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무와 숲 - 숲 해설가를 위한 숲의 이해와 나무 식별
남효창 지음 / 계명사 / 2008년 3월
평점 :
구판절판


지난 해 건강 악화로 모든 걸 내려 놓고 그냥 쉬었다. 쉬면 쉴 수록 가고 싶어지는 곳이 숲이었다. 근원이어서 그런가 보다. 소로의 월든도 다시 읽고, 그러면서 보낸다.

특히 인간의 탐욕을 위해 아마존 밀림을 밀어버리고 있는 시대에 살면서, 숲이 주는 고마움에 대해 진하게 느끼며 그리고 어쩌면 이제 조그마한 숲이라도 다시 만들어야 한다는 부채감을 가지고 산다. 기회가 다으면, 아니 기회가 닿도록 살아갈 셈이다.

그러기 위해서 기초 공부가 필요하다 싶었다. 그래서 구입한 책이다. 책 소개문에도 나와 있듯이 숲 해설하는 사람들에게는 더 없이 좋을 듯 하다. 나는 그런 일 할 생각은 없다. 그냥 숲에 대해서 알고 싶고, 기회 만들어 숲 지어 보고 싶다.

"숲에 귀를 기울여 보자. 숲은 언제나 그들의 교향곡을 연주하고 있다. 막 싹을 틔우고 있는 나무는 어떤 소리를 내고 있을까? 반짝이며 쏟아지는 아침햇살은 숲과 어떤 화음을 이루고 있는 걸까? 땅 속에서는 어떤 일이 일어나고 있을까? 한 그루의 나무에는 어떤 친구들이 살고 있고, 어떤 손님들이 고가고, 어떤 재미난 대화를 나눌까? 나무는 모두를 품어 기꺼이 삶의 터전이 되어준다."

나무는 모두를 품는다고 한다. 그 속에서 화음이 이뤄지고. 상상만 해도 즐겁다.

이 책엔 나무와 숲에 대한 기초 지식만 나열한 게 아니다. 나무를 분류하고 특성에 따라 구분하는 법이 자상하게 나와 있다. 아직은 나의 수준과는 거리가 멀다. 그래도 다 읽었다. 머리에 남진 않지만 좋았다. 구경만으로도.

지렁이의 공로도 알았고, 지렁이를 우리가 손으로 잡으면 지렁이는 화상을 입어 죽는다는 것도. 장미과 마가목 한 그루면 새가 50종류는 찾아온다는 것. 마가목이 어떤 나무지? 기억해두었다가 꼭 심고 싶다. 진달래나 철쭉 같은 나무들은 이른 봄, 아무도 깨어나지 않은 시기에 서둘러 꽃을 피워 경쟁을 피하는 자신만의 생존전략을 구사한다는 것도. 대구 도동에 있는 측백나무림이 우리나라 천연기념물 1호라는 사실도. 제피나무 울타리를 두르면 모기가 접근하지 않는다는 점도. 포유류에 의해서 씨앗 이동을 하는 도토리 류는 포유류가 나무에 올라오지 못함을 알고 스스로 열매을 땅으로 떨어뜨린다는 것도.

암튼 이러저런 즐거움으로 읽었다. 아직 상세하게 나무를 구별하는 법은 모르지만, 그게 중요한 건 아닐 테니까 하면서 만족스럽게 책을 닫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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