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완서의 장편소설 '그 남자네 집'을 읽다가, 전에 읽은, 강연을 활자화한 책 '박완서 - 문학의 뿌리를 말하다'를 펼쳤다. 이 책으로부터 박완서의 어머니(홍기숙)에 관한 대목을 일부 옮긴다. 


박완서와 어머니(성북마을아카이브) https://archive.sb.go.kr/isbcc/home/u/item/view/4305.do 


https://youtu.be/r4IgN_hTKBg 박완서 사후 딸 호원숙이 어머니를 추억하는 내용의 짧은 영상.


호원숙의 책 '아치울의 리듬'이 올해 5월에 나왔다. 아치울은 고 박완서가 살았던 '노란 집'이 있는 마을.





외할머니는 엄마를 시집보내기 전에 한두 달을 말미를 줘서 서울 외갓집에 가보게 했다고 해요. 그곳에서 엄마는 신식 교육을 받은 자기 사촌들에 대해서 굉장한 동경심을 갖게 됐던 것 같아요. "아 나도 저렇게 신식 교육을 받을 수도 있었는데 촌구석으로 시집이나 가는구나."하는 생각이 엄마의 머릿속에 박혀 한이 되었을 겁니다.

엄마가 딸한테도 시집가서 잘 사는 것 말고 따로 꿈을 가졌었다는 게 나중에도 생각할수록 신기한데, 그건 아마도 엄마가 옛날이지만 책을 참 많이 읽으신 분이셨기 때문이라고 생각해요. 엄마는 시집올 때 필사한 책을 한 궤짝을 가져왔대요.

할아버지는 그것이 혼수는 아니었지만 아주 대견해하셨다고 해요. (중략) 우리 할아버지는 며느리가 다른 혼수는 어떻게 해 왔는지 상관 안 했지만, 그 책들은 자랑스러워하셨다고 해요. 동네 사람들이나 친구분들한테 "새애기는 자기가 베낀 책을 한 궤짝을 가져왔는데 그 필체가 구슬 같더라."고 자랑하셨다나 봐요. 엄마가 글씨를 유려하게 썼나 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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