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92년 모비딕 삽화 By Augustus Burnham Shute - Public Domain, 위키미디어 커먼즈


[네이버 지식백과] 허먼 멜빌(Herman Melville, 1819년~1891년) (미국의 문학, 미국 국무부 | 주한 미국대사관 공보과) https://terms.naver.com/entry.naver?docId=1713608&cid=43938&categoryId=43944


허먼 멜빌의 '모비딕'(김석희 옮김) 아셰트 클래식판이 아래 옮긴 글의 출처이다. 



에이해브의 섬뜩한 풍모와 줄무늬를 이룬 납빛 흉터를 보고 받은 충격이 하도 커서, 나는 이 압도적으로 닥쳐오는 섬뜩한 기분이 그가 몸의 일부를 의지하고 서 있는 거칠고 하얀 다리에 기인하고 있다는 것을 한동안 알아차리지 못했다. 그 상앗빛 한쪽 다리는 항해 중에 향유고래의 턱뼈를 갈아서 만들었다는 것을 나는 이미 알고 있었다. 언젠가 게이헤드 출신의 인디언 노인이 말한 적이 있었다. "에이해브는 일본 앞바다에서 다리를 잃었지. 그런데 돛대가 부러진 그의 배가 그랬던 것처럼, 에이해브도 항구로 돌아오지 않고 배에 준비해둔 다른 다리를 달았던 거야. 그런 다리는 얼마든지 있었으니까."

출항한 뒤 처음으로 갑판에 바람을 쐬러 나왔던 에이해브 선장은 오래지 않아 선실로 물러가버렸다. 하지만 그날 아침 이후 그는 날마다 선원들에게 모습을 보였다. 때로는 회전축 구멍에 다리를 끼운 채 서 있기도 하고, 때로는 애용하는 고래뼈 의자에 앉아 있기도 하고, 때로는 갑판 위를 느릿느릿 걸어 다니기도 했다. 음침하던 하늘이 점차 밝아지고 상쾌해짐에 따라 그가 선실에 틀어박히는 일도 점점 줄어들었는데, 그렇다면 배가 항구를 떠난 뒤 그가 선실에 틀어박혀 있었던 것은 음산한 겨울의 황량한 바다 때문이 아니었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그렇게 하여 그가 선실 밖에 나와 있는 시간이 조금씩 길어지더니, 마침내는 거의 온종일 밖에 나와 있게 되었다. 하지만 그가 햇볕이 내리쬐는 갑판 위에서 무슨 말을 하건 또 어떤 행위를 하건, 아직은 그가 예비용 돛대처럼 불필요한 존재로밖에 보이지 않았다. - 제28장 에이해브 선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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