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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법의 풍경 - 잃어버린 헌법을 위한 변론
김두식 지음 / 교양인 / 2004년 6월
평점 :
구판절판


김두식, <헌법의 풍경-잃어버린 헌법을 위한 변론> 교양인, 2004.

지난 주엔 몹씨 아팠다. 온 몸이 짜개지는 듯 구석구석까지 고통스러웠다. 쿤달리니 현상이라는 한주훈 선생님의 진단에 위로를 얻었다. 그러나 선생님의 말씀처럼 분명 원인은 있을 것이다.
더위, 그럴만도 하다. 하지만 그보다는 아무래도 1학기 동안의 과로 같다. 4시간 수면으로 계속된 생활이 몸을 많이 축나게 했다.
그래서인가 지난 주에는 방학을 시작했음에도 아무 것도 한 일이 없이 빈둥거릴 수밖에 없었다. 아니 내겐 지금 이것이 절실히 필요할지도 모른다.

오늘부터 워밍업이다. 그나마 에어컨 공기가 그래도 견딜만한 제주대학교 도서관을 찾았다.
그동안 읽고 있던 <바가바드 기타>가 중반에 이르면서 조금 지겨워졌다. 왠만하면 끝까지 읽고 바꾸려고 했지만, 어차피 경전은 꾸준히 읽는 게 좋겠다 싶어 매일 읽기로 하고 책을 바꿨다.

김두식의 책 <헌법의 풍경>이다.김두식, 내가 그를 접한 건 한겨레 신문 칼럼에서다. 젊었다. 대충 내 또래, 아니면 그 밑을 수도 있겠다 싶었다. 어디서 들을 소문에 의하면 고대 법대 출신이라는 것 같다. 물론 그런 연고주의를 강렬하게 비판하는 나이지만 왠지 학교 다닐 때 한 번쯤은 본 사람 같다는 그런 느낌을 받았다.
물론 중요한 건, 김두식 그 자체가 아니라 그의 글이었다. 세상에 대한 따뜻한 시선을 항상 간직하면서도 사회의 부조리에 대해서는 단호한 목소리를 내는 그 사람, 알고 보니 중증 기독교 환자라고 하는데, 그럼에도 그의 균형잡힌 사상이 매력적이었다.

그러던 차에 그가 책을 냈다는 소식을 들었다. 당연히 주문해 쌓아놨고, 이제 방학을 맞아 그 책을 손에 들었다. 그리곤 단숨에 읽었다.
읽고 나서 "그래 이런 착한 사람이 있는 한, 좌절하지 말자. 사회에 대한 애정을 놓치지 밀자" 뭐 대충 이런 생각이 들었다.
검사 출신 법대 교수로서(그의 표현을 빌리자면 '3류 교수'이지만), 한국사회 법조계의 문제를 아주 신랄하면서도 따스하게 지적해 놓은 책이다. 그건 그의 종교적 심성, 그리고 약자에 대한 배려, 이런 것들이 바탕에 깔려서 그랬던 것 같다.
"남을 비판한다는 것은 참으로 어려운 일입니다. 남을 비판한 그 잣대로 내가 비판받으리라는 것은 꼭 성경의 가르침이 아니더라도 매일의 일상 속에서 확인할 수 있는 진리입니다."라는 구절에서도 그의 세심하고 착한 심성이 읽힌다.

'국가란 이름의 괴물'에서 그가 절절히 외치는 법조인들의 사명감을 보았고, '법률가의 탄생'에서는 특권화되어가는 법률가들의 현실을 적나라하게 목격햇다. 하지만 '똥개 법률가의 시대'는 그런 비감보단 희망을 이야기 한다. 그래, 확실히 젊다. 한껏 공감하고 싶다.

이런 사람이 몇 사람만 더 있어도, 우리 사회가 이렇게 망가지지는 않을 터이니데. ......... 몇몇 법조인 친구들을 생각한다. 그 놈들한테 이 책이나 선물로 보내줄까.

끝없는 자기 성찰이 아름답다. 공범이 되지 않기 위해 항상 사회의 거울에 비춰보는 그의 자세, 물론 이것이 그를 더 이상 '현직'에 머물지 못하게 했던 것인지도 모른다.
또 하나 인상적이었던 건 현직 검사의 직을 때려쳤을 때, 어머니와 아내가 가장 기뻐하더라는 대목이다. 정말 가족은 비슷한 심성을 가질 때 행복할 것이다. 아마도 부모나 아내 역시 훌륭한 사람들일 게다.

법에 대한 이야기도 좋았지만, '나는 왜 법대에 갔을까?'라는 사적인 이야기가 나를 잡아 끌었다. 같은 시대를 살았던 경험 때문이기도 하겠지만, 불혹의 나이에 여전히 헷갈려하는 나에게 작게나마 길잡이 구실을 해 주었기 때문이다.
책을 읽는 것만 해도 그렇다. "법률가의 길이라고 하는 '생존을 위한 현실적 목표'와 읽고 싶은 책이라고 하는 '오늘의 즐거움' 사이에서 끝없는 갈등에 빠"졌다는 이야기나, "도저히 돈 되는 쪽 과목들을 수강해낼 자신이 없었으므로 다른 선택의 여지가 없었지요. 한번 궤도를 이탈해보고 나니 '남과 다르게 사는 자유'를 알게 되었고, 그 자유에 기초한 선택은 이전보다 훨씬 수월했습니다. 마침내 좀 거칠더라도 '읽어야 할 책' 대신 '읽고 싶은 책'을 읽는 길로 걷기 시작한 것이었습니다."라는 구절은 무너진 나의 정신에 기쁨을 주었다.
미세하게 진동하는 나침반의 침처럼, 그렇다 하는 생각을 한다. 끝없이 흔들거려야 한다. 그래야 망가지지 않는다. 긴장이 필요하다는 말이다.

