헬리오트로프(서양 해꽃) - 사진: Unsplash의Sandra Grünewald
자세히 눈을 뜨고 보니 장미가 어찌나 생생한지, 세탁소에서 새로 찾아와 버드나무 상자에 갓 담아놓은 레이스 달린 새하얀 리넨 같다고 클러리서는 생각했다. 거무스름해 보이는 새빨간 카네이션은 얌전히 고개를 쳐들고 있었다. 여러 항아리에 늘어놓은 스위트피는 보랏빛, 눈결 같은 흰색, 하늘빛, 색색으로 퍼져 있다―마치 눈부신 여름 해가 다한 황혼에 모슬린 옷을 입은 처녀들이 검푸른 하늘을 등지고, 스위트피며 장미를 송이송이 따러 나온 모습과도 같다고 그는 생각했다.
‘비연초, 카네이션, 칼라들이 만발하고, 이 모든 꽃들―장미, 카네이션, 아이리스, 라일락이 피어나는 건 여섯 시에서 일곱 시 사이니까. 그럴 때면 하얀빛, 보랏빛, 빨강빛, 짙은 오렌지빛, 가지가지의 꽃들은 안개 자욱한 화단에서 곱게 청아하게 저절로 타오르는 듯이 보이지. 헬리오트로프 위를, 또는 달맞이꽃 위를, 뱅뱅 도는 은빛 나방이 난 또 왜 그렇게 좋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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