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채원 작가의 '가을의 환'을 다 읽었다. 사계절 환 연작의 마지막 편. 작품해설(김수이)로부터 옮겨둔다. [10년 만에 ‘허상’의 가면 벗고… 2003.06.20 17:59 -김채원씨 ‘환’ 완결편 ‘가을의…’선보여]https://m.khan.co.kr/article/200306201759011
환에 관한 네 편의 연작은 10년이 넘는 시간을 통해 완성된다. 이번 소설집에서 표제작인 〈가을의 幻〉를 제외한 세 편의 소설은 이미 출간된 이력이 있는 작품들이다. 1989년 작인 중편 〈겨울의 幻-밥상을 차리는 女子〉는 이상문학상을 받으며 수상작품집에 수록되었고, 단편 〈봄의 幻〉은 1990년에 출간된 같은 이름의 소설집에 실렸으며, 중편 〈미친 사랑의 노래-여름의 幻〉은 1991년에 발표된 후 개작을 거쳐 1998년에 단행본으로 출간된 바 있다. 재출간과 오랜 창작의 기간은 ‘환(幻)’ 연작에 대한 김채원의 애정이 각별함을 시사한다.
창작의 순서상 ‘환’ 연작은 겨울에서 시작해 가을로 끝난다. 각 계절의 향취를 담은 제목들은 낭만적이고 미학적인 소설을 기대하게 만든다. 그러나 정작 소설을 가로지르는 것은 상처와 혼돈, 훼손과 절망 등의 삶의 불모성과 불가능성이다. 네 편의 소설은 모두 상처를 안고 실패감에 젖어 살아가는 인물을 주인공으로 삼는다.
이들의 차이는 자의식의 강도나 절망의 크기에 있을 뿐이다.
구체적으로 그것은 나이 들어가는 여자의 떨림과 백 퍼센트 삶에 대한 오랜 갈증(〈겨울의 幻〉), 실체 없는 기억과 닿을 수 없는 존재의 순수성(〈봄의 幻〉), 삶의 추상성과 확인될 수 없는 진실(〈미친 사랑의 노래-여름의 幻〉), 존재의 가면과 관계의 실제성(〈가을의 幻〉) 등으로 변주된다. 이 점에서 김채원의 〈환〉 연작은 환의 다채로운 풍경을 통해 삶의 이면을 포착한 일종의 사진첩이다. 사진첩의 내부에는 보이지 않는 것, 풍경으로 인화될 수 없는 것들의 영상이 부유한다. - 해설(김수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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