톨스토이는 '안나 카레니나'에서 심령술에 관해 썼다. 1권 14장에 나온다. 아래 옮긴 글의 출처는 펭귄클래식판(윤새라 역)이다.
심령주의 spiritualism , 心靈主義 https://100.daum.net/encyclopedia/view/b13s3398a
Chicago women discuss spiritualism (1906)
이야기는 회전하는 탁자와 영혼*에 이르렀고 심령술을 믿는 노르드스톤 백작부인은 자기가 본 기적 얘기를 꺼냈다.
"아, 백작부인, 제발 나를 그 사람들에게 꼭 데려다 주십시오! 난 신기한 현상을 찾아 헤매지만 이제껏 한 번도 본 적이 없답니다." 미소를 띠며 브론스키가 말했다.
"좋아요. 다음 주 토요일에 가죠." 노르드스톤 백작부인이 대답했다. "그런데 콘스탄틴 드미트리치, 당신은 믿나요?" 그녀가 레빈에게 물었다.
"왜 제게 물어보시죠? 제가 뭐라고 말할지 뻔히 아실 텐데요."
"그래도 당신 의견을 듣고 싶어요."
"제 의견은 이렇습니다." 레빈이 대꾸했다. "회전하는 탁자라는 것은 소위 교육받았다는 인사들이 사실은 농군들보다 나을 게 없다는 사실을 입증합니다. 농군들은 악마 눈깔이니 주문, 마술을 믿죠, 그런데 우리는……."
"그러니까 당신은 안 믿는다는 거군요?"
"믿을 수가 없는 겁니다, 백작부인."
"하지만 제가 직접 봤는데도요?"
브론스키는 늘 그렇듯이 주의 깊게 레빈의 말을 들었다. 그의 말에 흥미를 느끼는 것이 분명했다.
"그렇지요. 하지만 강신술사들은 말합니다. 지금 당장은 우리가 그게 어떤 힘인지 모르지만 힘이 있다고, 그리고 그 힘이 작용하는 경우가 바로 이런 거라고 말하지요. 그 힘이 뭘로 구성되어 있는지는 학자들이 규명해 줄 거라고 말합니다. 나는 이게 왜 새로운 미지의 힘이 될 수 없다는 건지 이해가 가지 않습니다. 만약 그 힘이……."
"왜냐하면 말입니다." 레빈이 말허리를 잘랐다. "전기의 경우에는 송진을 모직물에 문지를 때마다 예상되는 현상이 발생하지만 이 경우는 일정하게 반복되는 현상이 아니거든요. 따라서 그건 자연현상이 아닙니다."
거실에서 하기에는 지나치게 진지한 쪽으로 대화가 흐르는 것을 감지하고 브론스키는 레빈의 말에 토를 달지 않았다. 대신 화제를 바꾸기 위해 명랑한 미소를 지으며 귀부인들에게 몸을 돌렸다.
모두 레빈이 그 이야기를 멈추기를 기다렸다. 그 역시 이를 깨달았다.
"제 생각에 당신은 훌륭한 영매가 되겠어요." 노르드스톤 백작부인이 말했다. "당신에게는 뭔가 열정적인 것이 있거든요."
레빈은 입을 벌려 무슨 말인가 하려 했지만 얼굴을 붉히고는 한마디도 꺼내지 않았다.
"그럼 키티 양, 이제 탁자를 가지고 시험을 해보죠." 브론스키가 말했다. "공작부인, 그래도 되겠습니까?"
브론스키는 자리에서 일어나 눈으로 탁자를 찾았다.
* 주 31) 톨스토이는 1870년대 러시아에 상륙한 심령술에 매우 흥미를 느꼈다. 처음에 그가 견지한 비판론은 레빈과 브론스키 간의 논쟁에 드러난다. 작가는 1890년에는 심령술을 풍자하는 희극 『계몽의 열매』를 썼고, 이 작품은 1892년 모스크바 말리 극장에서 공연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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