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라와 듀칼리온 - 오비디우스의 변신 이야기 삽화 By Scan by Hans jean paul gautier - Public Domain, 위키미디어 커먼즈


Deucalion and Pyrrha Praying before the Statue of the Goddess Themis, c.1542 - Tintoretto - WikiArt.org







커다란 무덤이 있었어요. 왕릉만큼 크진 않았지만, 끗발 있는 사람 무덤으로 보였지요. 묏등에 잔디는 없이 흙만 있었고요. 아는 사람들 여럿이 그 무덤을 파헤쳤는데, 제가 삽을 들고 무덤을 찌르니까 이상한 게 하나 딱 걸리더라고요. 송장인가 싶어 살펴봤는데, 넓직한 돌이 있고 한가운데 금이 가 있었고 그 금 속으로 제가 삽을 푹 넣었어요. 콱 찍었지요. 그랬더니 꺼먼 발이 하나 나와서 꿈틀대더라고요. 양말을 신고 있는 발이었어요. 살아 있다는 느낌이 들었는데, 하긴 꿈이니까 이런 일도 벌어지겠네요. (웃음)

- 그리스 신화에 보면 삽자루가 긴 오래된 삽이 나와요. 성서에 노아의 홍수가 있지요. 그리스에도 대홍수로 멸망하는 신화가 있는데, 이때 노아처럼 유일하게 살아남은 인간이 듀칼리온과 피라예요. 이 둘이 다시 세상을 창조하지요. 피라가 삽자루가 긴 삽을 들고 있는데, 이는 공동체를 재건한다는 의미예요.

그리스 신화에 등장하는 듀칼리온과 피라 부부는 참혹한 대홍수 가운데서 살아남은 뒤 제우스에게 제를 올린다. 제우스는 세상을 재건하기 위한 사람을 달라는 듀칼리온의 소원을 들어주는데, 듀칼리온이 던진 돌은 남자가 되고 피라가 던진 돌은 여자가 되었다.

- 삽으로 돌을 찍어내렸을 때 기분이 어떠셨어요?

- 그리 나쁘지 않았어요. 삽은 네모 삽이었지요.

- 피라의 삽도 네모 삽이에요. 우리가 대형 공사를 시작할 때 첫 삽을 뜬다는 표현을 하잖아요. 이런 표현의 배경에는 신화적 의미가 내포되어 있을 거예요. 우리가 알든 모르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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