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획에 없었는데 이 달 들어 뜬금 없이 읽고 있는 박솔뫼의 장편소설 '을'(2010) - 신인상으로 뽑힌 데뷔작이다. 프래니와 주이란 인물들이 나온다. 샐린저의 소설로부터 딴 이름이다. 아래 옮긴 부분에 나오듯이 '호밀밭의 파수꾼' 의 동생 피비가 언급된다. 귀여운 피비. 피비 때문에 파수꾼을 좋아한다. * 올해 새로운 번역으로 '호밀밭의 파수꾼'(정영목 옮김)이 나왔다.




프래니와 주이는 늘 자신들을 프래니와 주이라고 소개했고 호텔의 다른 사람들은 그것이 본명인 줄로만 알고 있거나 좀 이상하다고 생각해도 특별히 캐묻지 않았다. 씨안은 그들과 한방을 쓰고 꽤 오랫동안 같이 시간을 보냈기에 프래니와 주이가 책에서 이름을 딴 것이라는 것을 알고 있었다. 프래니와 주이는 어릴 때부터 친구 처럼 함께 지냈고 인형, 책, 영화, 음악 같은 것을 서로 나누며 자랐다. 그들은 샐린저의 《프래니와 주이》를 함께 읽었고 그 책을 미친 듯이 좋아하게 되었으며 그 이후로 프래니와 주이라는 이름을 나눠 가졌다고 했다. 씨안은 그 책을 안 읽어보았지만 샐린저의 《호밀밭의 파수꾼》이 좋았으니 그 소설도 좋겠지 하고 생각했다. 게다가 《호밀밭의 파수꾼》에는 피비라는 예쁜 이름도 나온다.

그렇게 생각하고 듣다 보면 프래니와 주이라는 이름은 귀엽게 들렸다. 씨안은 그들의 이름을 부를 때마다 왠지 책 속의 프래니는 프래니와 닮았을 것 같고 책 속의 주이는 주이의 모습일 것 같았다. 책 속에서 프래니와 주이는 남매라고 했다. 프래니는 여동생이고 주이는 오빠라고 했다. 프래니는 그냥 자신이 더 어리니 프래니를 하겠다고 했다. 주이는 이름이 동물원 같은 게 좋아서 자기가 주이를 하겠다고 했다. 그래서 그들은 프래니와 주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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