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일엽의 '청춘을 불사르고' 수록작 '꿈길로만 오는 어린이'로부터
사진: Unsplash의Kelly Sikkema
혹, 나의 외로운 것을 동정하는 이가 있어 "어린것이라도 하나 있었으면 좋을 것을……"하고 말을 하면 나는 도리어 "지금 어린것을 해서 무엇해요. 한 몸의 생활 때문에도 걱정이 많은데요"하고 말하는 사람의 호의를 물리쳐버리고 말 뿐이었다.
꿈마다 장소와 정경이 다르고 계집아이인지, 사내아이인지 얼굴이 어찌 생겼던지 기억되지 않지마는 나이는 언제나 3,4세로 걸음 잘 걷고 말귀 잘 알아듣는 무한히 사랑스러운 어린것이었다.
꿈을 깨고 나서 생각하면 이상하기 끝이 없다.
위에 말한 바와 같이 지금에는 어린이로서 가까운 아무도 없는 나는 벌써벌써 사라져버린 옛날에 인연 있던 어린것들을 거슬러 생각하여보았다.
내가 7,8세 때에 나를 몹시 따르는 어린 동생이 하나 있었다. 역시 서너 살 된 것이었다.그 어린 불쌍한 동생은 네 살 먹던 해에 그만 이질로 죽어버렸다. 그러면 꿈에 뵈는 것이 그 어린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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