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데카메론을 펼쳐볼 일이 생겼더랬다. 작년에 데카메론(서해문집)으로부터 발췌해둔 내용을 다시 본다.
A Tale from the Decameron, 1916 - John William Waterhouse - WikiArt.org
[네이버 지식백과] 존 윌리엄 워터하우스 [John William Waterhouse] (두산백과 두피디아, 두산백과) https://terms.naver.com/entry.naver?docId=1203796&cid=40942&categoryId=34394
보카치오는 당시 이탈리아와 13세기 이탈리아 중부 지방에서 떠돌던 이야기에, 자신이 다른 작품에서 선보인 이야기를 덧붙여 <데카메론>의 기본 골격을 완성했다. 즉 <데카메론>의 이야기는 허구라기보다 사실에 더 가까운 것이다.
사랑의 고뇌에서 해방된 지금, 저는 여러분의 은혜에 보답하는 심정으로 저의 기분을 얘기하고 싶습니다. 저를 구해 준 사람이나 사리분별에 능하여 위로 따윈 필요 없는 사람에게가 아니라, 예전의 저처럼 구원이 필요한 사람들에게 말입니다.
마음이 섬세한 여성들이 도움을 얻을 방법은 별로 없지요. 제가 지금 100편의 이야기를 소개하려는 까닭도 여성분들, 특히 사랑을 하는 여성들에게 조금이나마 구원과 위로를 드리기 위함입니다.
우울증에 사로잡힌 여성들이 읽는다면 즐거움과 좋은 충고를 얻으실 것이고, 피할 일과 따라야 할 일이 무엇인지 배우실 수 있을 겁니다. 그렇게 하다 보면 괴로운 마음도 덜어지겠지요.
흑사병은 무서운 기세로 번졌습니다. 환자를 잠시 찾아보기만 해도 마치 바짝 마른 물건에 불을 갖다 대듯, 기름 묻은 것에 불이 옮겨 붙듯, 건강한 사람도 병이 옮았습니다. 이 병은 사람들끼리만 옮는 것이 아니라, 이 병에 걸려 죽은 사람의 옷에만 닿아도, 사람뿐 아니라 동물까지도 즉사하게 만들었지요.
사람들은 환자를 피하고 환자에게서 달아났으며, 그리하면 자기만은 살 수 있다는 잔인한 생각을 하게 됐습니다. 그래서 병에 걸리면 버림받고, 돌보는 사람이 없어지는 형편이었습니다. (중략) 믿기지 않는 이야기지만, 부모가 아이를 피하는 일까지 있었지요.
그해 3월부터 7월 사이에, 피렌체 시내에서는 흑사병의 맹위 혹은 소홀한 간호로 인해 10만 명 이상의 환자가 죽어 갔습니다. 어찌 하늘의 비정함만 탓하겠습니까. 인간에게도 이런 재앙을 불러온 죄의 한 부분은 있었던 셈입니다. 참사가 일어나기 전에 그토록 많은 사람들이 시내에 살았다고 어찌 상상이나 할 수 있겠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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