럽에는 신제국주의, 식민주의와 결부된 인종 전시회가 성행했다. 인종 전시회는 동물원이나 서커스 전시장, 박람회장, 극장 등에 이국 풍물을 무대 세트처럼 설치하고 아프리카인을 비롯한 소수인종의 일상과 문화를 정형화된 방식으로 연출해 보여 주는 전시회였다. 당시 인종 전시회를 기획하여 기업화하고 유럽 대중문화로 정착시킨 사람은 「학술원 보고」에도 등장하는 독일 함부르크의 동물 상인이자 동물원 및 서커스 소유주였던 카를 하겐벡Carl Hagenbeck(1844~1913)이다.

인간처럼 말하고 행동하는 빨간 페터의 고향인 황금해안은 오늘날의 가나에 실제로 존재하는 장소다. 그리고 카프카 시절에 오스트리아-헝가리 이중제국에서 유대인은 인종적으로 아프리카인과 같은 등급으로 분류되고 아프리카인과 마찬가지로 ‘원숭이’로 불렸으며, 카프카도 약혼녀 펠리체 바우어에게 보내는 편지에서 자신을 원숭이로 칭하곤 했다.

인간들 사이의 동물, 유럽인들 속의 타자인 인간원숭이 빨간 페터의 중간자적 정체성에 유럽 사회에서 이중의 무소속성을 경험한 동화된 유대인 카프카의 특수한 문화적 위치가 묻어난다고도 볼 수 있다. - 해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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