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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자대비하신 하느님 ㅣ 성서와 인간 13
송봉모 지음 / 바오로딸(성바오로딸) / 1999년 3월
평점 :
구판절판
시리즈 물이다. 송봉모 신부님의 그 작은 책들을 나는 좋아한다. 이번 책은 성서와 인간-5인 셈이다. 앞서 읽었던 책들 못지 않게 내 마음을 잡는다.
근데 달라진 점은, 너무 빨리 읽었다는 것이다. 내가 좀 무성의해진 것인가. 아님, 많이 익숙해져 있어서 내용을 미리 쉽게 짐작했기 때문인가. 설혹 그렇다 하더라도 묵상 속에서 읽어야 할 글을 소설 읽듯이, 아니 신문기사 읽듯이 읽은 것 같다. 미안함보다 내가 이래도 되나 하는 걱정이 앞선다.
이 책은 루카복음 15장 소위 '돌아온 탕자의 비유'를 가지고 한 권 내내 그분의 묵상를 풀어 놓은 것이다. 결론에 앞서 그 이름 자체가 문제 있다고 한다. 주인공은 아들이 아니라 아버지 즉 하느님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책 제목도 '대자대비하신 하느님'인 것 같다. 저자는 올바른 명칭이 '아버지 사랑에 대한 비유' 혹은 기쁨의 메시지 또한 핵심이므로 '잃었던 아들을 되찾고 기뻐하는 아버지의 비유'라고 되야 올다는 것이다.
읽어보면 공감한다. 우리가 뭘 할 수 있는 게 아니다. 주체는 아버지 하느님이다. 우리는 그저 회심하고 아버지께로 돌아가는 것밖에 더 할 수 없다. 그러나 아버지는 항상 기다리신다. 돌아온 아들에게 아무 말도 묻지 않으시고 환대해주신다. 무조건적인 사랑이다. 아들이 반성을 했는지, 계산적인 귀향인지 등을 찾지 않는다. 그냥 돌아온 것만으로도 아버지는 기쁘다.
이 복음 내용을 가지고 저자는 말한다. 하느님은 두려운 하느님이 아니시라고. 사실 나 역시 그런 생각이 강했다. 요즘와서 공부하기 전까지는. 그래서 새삼 이 장면을 그린 램브란트의 그림이 더욱 강하게 다가온다. '탕자'? 그렇게 말하지 말자. 아버지의 무한 사랑을 지극히 받고 아버지가 항상 염려하며 사랑하는 집나간 아들 정도로 말하자. 나 역시 그랬다. 아니 어쩌면 지금도 그럴지 모르겠다. 그러나 나는 이제 항상 생각할 것이다. 아버지가 내 곁에 있음을. 아버지에게 의무적으로 복종하는 것이 아니라, 그 아버지의 크신 사랑에 그냥 잠기고 싶어 함을. 그런 생각으로 살아갈 것이다. 아, 대자대비하신 하느님이시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