어쨌거나 책으로나마 김두식을 만나서 기쁘다. 이런 사람을 생각해서라도 쉬 좌절을 말해서는 안되겠다 싶다.
젊은 벗이여, 그대의 그 따스함은 그 어떤 강철보다 강해 보인다. 고마운 젊은 벗이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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홀로코스트 산업 - 홀로코스트를 초대형 돈벌이로 만든 자들은 누구인가?
노르만 핀켈슈타인 지음, 신현승 옮김 / 한겨레출판 / 2004년 1월
평점 :
절판


노르만 핀켈슈타인, <홀로코스트 산업>, 한겨레신문사, 2004.


조숙했었나? 내가 영화를 좋아한 건 좀 빠르다. 중학생 때 장미희 주연의 그 유명한 영화 <겨울영화>를 볼 정도였으니. 물론 미성년자 관람불가다. 허긴 그 때 이미 깬 놈들은 나보다 더 일찍 그런 심미안(?)을 갖추고 있었다.

근데, 난 지금은 거의 영화를 보질 않는다. 언제부턴가 싫어졌다. 영화가 내게 스트레스를 줬기 때문이다. 그건 영화가 삶의 진실을 보여주기 보단 오히려 왜곡하고 은폐하고 있다는 생각을 들면서부터다.

유태인 학살을 다룬 영화, 그 유명한 <쉰들러 리스트>도 보질 않았다. 정성일의 영화평을 읽어보니 안 봐도 뻔하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요즘 세상 시끄럽게 만드는 <태극기 휘날리며>나 <실미도> 역시 마찬가지다. 볼 필요가 없다고 느낀다. 뻔할 것 같다. 사람들이 실없이 몰리는 그런 영화에서 얻을 건 상술 이외엔 없어 보인다.

하지만 같은 유태인 학살을 다룬 영화이면서도 <인생은 아름다워>, 그것은 달랐다. 글쎄, 어린 아이가 주요 화소가 되어서일까? 확실히 그 작품은 삶의 진지함을 보여 줬다.

그 느낌 좋았던 영화가 최근 한겨레에서 낸 책 <홀로코스트 산업>광고 카피에 잠깐 등장하기에 그 책에 관심을 갖게 되었다. <인생은 아름다워>를 보고 감동 받았던 사람이라면 이 책을 읽고 또 다른 관점에서 고민해보라는 그런 내용이었다.

사실 내가 이 책을 고른 건, 꼭 그것만은 아니다. 삶의 치열함을 다루는 소재가 흔히 연애 장난으로 분칠될 때, 역사공부하는 나로서는 화가 치밀었고, 그런만큼 우리 현대사가 장사속에 놀아날 때, 그 때 느꼈던 심정을 이 책은 비슷한 맥락으로 나를 정히해줄 것이라 생각했기 때문이다.

확실히 그랬다. 홀로코스트은 이미 희생 그 자체로 끝난 게 아니었다. 사실 빈곤한 생존자들은 들러리에 불과했다. 홀로코스트 이미지를 만들어내고 신화를 조작해 윤리적 자본을 바탕으로 자신의 정당성, 부를 쌓아가는 못된 인간들에 대한 고발이자 기록이었기에 울림이 컸다.

홀로코스트는 이제 신화다. 신비화되고 성역화되었다. 그걸 건드는 놈은 죽일 놈이다. 그러니 이건 무소불의의 권력이 된다. 그 중심엔 미국거주 유대인과 그들의 비위를 맞추는 미국정권이 있다.

미국은 자신이 과거에 저지른 인디언 학살, 흑인 학살, 한국전쟁에서의 학살, 베트남에서의 학살에 대해선 애써 눈을 감는다. 그러면서 유대인 학살만을 문제삼는다. 그건 그것을 들이밀며 그들의 부도덕에 면죄부를 만들려 했기 때문이다.

이미 유대인은 희생자다. 이건 하늘이 내린 유일 진리다. 그러니 그들이 팔레스타인 사람들을 학살하는 건 부차적인 문제다.

기억을 부 축적의 도구르 삼는 무서운 놈들, 이게 바로 홀로코스트 산업의 본질이다.

솔직히 말하자. 내가 이 책을 손에 쥔 건, 4.3의 타락 때문이다. 제주MBC와 제민일보가 일주일 간격으로 4.3평화국제 마라톤 대회를 연다. 이미 4.3은 현대사의 비극이 아니다. 그것으로 권력을 다지려는 기득권층의 도구일 뿐이다. 홀로코스트 산업과 본질상 다르지 않다.

독립운동가들은 무대에서 초라하게 퇴장하고 그 주변에서 서성거리던 놈, 혹은 그들을 잡아가던 친일파들이 주류로 등장한다. 이제 4.3도 그꼴이 되는 건가. 타락하는 4.3이 걱정된다.

홀로코스트 산업은 미국에민 있는 게 결코 아니다.
2004. 3. 4에 끄적 거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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